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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야기] 몽실이

[2008-11-25, 10:59:35] 상하이저널
어릴적부터 난 동물을 아주 좋아한다고 생각해왔다. 어떤 것에 대해서든지 딱히 유별난 것이 없는 성격 때문인지 난 여러 동물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별 거부감 없이 가까워지곤 했다. 우리 집에는 항상 개나 고양이를 길렀다.

하지만 유치원 다닐땐가, 기르던 고양이가 새끼를 낳고 동네에서 놓은 쥐약을 먹고 죽어 울며 불며 작은 박스에 넣어 강물에 띄어 보낸 이후 다시는 고양이를 기르지 않았다. 그리곤 강아지를 기르기 시작했는데 흔히들 부르는 X견, 잡종견, 애완견…. 아주 많은 개들이 우리 집을 거쳐갔고 어린 시절의 많은 추억들을 남겼다.

옆에 아무리 맛있는 것이 있어도 허락 없인 먹지 않던 영리한 X견 ‘덕구’. 어느 날 옆집 아저씨에게 끌려갔다는 소식에 난 땅을 치고 울었고, 아직 학교에 가지 않았던 남동생은 옆집을 향해 팔뚝질을 해댔다. 그 후론 그 집 딸과는 아는 척도 안했다.

홍역에 걸려 죽은 ‘바둑이’, 바람나서 집 나간 ‘쪼니’, 그리고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교회 목사님께서 선물로 주신 ‘베스’는 13년을 우리와 함께 지내다가 자연사를 했다. 또 내가 결혼전까지 기르던 ‘달’은 후에 다른 집으로 가게 됐는데 후에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안타까운 소식들 들었다. 이외에도 적지 않은 개들이 우리의 잦은 이사를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로 가게 됐다.

조금 늦은 감이 있는 나이에 난 결혼을 했다. 곧 아이가 생겼고 정말이지 이상하리만치 동물에 대한 어떤 감정도 내게서 사라져 버렸다. 어쩌다 친정엘 가면 집안에서 기르던 ‘달’을 묶어 놓았고 혹여 아이에게 해가 될까 노심초사였다. (실제로 ‘달’은 질투로 사나워졌다)

10여 년이 흘러 아이들도 많이 자랐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강아지를 기르길 원했다. 사실 나도 은근히 바라고 있었지만 도시에서 마당도 없는 집에 동물을 기르기란 쉽지가 않았다. 5년 전, 우리가족이 중국오기 한달 전 즈음 그 동안 남편도 우리의 소망이 걸렸던지 제안을 했다.

한 지인이 기르던 개를 누구에게 주려고 하는데 한 달만 데리고 있다가 아는 동생에게 주고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우리는 너무나 기뻤고 남편은 그날로 당장 ‘몽실이’를 데리고 왔다. 잔뜩 겁먹은 까만 눈망울에 작고 사랑스럽고 예쁜 ‘몽실이’는 2번의 출산경험이 있는 3살 난 요크셔테리어다.

하지만 그 동안 그다지 사랑을 못받았는지 몸에는 피부병이 있었고 사람을 경계하며 전혀 놀 생각을 하지 않았다. 목욕을 시키고 피부를 소독하고 차츰 좋아 지는가 했더니 예전 출산 수술부작용으로 탈장이 돼서 수술까지 받게 되었다.

점점 아이들은 애완견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고 그렇게 한 달이 흘렀다. 하지만 ‘몽실이’와의 이런 특별한 인연으로 우린 끝내 이곳 중국까지 데리고 왔고 또 5년이 흘렀다. 그 동안 많은 병치레와 또 노력에도 불구하고 순한 차원을 넘어선 우울증(?)으로 움직이기를 싫어하더니 결국은 걷지를 못하게 되었고 또 얼마 전부터는 한쪽 눈에 백내장이 생기고 듣는 것도 힘든 것 같다.

언제부턴가 애완견의 역할을 전혀 못하는 몽실이는 아이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지 이미 오래고 정말이지 무슨 개 수발(?)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곤 가족들에게 ‘안락사’에 대해 제안을 했다.

아이들은 그럴 수 없다 하고 남편도 우리에게 주어진 것 우리가 거두자 한다. “휴~ 자기들은 그저 한번씩 쓰다듬어 주면 되지….” 그러면서 결혼 전에 철없이 데려온 강아지들을 말없이 받아주시고 길러주신 엄마 생각에 쓴웃음이 지어졌다.

얼마 전 우린 이사를 했다. 아침저녁으로 몽실이를 안아 용변을 보게 하는데 그날따라 손끝에 느껴지는 따뜻한 체온이 나를 화들짝 놀라게 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한 거야’ 지금 몽실이는 새로 이사한 집에서 남편이 준비해준 따뜻한 전기방석 위에서 행복해한다. 비록 걷지 못하고 잘 듣지도 보지도 못하지만 우리와 한가족이 되어….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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