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작가의방]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

[2014-11-15, 10:24:05] 상하이저널
[책 한 권 공감 한 줄]
세계가 극찬한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
지금의 나를 버티게 하는 나의 적은 무엇인가
 
얀 마텔 지음 |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13.11.
얀 마텔 지음 |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13.11.
 
부모님이 운영하던 동물원 식구들과 함께 모든 가족이 인도를 떠나 캐나다로 향하던 중 이들을실은 배가 폭풍우에 침몰하면서, ‘파이’라는 14살 소년의 227일간의 긴 항해 이야기는 시작된다. 작은 구명보트에 겨우 살아남은 이들은 파이와 하이에나, 오랑우탄, 얼룩말 그리고 리차드 파커. ‘리차드 파커’는 부모님 동물원에서 사육되던 뱅갈 호랑이의 이름이다.

하이에나와 오랑우탄, 얼룩말은 보트 위 좁은 공간에서 약육강식의 간단한 먹이 사슬을 반전 없이 마무리하고 리차드 파커와 파이는 단 둘이 남게 된다. 아무 것도 없는 캄캄한 어둠 속, 앞에도 끝이 없고, 위도 아래에도 끝이 없는, 희망이라고는 눈꼽 만큼도 찾아 볼 수 없는 그야말로 새카만 하늘과 바다만 맞닿아 있는 곳. 뱅갈 호랑이 한마리와 함께 그 어둠과 추위와 배고픔과 갈증을 버텨야만 했다.

리차드 파커에게 보트를 빼앗겨버린 파이는 그가 잔인하게 새끼 양을 잡아 먹던 장면을 떠올리며, 그의 섬득함에 몸서리를 치고, 순간순간 밀려드는 쓰나미 같은 두려움으로 그의 존재에 대해 갈등을 하게 된다. 보트를 찾아야만 했던 소년은 결국 호랑이를 길들이기로 다짐한다.

물고기를 잡아 한 마리씩 던져주기도 하고, 호루라기를 불어 겁을 주기도 하며 훈련을 시작한다. 배멀미에 쇠약해져 있던 리차드 파커는 차차 던져주는 물고기를 받아 먹는 것에 익숙해 지고, 파이는 간혹 리차드 파커를 길들이는 재미에 망망대해의 표류를 잊기도 한다. 둘은 이미 표류 속에 동지가 되는 반전을 맞으며, 서로를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렇게 태풍을 맞기도 하고, 날치 떼의 비행에 몸을 새우기도 하며, 바다에서의 227일 표류는 멕시코 어느 해안에 다다라 막을 내린다.

파이는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안겨가면서 저 멀리 숲 속으로–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사라지는 매정한 리차드 파커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오열하고, 그렇게 이 소년의 표류기는 해피 엔딩이 된다. 필자도 책을 덮으며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리차드 파커가 주는 여운이 너무도 컸던 이유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리차드 파커’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가 있다. 파이라는 소년은 이제 겨우 14살에 불과하다. 한 순간의 사고로 가족을 잃고 홀로 살아 남아 200일이 넘는 긴 어둠 속에서 지독한 외로움과 싸워 생존하기에는 너무도 어린 나이이다. 묻고 싶다. 이 소년에게 진정 두려웠던 것은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에서 언제 닥쳐 올지 모르는 죽음이었을까, 아니면 서슬퍼런 눈으로 먹잇감을 찾아 한치 앞에서 어슬렁거리는 뱅갈 호랑이 리차드 파커였을까.
어느 재밌는 리서치를 통해 읽은 글이 생각난다. ‘세상 90%의 여자들은 죽음보다 눈 앞의 거미를 무서워 한다는…’

다시 생각해 보면, 리차드 파커 없이 그 무서운 바다 한 복판에 홀로 남겨졌다면 그 소년은 과연 끝까지 살아남아 다시 땅을 밟을 수 있었을까. 이토록 아이러니한 둘의 관계를 되새기며, 지금의 나를 버티게 하는 나의 적은 무엇인가. 지금의 나를 발전하게 하는 나의 아킬레스는 무엇인가, 결코 작지 않은 고민을 하게 된다.

숙적에게 도망 다니며 더욱 질겨진 생명력으로 긴 여정을 버티는 러시아 청어처럼, 지금 여러분 곁에 이처럼 멋진 근육질의 삶을 선사하는 ‘리차드 파커’는 있는지…. 한번쯤 되돌아보는 계기를 가질 수 있기를 기원하며, 이렇게 위대한 베스트 셀러를 읽을 기회를 준 나의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상하이작가의방
   빅토리아최(toda88@toda-w.com)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상하이에는 ‘작가의 방’이라는 이름의 동아리를 만들어 매일 글을 쓰는 삶을 살겠다고 모인 사람들이 있다. 20대의 나이부터 50대의 나이까지, 다양한 감성과 삶의 배경을 가진 한국인들이 모였다. 매주 일요일 오전 두어 시간의 모임에서 똑같은 제목으로 두 꼭지의 글을 써서 공유하고 있다. 상하이저널이 진행하는 ‘책쓰는 상하이’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며 한국인 작가들의 글쓰기, 책쓰기, 시작법 등 공개 강의 과정에 함께 해왔다. 이 과정을 통해 ‘작가의 방’ 플랫폼은 상하이에서 글을 쓰고 책을 출판하고 싶다는 예비 작가들을 격려했고 신인 작가를 발굴해내고 있다. ‘작가의 방’이 상하이 교민사회에서 인문적 삶의 선한 영향력을 널리 퍼뜨리며 문화 수준을 올리는데 기여해 나가리라 믿는다.
shanghaipark@naver.com    [작가의방칼럼 더보기]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영어로 상대방을 유혹하고 싶다면? hot [2] 2014.11.21
    오늘은 알고 있으면 유용한 영어 작업멘트를 소개해 드릴게요. 우선 영어 작업멘트를 영어로는 뭐라고 할까요? 바로 Pick up line. 그럼 이제부터 미국 사..
  • [의료칼럼] 여드름은 왜 생길까? hot 2014.11.18
    요즈음은 입시의 계절이다. 아시아권 중에서도 특히 한국이 대학입학을 위해 온 나라가 들썩이는 것을 보면 성적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인식을 심어주지 않을까 하는...
  • 중국의 기업소득세법 알기② hot 2014.11.12
    [나상원의 중국세무회계로 중국알기] 중국의 기업소득세법이란 말 그대로 기업이 벌어들인 소득을 근거로 하여 소득세를 징수하고 납부하는데 있어서 권리와 의무관계를 정..
  • [의료칼럼] 성형 수술의 주체는 누구인가? hot 2014.11.12
    전반적인 생활 수준의 향상과 고령화로 의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신성장 동력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병원 시스템과 치료 방법의 표준화로..
  • 취업난에 내몰린 대한민국 청년들 hot [1] 2014.11.12
    [신동원의 상하이리포트]요즘 대한민국의 화두는 단연 '취업난'이다. 좋은 대학을 들어가려는 전쟁을 치른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1학년부터 취업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위기의 헝다 자동차, 지방정부가 “보..
  2. 트립닷컴, 관광업 회복에 1분기 수익..
  3. 샤오미, 1분기 순이익 전년比 2배..
  4. ‘공감’ 6주년 기획 '몸·맘·쉼'..
  5. “장가계, 한국인 줄”… 中 언론 “..
  6. 中 스타벅스, 주문 안한 손님 내보내..
  7. [상하이의 사랑법 13] 마음에 들어..
  8. 상하이 新정책 호재에 부동산 시장 ‘..
  9. 알리클라우드, 한국 등 5개국에 데이..
  10. 중국 외교부 화춘잉(华春莹) 대변인,..

경제

  1. 위기의 헝다 자동차, 지방정부가 “보..
  2. 트립닷컴, 관광업 회복에 1분기 수익..
  3. 샤오미, 1분기 순이익 전년比 2배..
  4. 상하이 新정책 호재에 부동산 시장 ‘..
  5. 알리클라우드, 한국 등 5개국에 데이..
  6. 上海 부동산 新정책 발표, 첫 주택..
  7. 中 ‘517’정책 후 부동산 시장 활..
  8. 中 농업·교통·중신은행 ATM 무카드..
  9. 징동 류창동, ‘대기업병’걸린 직원들..
  10. 헝다 자동차, 지분 매각 소식에 주가..

사회

  1. ‘공감’ 6주년 기획 '몸·맘·쉼'..
  2. “장가계, 한국인 줄”… 中 언론 “..
  3. 中 스타벅스, 주문 안한 손님 내보내..
  4. 중국 외교부 화춘잉(华春莹) 대변인,..
  5. 상하이, 中 최초 ‘실외 흡연구역 기..

문화

  1. "책으로 만나는 특별한 상하이".....
  2. [신간안내] 북코리아 5월의 책
  3. ‘범죄도시 4’ 상하이 온다
  4. [책읽는 상하이 241] 하루 3분,..

오피니언

  1. [허스토리 in 상하이] 5월에 하는..
  2. [허스토리 in 상하이] 눈에 보이지..
  3. [허스토리 in 상하이] 눈에 보이지..
  4. [무역협회] 對中 AI 모델 수출..
  5. [상하이의 사랑법 13] 마음에 들어..
  6. [김쌤 교육칼럼] TCK들의 글로벌..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