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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내 딸의 성교육

[2019-06-03, 20:46:31] 상하이저널
“엄마, 엄마 섹스해 본적 있어요?” 
국제학교에 다니는 큰 딸이 초등 2학년때쯤 아주 천진난만하게 물었다. 순간 당황했지만. ‘아이가 물어볼 때가 성교육을 시작할 때’라고 한 말이 생각났다. 절대 당황하거나 어떻게 그런 질문을 할 수 있냐는 표정을 짓지 말라고 쓰여 있었다. 
“그럼, 당연하지. 그러니까 너희들을 낳았지.”
“세상에, 두 번이나 하셨어요?’
아이들은 깜짝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속으론 ‘두 번만 했을까?’하며 웃었다. 

둘째 딸이 초등 2학년때쯤엔, 갑자기 욕실에 쪼그리고 앉아 손거울로 자기 생식기를 열심히 보고 있었다. 뭐 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친구들이 구멍이 둘 있다고 해서 정말 그런지 확인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그래 열심히 잘 봐라. 네 몸이 어떻게 생겼는지”라고 말해줬다. 

3학년때는 아빠랑 한 침대에서 낮잠 한 번 같이 자고선 자기가 임신한 거 같다고 걱정했다. 같이 잠 잤다고 무조건 임신하는 건 아니라고 잘 설명해 준 적이 있다. 5학년쯤엔 어떻게 정자와 난자가 만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담담하게 과학 이론 설명하듯이 사실적으로 자세히 설명해줬다. 엄청 궁금했던걸 알게 돼 속이 후련하다며 약간은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엄마, 아빠, 요즘도 섹스 해요?”
며칠 전 9학년 된 딸이 뜬금없이 물었다.  또 순간 당황했지만 솔직하게 “원래 섹스는 죽을 때까지 하는 거야”라고 답했다. 잠시 적막이 흘렀다. 애들은 뭔가 생각났다는 듯 “그게 좋은 거래요. 학교에서 선생님이 그런 게 건강에 좋은 거라고 했어요”라고 말한다. 큰 딸은 중학생이 되면서 부쩍 자기 본능에 자기가 놀라 자신이 왜 그런 감정이 드는지에 대해서도 물어본다.

상하이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어디 물어볼 때도 없고 딱히 들을 성교육 강연도 없어서, 책을 통해 나름 최선을 찾으려고 노력해왔다. 어떤 게 좋은 성교육이지 정답이 뭔지는 솔직히 몰랐다.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자신도 없었다. 그러다가 2년 전부터 한국에서 페미니즘 운동이 활성화되고,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됐다. 자연스럽게 여성인 자기 몸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고 성적 자기 결정권에 대해서도 의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오신 강사 분의 ‘요즘 성인지 교육’을 통해 내가 모호하게 지칭했던 호칭들이 좋지 못한 방법이란 걸 알게 됐다. 들은 대로 생식기의 정확한 이름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대화 중에도 정확한 단어를 쓰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또 자기 몸에 대해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있으려면 팩트를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애들이 질문할 때마다 모호하지 않고 정확하게 얘기해 주려고 했다. 

최근 상하이에선 성인지 관련 공부 모임도 다양한 형태로 많이 만들어졌다. 가능하면 모든 교육과정에 참여했다. 배운 것은 바로 바로 우리 딸들에게 써 먹었다. 올해도 상하이여성단체에서 성인지 강연이 있다. 내 딸들도 참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물어봤다. 

큰 딸은 자기는 이미 알 것 다 알아서 더 이상 그런 거 안 들어도 된다고 한다. “엄마한테 물어보면 엄마가 잘 알려줘서 특별히 그 분한테 물어볼게 없어요”라고 말해 흐뭇하게 했다. 내가 정답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얘기까지 우리 딸들과 터 놓고 얘기할 수 있는 지금이 참 좋다. 그리고, 살짝 그 성인지 교육에 내 딸 이름을 올려 놨다.

튤립(lks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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