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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시식 아수라장에 칼 들고 "동작 그만"

[2015-03-16, 09:37:20] 상하이저널
그런 경험 없으세요? 하찮은 사은품을 받겠다고 한없이 긴 줄을 섰다가 내 앞에서 끊어져 울분을 터뜨린 일이요. 또는 예전에 받은 할인권의 기한이 넘은 것을 알고 하늘이 무너진 듯 낙심한 적은요. 행사 사례품을 우왕좌왕하다 받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른 경우는요. 생각해보면 그깟 것 없어도 그만입니다. 이성적으로는 그런데 감정적으로는 속상해 죽습니다. 스스로의 쪼잔함과 찌질함에 혀를 차면서도 못내 아쉬운 마음을 돌리기가 어렵습니다.

얼마 전 중국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산시(섬서)성 상뤄시 정부의 주관으로 농산품 박람회가 벌어졌습니다. 이 지역 특산 두부 제품들이 인기였습니다. 특별히 한 두부 공장은 무려 500킬로그램에 달하는 대형 두부를 가지고 나왔습니다. 만드는데 사흘이나 걸린 야심작이었습니다. 공장 주인은 이런 사실을 소개하면서 자랑스레 선언합니다. "행사에 참가하신 모든 분들께 공짜로 한 모씩 맛보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삽시간에 박람회 참관객들이 모여듭니다. 너도나도 두부를 받아가려고 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두부 공장 주인의 표정은 득의양양했습니다. 그런데 두부를 썰기 시작하면서 공장 주인의 얼굴이 점점 구겨집니다. 두부를 비닐봉지에 담아 폼 나게 선물하려는데 분위기가 영 아닙니다. 사람들이 무질서하게 모여들더니 두부를 썰어놓는 대로 마구 집어갑니다. 심지어 나중에는 채 썰지 않은 두부까지 뜯어갑니다. 처음에는 당혹해하던 주인이 나중에는 분노에 휩싸였습니다. 끝내 참지 못하고 두부를 썰던 칼을 치켜들더니 절규하듯 외칩니다. "모두 동작 그만! 아무도 먹지 마!"

 
이런 모습이 행사 취재를 나온 언론사 카메라에 그대로 담겼습니다. 중국의 언론사들은 자세한 기사 없이 상황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이런 사진을 연속적으로 게재했습니다. 뭐, 사진만 봐도 모든 상황이 자연스럽게 이해됩니다.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 재미있습니다.

조롱형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다. 중국인들은 워낙 두부를 좋아한다.", "중국의 두부 사랑은 유래가 수천 년이다. 역사적 사실이다.", "중국의 4대 발명품(화약, 나침반, 종이, 활판 인쇄술) 위에 두부가 있다. 감동스러운 장면이다." 등등.

탄식형
"금덩이도 아니고, 땅 문서도 아니고, 두부 한 모일 뿐인데.", "몇 백 원짜리 두부 한 모에 질서도, 체면, 양식도 다 던져버렸다.", "작은 이익을 탐하는 중국의 전통은 절대 벗을 수 없는 굴레인가." 기타 등등.

논박형
"500킬로그램짜리 두부를 한 모씩 나누면 1천 명 이상 가져갈 수 있다.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충분히 돌아갈 수 있는 양이다. 조급증이란…", "신뢰의 문제다. 뒷짐 지고 있다가는 굶어죽는다는 뿌리 깊은 관념 탓이다.", "중국인은 소외감을 참지 못한다. 남들이 다 가져가는데 나만 빠지면 안 된다는 공포감에 시달린다." 왈왈.

중국의 한 민속학자는 흥미로운 분석을 했습니다. "중국의 군중심리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수준이다. 오랜 세월 반복적으로 전쟁과 환란을 겪으면서 주류에 속해야 한다는 본능을 갖게 됐다. 그래서 군중이 한쪽 방향으로 쏠리면 더 이상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따른다. 대상이 두부냐, 금덩이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군중이 한꺼번에 행동에 돌입하는 순간 모두가 휩쓸린다. 오히려 나는 두부 공장 주인에게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런 상황을 충분히 예견했어야 한다. 공장 직원들을 동원해 사람들이 줄을 서게 만들어야 했다. 수십 명만 줄을 섰다면 나머지도 군소리 없이 따라했을 것이다. 물론 새치기 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였겠지만."

우리 민족도 중국 못지않게 환란이 많았고 그래서인지 군중심리에서 둘째 가라하면 서럽습니다. "모두가 '예스' 할 때 '노' 할 수 있고, 모두 '노' 할 때 '예스' 할 수 있는 용기!" 과거 한 금융회사의 광고 카피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멋있는 문구이지만 우리나라에서 현실화 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기사 저작권 ⓒ SBS 우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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