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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거대 자본 국내 연예계 습격 앞뒤

[2014-10-21, 09:58:16] 상하이저널
식탐 드러낸 ‘왕서방’ 엔터사까지 삼킬 판
 
 “얼마면 살 수 있습니까?” 

요즘 한류 콘텐츠를 구매하려는 중국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이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이다. 중국 발 ‘차이나머니’는 단순히 드라마 판권을 구입하고 한국의 스타들을 자국 작품에 출연시키기 위해 개런티를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아예 통째로 한국의 매니지먼트를 집어 삼킬 궁리까지 하고 있다.
 
키이스트는 지난 8월 중국 종합 엔터테인먼트사인 소후닷컴과 전략적 제휴 및 자본 유치 계약을 맺었다.
키이스트는 지난 8월 중국 종합 엔터테인먼트사인 소후닷컴과 전략적 제휴 및 자본 유치 계약을 맺었다.
 
최근 연예기획사 A는 중국 에이전트를 통해 투자 제안을 받았다. 국내 대부분 연예기획사가 화려해 보이는 외형과 달리 영세하기 때문에 이 같은 제안에 귀가 활짝 열렸다. 하지만 구체적인 중국 측의 요구를 들은 후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수익을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한국 연예기획사의 지분을 달라는 조건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들이 원하는 지분은 절반 이상이었다.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 때 중국 측이 주도권을 쥐겠다는 것이다.

이런 류의 제안은 최근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한류스타 배용준, 김수현이 속한 키이스트는 지난 8월 중국 종합 엔터테인먼트사인 소후닷컴과 전략적 제휴 및 자본 유치 계약을 맺었다. 키이스트는 소후닷컴이 100% 지분을 소유한 투자·영상사업부문 자회사 폭스 비디오(Fox Video)로부터 150억 원을 투자받았다. 소후닷컴은 키이스트 지분 6.4%를 확보하게 돼 1대 주주인 배우 배용준에 이어 2대 주주가 됐다. 이 거래로 배용준의 지분율은 31%에서 29%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키이스트의 실권은 배용준, 즉 국내에서 쥐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중국 측이 1대 주주로 등극하는 순간 상황은 달라진다. 과반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후 이사회를 통한 모든 의사 결정이 그들의 입맛대로 이뤄진다면 국내 경영진은 언제든 자리를 뺏길 수 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현재 중국은 한국 연예인들을 자국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시키기 위해 막대한 개런티를 제시하고 있다. 톱스타를 섭외하기 위해서는 전용기를 띄울 정도다. 하지만 그들이 소속사의 주인이 된다면 소속 연예인들을 헐값에 각종 중국 행사에 동원하려 할 것이다”고 우려했다.

한류 스타와 중견급 배우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또 다른 연예기획사 B 역시 또 다른 중국 업체로부터 2000억 원을 줄 테니 지분의 51%를 넘기라는 은밀한 제안을 받았다. 경영권을 보장하겠다는 단서까지 붙었지만 B 사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 회사의 통장에 당장 거액이 들어오는 것은 반길 일이지만 과반이 넘는 지분을 앞세워 그들이 실질적인 회사의 주인이 된다면 통장 잔고 역시 결국 그들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드라마 제작사들도 중국 측의 달콤한 제안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 측은 완성된 드라마를 수입하는 데 그쳤다. 회당 3만 달러에 머물던 판권 금액은 현재 방송 중인 SBS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가 회당 20만 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16부작임을 감안하면 320만 달러, 약 32억 원을 주고 드라마를 사간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조차 ‘헐값’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우리는 콘텐츠를 파는 데 그치지만 중국 업체는 이 드라마를 방영하며 수백억 원의 광고비를 챙기는 수준을 넘어 드라마 속에 등장한 각종 소품들을 직접 제작해 팔며 상상을 초월하는 수익을 내고 있다. 콘텐츠의 실질적인 주인인 한국의 제작사들이 가져가는 수익은 최초 판권 금액뿐이다. 때문에 지분을 받아서 중국 내 수익에 따라 제대로 된 권리를 챙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런 한국 내 움직임을 포착한 중국 업체들은 아예 한국 드라마 제작사에 직접 투자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드라마가 만들어지기 전에 미리 제작비의 일부를 대고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중국에서 인기 있는 배우를 주인공으로 섭외해달라는 주문 역시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한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많은 제작사가 소규모로 운영된다. 100% 제작비를 확보한 후 제작에 돌입하는 제작사는 거의 없다. 초기 자본을 투입한 후 방송사에서 나오는 제작비와 간접광고 금액을 받아 돌려막기를 하는 식”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겠다는 중국 측의 제안은 거절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결국 ‘달콤한 독’이 될 수 있다. 당장 목돈을 운용할 수 있는 것은 좋지만 제작하기로 했던 드라마가 제때 방송사 편성을 받지 못하거나 원하는 배우를 캐스팅하지 못하면 손해배상 소송 등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영세한 제작사들은 거대 자본 앞에서 약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내 굴지의 로펌을 고용해 압박해온다면 국내 제작사들은 더 많은 지분을 뺏기다가 고스란히 그들의 입 안으로 제작사를 털어놓고 쫓겨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방송된 드라마 <상속자들> 이후 중국 내 한류는 1년 동안 상승곡선만 그렸다. 드라마 판권 금액은 올라갔고 한류 스타들의 중국 진출 역시 빈번해졌다. 그들의 몸값은 천정부지 솟았고 캐스팅 제안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언제든 문을 닫을 수 있는 시장이다. 한국의 인력과 콘텐츠를 사가 충분한 제작 노하우를 습득한다면 더 이상 한류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 시장을 겨냥해 준비하던 모든 콘텐츠는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외주 제작사 관계자는 “한 때 1등 한류 시장이었던 일본은 엔저 현상과 우경화 정책에 따라 크게 위축됐다. 그럼에도 자유경쟁시장인 일본에서는 한류 스타와 콘텐츠를 찾는 꾸준한 움직임이 있다. 하지만 중국은 정책적으로 한류 콘텐츠 수입을 차단해버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중국 시장을 겨냥해 배우들의 몸값을 높이고 제작단가를 높여놓는다면 중국 시장이 닫히는 동시에 거품이 꺼지며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고 충고했다.
 
 


기사 저작권 ⓒ 일요신문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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