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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기 맛집체험] MARDI GRAS 정원에서 가을 즐기기

[2009-11-07, 05:00:05] 상하이저널
 
 가을아, 웬 걸음이 그렇게 빠르냐..

읽는 순간 마음에 꽂혀 버린 이 짧은 문구는 며칠 전 한국의 한 신문에 난 단풍여행기사의 소제목이었다.

상해 교민들에게 한국이 가장 그리워지는 계절이 어느 계절이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가을에 손드는 사람이 가장 많지 않을까? 한국만큼 기온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울긋불긋 단풍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해지만 상해에도 분명 가을은 있다. 오히려 한국의 가을보다 짧아서 그 걸음이 더 빠르게 느껴지는 상해의 가을이라, 요즘처럼 눈부신 날씨가 이어지는 짧은 며칠을 놓친다면 다시 일년 쯤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꽃에도 열매에도 제철이 있듯이 맛집에도 ‘제철’이 있다고 하면 당연한 소리를 한다고 할까. 그 시점에 한창 나오는 좋은 재료를 즐긴다는 의미에서의 ‘제철’도 있겠지만 유난히 정원을 낀 식당이 많은 상해에서 정원을 즐기는 것 역시 ‘제철’이 있다.

햇살이 너무 뜨거워도, 바람이 너무 세어도, 비나 눈이 와도 그림의 떡인 정원에서의 식사를 즐기기에도 지금, 가을이 딱이다.

화이하이루(淮海路)에서 싱구어루(兴国路)로 접어들어 몇 걸음 걷다 보면 왼편으로 검은 철문이 활짝 열려 있는 이층짜리 유럽식 건물을 만나게 된다. 문을 연지 이제 두 달여, 흔치 않은 남프랑스의 요리를 선보이는 MARDI GRAS(마르디 그라)다.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꽤 낯선 이름인 MARDI GRAS가 무슨 뜻인가 주인장에게 물었더니, 카톨릭에서 부활절을 앞두고 지내게 되는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 바로 전날, 금식 금육을 준비하는 마지막 카니발이라고 설명해 준다. 간단히 말하자면, 엄숙하고 경건하게 지내야 하는 40일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실컷 먹고 마시는 파티라고 하면 될 듯 하다.

전체적으로는 2층의 구조지만 레스토랑으로 이용되는 부분은 1층과, 나무바닥에 쏟아지는 햇살이 따뜻한 넓지 않은 마당의 테이블이다. 2층은 프라이빗 라운지로 일반인에게는 오픈되지 않는다고 한다.

바삐 달아나는 가을의 옷자락이라고 잡아보려고 우리는 하얀 차양이 쳐진 마당에 앉는다.

 

이 집의 주인장은 요리는 전혀 못한다고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식당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요리에 대해서는 통달해 있는 일본인 야마자키씨다. 프랑스 식당이다 보니 아무래도 메뉴의 이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능통한 중국어 일본어 영어로 메뉴선택을 도와주고, 개개인이 좋아할만한 음식을 족집게처럼 골라준다.

하나하나의 요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의 과정에 대한 이해도 거의 완벽해 보인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이 집의 셰프 역시 일본인이기 때문. 우리가 방문했을 때, 프랑스 마르세이유의 미쉘린 별 세 개 짜리 레스토랑에서 영입해 왔다는 젊은 셰프가 직접 만든 요리를 가지고 나와 태양광 아래 테이블에 세팅해 놓고 메뉴에 올릴 실제 사진을 찍는 재미있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메뉴를 복사한 크래프트지 몇 장을 철끈으로 묶고 직접 찍어 인화한 음식사진을 붙여 만든 MARDI GRAS의 메뉴판은 어떻게 보면 추억 속의 학급일지처럼 소박하고 단순하다. 주인장이 추천해 주는 대로 주문을 하고 얼마간을 기대감에 젖어 기다린 다음 마주하게 되는 접시에는 메뉴판에 붙어 있던 사진과 똑같은 솜씨가 담겨 있다.

MARDI GRAS의 대표작은 랍스터 부야베스Bouillabaisse다.

 
프로방스의 전통적인 해물스튜인 부야베스는 생선과 조개류, 여러가지 허브와 스파이스를 넣고 뭉근히 끓인 해물탕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여기에 파, 양파 토마토 샐러리 감자 등의 채소가 어우러져 푸짐하고 따끈한 냄비요리가 완성된다.

부야베스는 마요네즈의 일종인 rouille란 소스와 파르메잔치즈를 곁들인 빵과 함께 서브되는데, 구워져 나온 빵조각에 rouille sauce와 파르메잔치즈를 얹은 다음 부야베스 국물에 담가 먹으면 된다.

 

18센티 가량의 냄비 하나에 380위엔(2~3인분)이니 결코 녹록한 가격은 아니지만 그저 희귀하다는 이유만으로 가당치도 않은 몸값을 받는 상어지느러미 요리에 비할까.


여기에 주인장이 그야말로 강권하는 요리는 삼겹살 콩피(confit)다.

 

삼겹살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자 재료만 삼겹살일 뿐 맛이 그야말로 특별하니 꼭 한번 드셔 보시라는 주인장의 권고를 넘어선 사정(?)에 못이겨 주문한 삼겹살 콩피는 상상과는 너무나도 다른 요리였다.

콩피라는 요리를 흔히 맛볼 수 없는 것이, 동물의 기름에 몇 달씩 담가 두었다가 70~80도의 저온으로 예닐곱시간을 구워 익힌 다음 다시 높은 온도의 오븐에서 구워내기 때문에 일반 가정에서는 물론이고 레스토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없는 요리인데다, 흔히 오리고기를 이용하는 유럽식 요리인 콩피를 삼겹살에 응용해 우리 나라 사람 입맛에 잘 맞는다.

씹을 필요도 없이 연하지만 절대 흐물거리지 않는 식감, 다른 조리법으로는 만나보지 못한 맛이었다. 단품으로 170위엔.


늘상 걸쭉한 크림 수프류만 접해 봤다면 프렌치 어니언 수프(80위엔)도 권하고 싶다.
 
 
오랜 시간 충분히 볶아 단맛을 뽑아낸 양파로 끓인 수프에 바게트와 그뤼에르치즈를 얹어 구워낸 어니언수프는 그 자체로도 가벼운 식사가 될 것 같다.


단품의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조금 더 저렴한 점심세트메뉴로 즐겨보자.


그날 그날 바뀌는 파스타 또는 프로방스 스타일 치킨샐러드에 커피 또는 티 세트 80위엔
  


러시아식 쇠고기 스튜인 비프 스트로가노프에 그리스식 샐러드, 디저트, 커피 세트 130위엔   

시금치와 베이컨이 가득한 유럽식 오믈렛 끼쉬(60위엔)도 든든하다.
 
굳이 밥 생각이 없어도 하루 종일 운영되는 카페를 이용할 수 있다.

프랑스식 전채인 파테나 테린, 크로크 무슈 크로크 마담 같은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프렌치 샌드위치와 함께 체험단이 만장일치로 별점 준 커피 한잔을 앞에 두면, 어쩔 수 없이 또 한번 되뇌이게 될 것 같다. "가을아, 웬 걸음이 그렇게 빠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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