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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109] 역사의 쓸모

[2021-05-27, 12:48:34] 상하이저널
최태성 | 다산초당 | 2019.11.22
최태성 | 다산초당 | 2019.11.22

흔히 지나간 과거는 쓸모없다고 생각하며 현재와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가는 게 요즘의 추세다. 그러나 저자는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의 쓸모에 대한 이야기로 책을 시작한다. 역사란 죽은 기록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며, 수천 년간의 사람 얘기가 녹아 있는 것이기에, 그중 가슴 뛰는 삶을 살았던 이들을 만나면, 우리도 그들의 자세를 배우게 되는 것에 그 쓸모가 있다. 이를 저자는 ‘역사의 힘’이라고 얘기한다. 

역사 속의 인물들을 만나다 보면 “선택”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품위 있게 만들어 주는 힘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 연임을 할 수 있는 인기에도 불구하고 내려와 후대에 큰 귀감이 된 경우나, 신라시대 활의 쇠뇌를 만드는 장인 구진천이 적을 돕지 않기 위해 내린 결정도 그렇거니와, 인생의 수많은 시간을 유배로 보낸 정약용은 눈물과 기다림으로 사느니 삶 전체를 책으로 써서 자신의 삶을 백성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다 삶을 마감했다. 이는 평범한 사람이나 그 시대의 지식인이나 그들이 한 선택이 많은 이들에게 끼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하고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보게 한다.

역사가 나에게 무엇을 가르쳐주냐는 물음에는 가장 나약했던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일을 예로 들었다. 어려움에 처한 선덕여왕이 구룡사 구층 석탑을 지으며 그 안에 극복해야 할 적들의 이름을 새겨 그 높은 탑을 매일 백성들이 보며 나가야 할 길을 알고 그길로 나가도록 이끌었기에 통일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역사는 자신이 속한 집단 안의 시각 안으로 시야를 좁히면 불행해진다는 것도 알게 한다. 승승장구하던 잉카의 마지막 황제나 연개소문처럼 성공에 도취되어 현재를 점검하지 않아 터무니없이 망하는 경우를 보면 우리에겐 끊임없는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한다.

저자는 역사를 통해 볼 때 세상의 흐름을 바꾸는 생각의 조건은 ‘영향력’의 크기라고 한다. 구텐베르크는 최초로 인쇄기를 만든 이는 아니었으나 시대의 구조물을 잘 조합하여 서적과 성경의 보급을 통해 커다란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던 조합의 결정체였다. 최초나 최고의 기술 보다 중요한 것은 영향력이다. 인쇄나 한글, 스마트폰 등은 많은 이들이 쉽게 소통하도록 도와주었다. 따라서 역사의 흐름 속에서 현재를 바라본다면, 진정한 창조는 새로운 것을 만들기 전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자유롭고 편해질까를 고민함에서 나오는 것이리라. 조선시대 박지원은 중국에서 수레 사용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으나, 명분과 자존심으로 무장한 조선 사회는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 그것이 사회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통찰을 하지 못했었다. 눈으로 보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각 시대는 당면한 역사적 과제가 있다. 고려시대엔 남녀가 같이 상속을 하는 등 성차별이 없었으나 여자만 교수형을 당한 어우동 사건, 나혜석의 삶, 19세기에야 폐지된 재가 금지법 등을 보면 과거의 너무나 많은 불합리와 남존여비의 사상으로 여성들에게 채워진 족쇄가 미투 운동 등을 통해 최근에서야 수면위로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이 많다. 

끝으로 저자는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이다’라고 얘기하는데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한 문장이었다. 꿈은 이루는 것으로 끝나는 명사가 아니라 이루어 나가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살아가면서 행하는 동사여야 한다는 것이다. 1910년 경술국치를 이끈 이들은 모두 그 시대의 법관 출신 엘리트들이었으나 이들처럼 쉽고 편한 길을 택하는 대신, 박상진은 다른 을사오적과 달리 판사직을 버리고 독립의 꿈을 위해 멈추지 않고 일 한다. 대한 광복회와 의열단을 조직하여 독립을 위해 나아간다. 그 당시 서울의 가장 유복한 집안이었던 이회영의 삶도 좋은 예였다. 

역사에서 첨예한 대립과 갈등은 언제나 존재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 과연 옳은지 역사와 인류의 발전 방향과 같은 방향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한 번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역사의 인물을 멘토로 삼으라고 얘기한다. 우리가 공부하는 것은 역사이지만 이는 결국 사람을 인생을 공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현영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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