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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부 대상] 제5회 청소년 통일축제 글짓기 수상작

[2017-05-19, 16:11:12]

 

 

문복이 


장미꽃이 만발하던 5월 선거에서 당선된 대통령은 통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2020년에 드디어 통일이 되었다. 거리에는 북한 식당들이 줄지어 생기기 시작했고, 조금 다르게 말하고 조금 다르게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 역시 이런 상황들이 조금은 혼란스럽고 낯설었다. 사람들이 생각하고 걱정했던 일들이 주변에서 하나 둘씩 일어날 즈음 내가 대학에 입학한 2021년부터 남한의 학생들과 북한의 학생들이 같은 반에서 함께 수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입학 첫 날은 모두가 그렇듯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됐다. 우리 과에도 북한의 아이가 있다는 소문이 아이들 사이에서 자자하다. 한편으론 호기심이 생겼고 또 한편으로는 한국 아이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중국에서 나와 함께 서울로 온 시후는 만나자 마자 북한 사투리를 흉내 내며, 친구가 어떻게 얘기를 할지 따라 하면서 아이들의 웃음을 유도했다. 이제 남북이 통일을 해서 서로 이해를 하고 같이 발 맞춰 걸어야 하는데 시후의 행동을 보고 좋지 않게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자기소개 시간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학생들이 한 명 한 명 자신을 소개했다. 그때 누가 봐도 특이한 한 아이가 등장했다. 학생들은 수근거리기 시작했고, 다들 그 소문 속의 아이가 이 아이라는 것을 짐작했을 것이다. “ 안녕… 하 쎄여.. 저는 방문복 입니다.” 서울말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평온했던 교실 안은 어느새 시끌벅적해졌다. 문복이는 자기소개가 끝나고 내 옆자리에 앉았다. “안녕 나는 주현서라고 해 나도 계속 중국에 살아서 여기가 어색하니깐 우리 둘 다 잘 해보자!” 하고 인사를 건냈더니 수줍은 미소로 인사를 받아줬다. ‘마음열기 성공!’ 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쉬는 시간에 역시나 내가 생각 했던 대로 일이 벌어졌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방문복에게 다가가 폭포처럼 많은 질문을 쏟아 부었다. 그 중 한 아이가 “ 우리는 이미 SNS를 통해 연락이 됐는데 혹시 카톡 아이디 있니?” 라고 물었다. 그러자 문복이는 눈이 똥그래지며 “ 고고이 뭐이가? 고고이 어느 나라 사람 이릅입네까?”라고 대답하자 아이들은 빵 터졌다. 옆에 있던 내가 카톡은 휴대전화로 사람들과 연락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알려줬다.


문복이는 조용히 강의실 밖으로 나갔고 나는 그 뒤를 따라갔다. 우리는 학교 공원 벤치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문복이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전쟁 때 남과 북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평생을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할아버지를 보면서 통일을 간절히 원했던 것 같다. 나는 그냥 친구들과 제대로 된 평양냉면을 서울에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고 북한에 대한 호기심 정도에 그치지 않았다. 문복이의 말을 듣고 통일이 정말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눈 깜짝 할 사이에 며칠이 지나고, 교수님께서는 ‘우리민족’을 주제로 하는 조별발표를 준비하라고 하셨다. 나는 문복이와 시후랑 같은 조가 됐다.  “아 진짜 짜증나 왜 하필 방문복이랑 같은 조야!! 북한에서 온 애가 뭘 알겠어!” 하고 시후가 말했다. 사실 나도 문복이와 같은 조인 것이 썩 달갑지는 않았다. “이놈의 통일은 왜 된 거야?! 야! 주현서 너 우리가 취직하면 받는 월급의 30퍼센트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거 들었어? 이런 미친.” 시후는 하필 우리 때 통일이 된 것을 못마땅해 했다. 한참을 침울한 표정으로 묵묵히 듣고 있던 문복이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 북남이 갈라진 것도 합쳐진 것도 고고이 다~ 역사의 한 줄기 아이겠니?” 나는 이 불편한 상황을 끝내려고 얼른 발표 준비를 시작하자고 했다. 발표 준비를 하는데, 나와 시후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준비하면서 인터넷으로 정보를 모으지 않아도 될 만큼 문복이는 역사를 고조선부터 시작해서 싹 다 꿰고 있었다. 외국에서 공부한 나로서는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문복이 덕분에 발표 준비는 아주 금방 끝났다. 우리나라의 5000년 역사 중 분단의 시간은 70년 남짓한 짧은 순간일 뿐이다. 이제라도 통일이 되어 정말 다행이다. 발표는 무사히 끝났고 교수님은 우리 조를 아주 칭찬해 주셨다. 우리 셋은 서로를 마주보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 얘들아 우리 수업 끝나고 노래방이나 갈까?” 하고 내가 제안하자 다들 좋아했다. 문복이의 열창과 함께 우리의 어색함은 날아가버렸다. “장군님이 선물한 대홍단 감자 정말 정말 좋아요 홍홍 요고이 드셔보시라유 꿀맛입네다.” 아주 재미있는 노래였다.


기숙사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곧 있으면 남한과 북한이 조화를 이루며 같이 살아가는 것을 상상했다. 나와 문복이가 살아갈 대한민국은 더 이상 분단국가가 아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갈 것이다. 하나가 된 대한민국의 미래는 찬란할 것이라고 믿는다. 벌써부터 다음달에 갈 금강산 MT가 너무나 기대된다.

 

주현서(무석한국학교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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