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책읽는 상하이 168] 내게 무해한 사람

[2022-12-06, 19:00:10] 상하이저널
최은영 | 문학동네 | 2018년 6월
최은영 | 문학동네 | 2018년 6월
우리는 과연 ‘무해한 사람‘이었나 

첫 소설집 <쇼코의 미소>에서도 그랬듯 최은영 작가는 <내게 무해한 사람>에서도 사회 속 다양한 여성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이번 소설집에 실린 일곱 편의 중단편은 모두 여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성들 간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사랑과 우정. 연대. 미움과 상처 폭력 애증을 이야기한다. 특히 인생에서 가장 미숙한 시절인 10대와 20대 시절, ‘미성년의 시간‘이 책 속에 스며있다.

책 제목은 수록작 <고백>에서 따왔다. “넌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으려 하지. 그리고 그럴 수도 없을 거야. 넌 내게 무해한 사람이구나.” 소설 속 미주는 내게 ‘무해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친구 진희로부터 레즈비언임을 고백받는다. 미주는 경멸의 표정을 숨기지 못한다. 시간이 흘러서야 미주는 자신이 진희에게 잔인하게 상처를 입혔던 시간들을 마주한다. 하지만 이미 진희는 세상에 없다. 미주는 뒤늦게 자신이 ‘유해한 사람‘ 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다른 수록작 <601, 602>에서는 공부도 잘하고 똑똑한 여자아이인 효진이 오빠에게 모질게 학대당하는 풍경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그리고 아들을 방조하는 경상도 출신 부모의 모습이 나타난다. 초등학생 주영은 학대 사실을 숨기고 행복한 듯 생활하는 효진을 이해하지 못하며, 반감을 느끼기도 한다. 또 효진을 보며 그런 집에서 태어나지 않은 자신의 처지를 안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주영은 효진을 향한 자신의 시선과 감정이 효진에게 의도하지 않은 상처를 줬음을 깨닫게 된다. 

소설 속 인물들은 어린 시절의 미숙함과 학습된 편견 때문에 가까운 이에게 상처를 준다.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의도치 않게 타인에게 상처를 줬던, 잊고 싶은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 말 한마디가, 그 행동 하나가 얼마나 다른 사람에겐 큰 상처였는지를. 

작가는 말한다. 책을 읽으며 누군가에게 유해했지만, 스스로 무해하다고 여기며 살아온 지난날에 대해 반성하자고. 우린 모두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사람임을 인정하자고. 우리 스스로가 ‘유해한 사람‘임을 잊고 있을 때가 얼마나 많은지 책을 읽으며 찬찬히 곱씹어보자.

“나는 언제나 사람들이 내게 실망을 줬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보다 고통스러운 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실망을 준 나 자신이었다. 나를 사랑할 준비가 된 사람조차 등을 돌리게 한 나의 메마름이었다.”

박민주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SHAMP 12월 추천도서 hot 2022.12.01
    상해교통대MBA와 한양대가 운영하는 SHAMP에서 중국에서 일하는 분들을 위해 <경영과 중국>이라는 테마로 매월 도서를 선정, 추천하고 있다.오십에 읽..
  • [책읽는 상하이 167] 김훈 산문 <라면을 끓이며.. 2022.11.25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는 중국에서 처음 구입한 한국 책이다. 라면은 어떤 상황에서도 거부할 수 없듯이 책 제목에 이끌려 고르기에 조금도 지체하지 않았..
  • [책읽는 상하이 166] 안나 카레니나 2022.11.17
    <안나 카레니나>는 위선, 질투, 신념, 욕망, 사랑, 연민 등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들과 여성 인권 문제, 결혼, 계급(귀족과 농민), 종교(기독..
  • [책읽는 상하이 165] 컬러퍼플 The Color.. 2022.11.10
    미국 흑인 여성작가인 앨리스 워커의 1982년 작 소설이며, 1930년대 미국 남부에 사는 흑인 여성의 삶을 다루고 있다. 오래전 출간될 당시 워낙 화제작이었고,..
  • [책읽는 상하이 164] 보이지 않는 여자들 hot 2022.11.04
    편향된 데이터는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지우는가이 책은 남자들의 삶으로 인류 전체의 삶을 대변하게 하면서 문화 전반에 별도로 수집된 여성의 데이터가 공백이 되었을...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농부산천, ‘정제수’ 출시 소식에 소..
  2. 中 스마트폰 시장 회복 신호 ‘뚜렷’..
  3. 중국인도 즐겨먹던 ‘이 약’ 효과 없..
  4. 광저우자동차, 화웨이 자율주행 기술..
  5. 중국판 챗GPT ‘키미(Kimi)’..
  6. 현대차·기아, 바이두와 MOU 체결…..
  7. 中 상하이 등 20개 도시서 ‘온라인..
  8. 상하이 오피스 공실률 20년만 ‘최고..
  9. [인터뷰] “재외선거 투표 참여 어려..
  10. 상하이 남포대교 한복판서 전기차 ‘활..

경제

  1. 농부산천, ‘정제수’ 출시 소식에 소..
  2. 中 스마트폰 시장 회복 신호 ‘뚜렷’..
  3. 광저우자동차, 화웨이 자율주행 기술..
  4. 현대차·기아, 바이두와 MOU 체결…..
  5. 상하이 오피스 공실률 20년만 ‘최고..
  6. 테슬라, 중국판 완전자율주행에 바이두..
  7. 화웨이·애플, 같은 날 신제품 발표회..
  8. 中 4대 도시 상주인구, 다시 ‘증가..
  9. 中 4대 항공사 모두 국산 여객기 C..
  10. 中 부동산 정책 완화 기대감에 관련주..

사회

  1. 중국인도 즐겨먹던 ‘이 약’ 효과 없..
  2. 中 상하이 등 20개 도시서 ‘온라인..
  3. [인터뷰] “재외선거 투표 참여 어려..
  4. 상하이 남포대교 한복판서 전기차 ‘활..
  5. 일찍 예매하면 손해? 노동절 연휴 항..
  6. 上海 뒷좌석 안전띠 착용 단속 강화
  7. 上海 노동절 연휴 날씨는 ‘흐림’…..

문화

  1. [책읽는 상하이 238] 평범한 결혼..
  2. [책읽는 상하이 237] 멀고도 가까..
  3. 희망도서관 2024년 5월의 새 책

오피니언

  1. [무역협회] 中 전자상거래, 글로벌..
  2.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0] 큰 장..
  3. [상하이의 사랑법 12] 손끝만 닿아..
  4. [산행일지 2] “신선놀음이 따로 없..
  5. [무역협회] 中 1분기 경제지표, '..
  6. [허스토리 in 상하이] 가고 멈춤
  7. [허스토리 in 상하이] 사월
  8. [중국 세무회계 칼럼] A씨가 올해..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