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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라] 정해져 있는 길은 아무것도 없다

[2018-10-29, 11:25:29]

어느날 문득 KOTRA 칭다오 무역관에서 기고문 요청을 받았다. 여러 가지 주제 설정이 가능하겠지만 특히 중국 취업 또는 창업에 관심이 있는 젊은 사람에게 이해하기 쉬우며, 본인의 노하우를 통해 공감 갈 수 있는 좋은 글을 써달라고 했다.


필자는 현재 칭다오삼호글로벌(청도삼호식품유한공사) 대표로 한국에서 주로 식품 및 일부 일용품을 포함한 제품을 수입해 중국 전역에 판매하는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상기와 같은 기고문 권유를 받으면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고민을 했다. 내가 이 짧은 기고문을 통해 혹시나 이 글을 접할 수 있는 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은 무엇일까? 남들이 나에게 잘한다고 이야기하는 대중국 식품 수입 판매 또는 그 방법 혹은 수입통관 및 세일즈 전략 또는 마케팅 방법에 대한 내용을 기고해야 하나?


나는 한국에서 중국어(학)를 전공했고 나름 운이 좋아 대학 4학년 2학기부터 상장사 해외사업팀에 취업돼 매우 어린 나이에 중국 주재원에 파견된 케이스다. 명문대학 출신은 아니였으나 나름 중국에 대해서는 언어뿐만 아니라 중국 역사,문화, 사회 등 전반에 대해 많이 안다고 자부했고 학생 때 중국 유학경험 및 교환학생 프로그램 이수 등을 통해 중국에 대해서만은 나름 전문가라는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단 실제 취업이 되고 중국 주재원으로 파견돼 중국에서 장기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중국이란 곳이 알면 알수록 쉽지 않은 곳이라는 것에 내가 가야 할 방향 설정이 전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필자는 올해 40대 중반의 나이다. 운이 좋게 스물여덟의 나이에 중국 합작법인에 파견이 됐고, 추가로 뜻하지 않은 한국 모기업의 인수/합병 등으로 근 십년간 한국에서 가장 큰 식품회사 법인의 주재원 생활도 경험했다. 2011년 초 내외적인 문제로 인해 퇴사 후 중국에서 창업했으며, 현재까지 만 7년 넘게 한국산 제품의 중국 수입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2011년 회사라는 큰 배경을 버리고 독립적으로 사업을 시작했을 때 남들은 나에게 왜 그런 좋은 주재원의 자리를 버리고 나왔냐는 질타를 많이 했다. 사실 남들이 이야기하는 안정적인 직장생활은 누구라도 사회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무엇을 의미하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학교생활, 직장생활 등 어느 곳에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곳은 없으나 그 스트레스에 보답하듯 매월 말 급여 통장에는 내가 큰 실수를 하지 않는 한 고정적인 급여가 들어왔다. 무엇보다도 내가 소속할 수 있는 둥지가 있다라는 것은 독립적으로 사업해야 하는 개인에게는 매우 그리운 것이다.


2011년 초 갑작스런 창업은 나에게 십여 년 이상의 중국에서의 사회 경험을 모두 잊게 만들었다. 이전에 다니던 회사 업무는 자본이 배경이 돼야 하는 원물 위주의 사업으로 내 능력으로는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였다. 십년 이상의 주재원 생활을 했으나 고작 모아놓은 자본금은 사업하기에 항상 부족했다. 그런 부족한 자본금을 한번에 잃을 수도 있다는 걱정에 첫 사업의 제품 아이템을 잡는 것이 매우 고민스럽고 나를 많이 위축시켰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


운이 좋게도 2011년 초반 당시 한국과 중국의 교역 상황은 매우 양호한 상태였다. 특히 중국에서 한류가 성행하면서 한국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은 매우 높았으며, 양국 간의 전반적인 교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이었다. 단 긴 중국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점은 한국산 식품류가 중국의 주류시장이 아닌 일부 한인시장 및 도매시장, 온라인 시장 같은 특수시장에만 국한해 유통되고 있었던 점이다. 여기에는 중국의 높은 통관 벽 및 물류 유통을 전문적으로 진행하기에는 지식이 매우 부족해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진행하는 기업들도 없다고 파악이 됐다. 나름 대기업 주재원 출신으로 그간 닦아 놓은 인맥을 통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을 희망하는 대중소기업들을 많이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 또한 단순히 중국 시장 자체가 크다는 것만 인지할 뿐 그에 대한 전략은 고사하고 수출을 위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들에 대한 고민보다는 현재의 한류 붐에 편승한 매출 확보에만 열을 올리는 양상이었다.


독립 초기 기존에 진행하던 원료 소싱 등의 업무도 병행했으나 그간 회사를 다니면서 항상 아쉽다고 생각했던 한국산 식품의 대중국 수입 판매를 메인 잡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초반 나름대로 유통기한이 긴 상온제품 및 냉동제품을 위주로 진행을 했다. 단 결과는 매우 좋지 못했다. 한국 기업들은 매출 및 이익에 급급해 누구 하나 현지 로컬 메인시장에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수출하려 하지 않았다. 특히 독점적으로 공급하기로 약속해 놓고 제품이 일부 판매되자 타 업체에도 무분별적으로 제품을 공급해 이미 지출한 투자비용 회수 자체도 할 수 없었다. 상대적으로 소비용 투자로 판매가 원할한 한인식품 유통라인의 경우 따이공 및 밀수로 들어온 제품이 무분별하게 유통돼 정식으로 모든 과정을 거쳐 수입한 내 제품은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되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선별해 보자"


대한민국 남자라면 피할 수 없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군대생활이 때로는 조직문화 경험 또는 인내심 배양이라는 예상치 못한 효과를 내 주듯, 길었던 중국 주재원 생활로 인한 전국 방방곡곡의 출장경험 및 허투루 놓칠 수 있는 중국 거래처, 친구들과의 교류경험은 중국 내 한국인으로서만이 아닌 중국과 한국의 문화와 트렌드를 모두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만들었다. 나는 남들과 다른 제품, 남들과 다른 루트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중국 경제 상황의 호조 및 이에 따른 인민폐 절상 등으로 인해 이전 대비 한국산 제품은 중국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다만 남들이 다 할 수 있는 것보다는 내가 시작했을 때 남들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것을 해야 적어도 장기적으로 사업에 승패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멜라민 파동으로 인해 중국인이 자국산 유제품에 대한 거부 반응 및 안정성에 대한 걱정으로 신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회사의 메인 아이템으로 유통기한이 13일밖에 안되는 신선 우유제품을 선택했다. 한국 생산업체에 방문해 이 사업의 취지를 설명하니 유통기한이 2주도 채 안되는 제품을 수입해서 저 넓은 중국 땅에 유통할 수 있겠냐고 되려 반문을 들었다. 혹자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미쳐버린 것 아니냐는 조롱도 했다.


약 10개월간 목표로 잡은 제품을 진행해 보고자 이전 십 년 이상 중국에서 보낸 시간보다 더욱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국제물류, 국내물류는 물론 중국의 세관, 상품검역국(CIQ)의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은 물론 내륙거점 도시들에 출장을 다니면서 우리 제품을 판매해줄 만한 마켓을 돌고 거래처를 만났다. 하루에 3회, 일주일에 10회 이상의 비행기 탑승 및 차량 이동을 통해 중국 전역 50개 이상의 도시에 입점시킬 마켓을 실제 눈으로 확인하고 그에 같이 동참해줄 거래처를 지속적으로 만나고 다녔다. 아무리 중국 경기의 호조로 인해 인민폐가 절상됐지만, 중국산보다 약 3개 가까이 비싼 원가 차이를 극복하고자 고가시장 위주의 시장조사는 물론 필수 입점 타깃마켓을 설정하면서 거래처 확보를 위해서 동분서주했다.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전에 나름 철저한 준비를 했으나 한국산 신선 우유의 수입 판매가 시작된 지 얼마되지 않아 상품검역국의 검역 강화로 인해 몇 번은 수입은 됐으나 검역이 완료가 되지 않아 몇 컨테이너를 손도 써보지 못한 채 폐기하기도 했다. 매주 수입을 진행해 고정적으로 납품해야 하는 제품 특성이 있었기에 직장생활 때와는 다르게 주말이나 휴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되려 주말을 이용한 출장 병행으로 한달에 3분의 2 이상은 외지 출장이 대부분이었다.


단 이러한 피곤한 생활에도 유통기한이 2주도 되지 않은 우리의 냉장 우유제품이 중국 백화점, 대형매장, 편의점 등에 늠름하게 진열돼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매출로 인해 얻는 기쁨보다 더 큰 자랑스러움이 유일한 보상이었던 것 같다.


제품이 중국 전역에 유통되고 한국의 매스컴에서조차 크게 보도되자 여러 사람들이 질문을 했다. 단기간 내 사업성공의 비밀은 무엇이며 중국에서 사업할 때의 노하우는 무엇이었냐고. 아직은 정답을 이야기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중국 취업 및 중국 사업을 고민하시는 독자들에게 이 글의 제목처럼 정해져 있는 길은 아무것도 없다는 부분을 강조해 드리고 싶다. 모 대기업의 창업주가 생전에 이야기하셨듯이 모든 일은 운칠기삼일 수 있다. 어떠한 업무를 진행하던 의지는 강하지만 그 의지에 맞는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절대적으로 성공의 길을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단 누구도 알 수 없는 무쌍한 변화 속에서 자신만의 작은 방향 설정은 물론, 그에 대한 대비 및 뚜렷한 목표의식이 없다면 그러한 운 또한 따라주지 못할 것이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운'은 크게는 준비와 상황 판단을 이야기하는 판단력일 것이다.


안일하게 생활하기보다는 지금 현재 나와 관계가 덜 한 것에도 정성을 가하고 언젠가 내가 할 수도 있는 것에 관심을 쏟으며, 작지만 그러한 것에 차곡차곡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내가 기존 기업에서 해오던 업무에서만 사업의 연관성을 찾고, 내가 잘 할 수 있기보다는 쉽게 쉽게 갈 수 있는 방향으로만 진행했더라면 아마도 지금의 수많은 경쟁 속에서 이미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중국에서 사업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언어는 물론 중국의 문화를 이해하는 수준이 되면 좋겠으나,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일보다는 내가 잘 알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장기적인 계획에서 지금은 작은 일일지라도 수많은 준비를 통해 자기를 키워 갈 수 있는 것을 먼저 찾아 보기를 권해 드린다.


중국 전문가가 되기 위해 언어를 마스터하고 문화를 배우고, 업무를 끈기 있게 진행하고 노력하라는 상투적인 말보다는 근본적으로 내가 현재 처한 위치에서 내가 현재 할 수 있는 것과 앞으로 더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그래도 어렵다면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을 찾고 그에 근거해 활용할 수 있는 것을 종합적으로 고민해 보고 그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지금의 상황을 한탄하기보다는 자기에게 던진 진솔한 자기성찰과 물음을 통해 근본적인 방향과 목적을 설정하시기 바란다.
 

전문가 기고: 방형원 청도삼호식품유한공사(青岛三湖食品有限公司)

 


※ 이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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