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우리말 이야기⑥] 조사 ‘의’를 줄이자

[2016-02-05, 06:26:14] 상하이저널

[우리말 이야기⑥]
조사 ‘의’를 줄이자


“오등(吾等)은 아(我) ‘조선의 자주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

 

대한민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본 기억이 있을 문장입니다.

기미독립선언문.


이 선언문은 굳은 독립 의지를 격정적이면서도 논리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우리들 머릿속에 감동적인 ‘명문(名文)’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표현만 따진다면. 한문 투라는 근본 한계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일본 말투까지 흉내 낸 엉터리 문장이 수두룩한 ‘악문(惡文)’입니다.


특히 눈에 거슬리는 것이 바로 조사 ‘의’입니다. ‘이(가)’나 ‘을(를)’을 써야 할 자리에 멋대로 ‘의’를 집어넣었습니다. 이는 주로 일본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인 당시 지식인들이 쓴 글에서 흔히 나타나는 병폐인데, 지금도 여전합니다.

 

‘조선의 자주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 을 ‘조선이 자주 독립국이며 조선인이 자주민임’으로 고쳐 봅시다. 한결 낫지 않은가요?

 

누구나 다 아는 동요 ‘고향의 봄’ 첫 구절도 ‘나의 살던 고향’이 아니라 ‘내가 살던 고향’이라야 옳지요.

 

이렇게 ‘의’를 줄이거나 다른 말로 바꾸면 글이 훨씬 읽기 편해집니다. 그것이 바로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쓰는 입말이기 때문이지요. 예컨대 ‘발상의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식의 어색한 문장은 아예 ‘먼저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로, ‘의’뿐 아니라 전체를 뜯어고쳐야 자연스럽습니다.

 

이 글에서는 예문을 제외하고는 ‘의’가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일부러 그렇게 써 봤는데 괜찮지 않습니까?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0년 이후 현재까지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다. 1987년부터 1990년까지 <전교조신문(현 교육희망)>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월간 <우리교육> 기자 및 출판부장(1990~1992), <교육희망> 교열부장(2001~2006) 등을 역임했다. 1989년 이후 민주언론운동협회가 주최하는 대학언론강좌를 비롯하여 전국 여러 대학 학보사와 교지편집위, 한겨레문화센터, 다수 신문사 등에서 대학생, 기자, 일반인을 대상으로 우리말과 글쓰기 강의를 해오고 있다. 또한 <교육희망>, <우리교육>, <독서평설>, <빨간펜> 등에 우리말 바로쓰기, 글쓰기(논술) 강좌 등을 기고 또는 연재 중이다.
ccamya@hanmail.net    [김효곤칼럼 더보기]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포동 한국주말학교 "스무살 됐어요"
  2. 상하이 노동절 황금연휴 꽃놀이·전시·..
  3. 中 올해 노동절 연휴 해외 인기 여행..
  4. 화웨이, 샤오미 차 예약자에 5000..
  5. 세계 ‘최대’ 아시아 ‘최초’ 페파피..
  6. [무역협회] 中 전자상거래, 글로벌..
  7. 팝마트, 해외 고속 성장 힘입어 1분..
  8. 베이징모터쇼 4년 만에 개막…117개..
  9. 상하이 디즈니, 상업용 사진작가 퇴장..
  10. 농부산천, ‘정제수’ 출시 소식에 소..

경제

  1. 中 올해 노동절 연휴 해외 인기 여행..
  2. 화웨이, 샤오미 차 예약자에 5000..
  3. 팝마트, 해외 고속 성장 힘입어 1분..
  4. 베이징모터쇼 4년 만에 개막…117개..
  5. 농부산천, ‘정제수’ 출시 소식에 소..
  6. 샤오미 SU7 출시 28일 만에 주문..
  7. 中 1분기 스마트폰 성적표, 화웨이..
  8. 상하이 오피스 공실률 20년만 ‘최고..
  9. 中 올해 노동절 하루 평균 예상 출국..
  10. 中 스마트폰 시장 회복 신호 ‘뚜렷’..

사회

  1. 포동 한국주말학교 "스무살 됐어요"
  2. 세계 ‘최대’ 아시아 ‘최초’ 페파피..
  3. 상하이 디즈니, 상업용 사진작가 퇴장..
  4. 한인여성회 ‘태극권’팀 상하이무술대회..
  5. [인터뷰] “재외선거 투표 참여 어려..
  6. ‘음악으로 만드는 행복’ 여성경제인회..
  7. 중국인도 즐겨먹던 ‘이 약’ 효과 없..
  8. 中 상하이 등 20개 도시서 ‘온라인..
  9. 일찍 예매하면 손해? 노동절 연휴 항..
  10. 상하이 남포대교 한복판서 전기차 ‘활..

문화

  1. 한국민화협회 상하이지부 제1회 회원전..
  2. 상하이 2024 국제 플라워 쇼 개막..
  3. 상하이 ‘국제 일러스트레이션 페어 2..
  4. [책읽는 상하이 238] 평범한 결혼..
  5. [책읽는 상하이 237] 멀고도 가까..
  6. 희망도서관 2024년 5월의 새 책

오피니언

  1. [산행일지 1] 봄날의 ‘서호’를 거..
  2. [무역협회] 中 전자상거래, 글로벌..
  3. [상하이의 사랑법 12] 손끝만 닿아..
  4.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0] 큰 장..
  5. [산행일지 2] “신선놀음이 따로 없..
  6. [무역협회] 中 1분기 경제지표, '..
  7. [허스토리 in 상하이] 사월
  8. [허스토리 in 상하이] 가고 멈춤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