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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아우성, 그 속에서 싹튼 文化

[2013-11-09, 16:53:16] 상하이저널
[상하이 이노베이션 2]
죽음의 전당이 창조의 산실로, 1933라오창팡을가다.

상하이 홍커우취에 위치한 ‘1933 라오창팡’은 아시아 최대의 도축장이다. 상하이 조계시대에 밀려드는 외부 인구로 기존의 도축 시설만으로는 육류 수요를 감당 할 수 없게 되자 설립된 것. 조계지 공부국은1931년1200평방미터의 토지를 구입하고 은393만2천원을 투자하여1933년에 완공했다. 도축장이 완공된 년도는 현재 건물을 상징하는 숫자가 됐다. 영국인 건축가 발포스(Balfours)가 설계한 공사는 필요한 콘크리트 전량을 영국에서 수입해 올 만큼 건축의 내구성에 많은 힘을 쏟았다고 한다.
 
엄청난 양의 돈을 투자한 만큼 라오창팡은 당시 권총이나 전기충격기 등 최신 설비를 갖춘 대규모의 도살장이었다. 전성기 시절에는 하루에소1000마리, 송아지300마리, 양1500 마리, 돼지300마리를 도살 할 정도로 상하이 육류공급에 큰 역할을 했다. 하루에소1000마리라니....전세계적으로 이런 규모의 도축장은 영국, 인도, 그리고 상하이에 지어 졌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보존이 잘 되어 있는 것이 라오창팡이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라오창팡은 당시 원동제일도살장(远东第一宰牲场)이라 불렸다.
 
세월이 흘러 다른 곳에 도축장이 생긴 이후 라오창팡은 냉동, 전기창고, 제약공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끝내 이 마저도 문을 닫자 결국에는 황폐한 건물로 남게 됐다. 하지만 ‘상하이창의산업센터’가 2006년 라오창팡을 복합 예술공간으로 변신시켰다. 이름부터 창의적인 ’19叁Ⅲ老场坊’의 건축 양식과 특징들을 살펴 보자.
 
라오창팡은 동서양의 건축 특색이 어우러져 있는 건축물이다. 고전 영국식 건축 스타일인 마바실리카 양식을 바탕으로 지어졌다. 거대한 성당이나 교회의 느낌 풍긴다. 하지만 더욱 자세하게 관찰해 본다면 깨알 같이 숨어 있는 중국 건축양식을 발견할 수 있다. 라오창팡은 바깥은 사합원(四合院)형식으로, 도살장 주요 건축물인 내부는 원형 건물로 조성돼 있다. 알고 보니 중국인들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라는 풍수지리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천원지방(天圆地方)사상을 건축물에 도입하는 경우가 흔하다. 건물 서쪽에 난 격자창은 상하이 바람의 방향을 고려해서 지었다. 또한 서쪽은 극락세계로 향하는 방향이어서 죽은 동물들의 윤회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하니 건물에 의미를 담은 상징성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회랑식의 건물 외관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1933라오창팡만의 독특한 건축 기술들을 볼 수 있다. 우선 노출 콘크리트 방식으로 마감된 외관은 이곳이 도살장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묘한 느낌을 준다. 또한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온도차이는 물리원리를 이용한 온도 조절에 의해서 이다. 건물의 높낮이를 달리하거나 50cm나 되는 벽사이에 공간을 두는 방법으로 상하이의 여름을 거뜬히 물리 칠 수 있었다고 하니 그들의 지혜가 놀랍기만 하다. 장소가 도살장이었기 때문일까? 들어가자마자 느껴지는 냉기로 등에 소름이 끼쳤다.

과거 도살장의 흔적은 소들이 다니던 우도(牛道)에서 찾아볼 수 있다. 소들이 미끌어지지 않게 표면을 울퉁불퉁하게한 세심함에 놀랬다. 소들의 마지막 종착지인 도살장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올라가며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느낌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순간 덤덤히 죽음을 맞이하며 걸어가는 소들의 그림이 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다. 모든 공중 다리의 끝에는 동물들이 도살 당했던 원형 타워의 중심 구역에 다다른다. 지금은 세계적인 발표회나 창의적인 이벤트를 여는 곳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내 눈에는 라오창팡의 핵심인 도살장에서 이벤트를 하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만 보였다.

'사라지는 것과 생산적인 것이 동시에 같은 장소에서 시간차를 두고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원형 건물의 곳곳에 있는 나선형 계단은 인명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어졌다고 한다. 죽음을 감지한 동물들이 난동을 피우기 마련이기에 인부들의 탈출구인 나선형 계단들이 필수적이였다고. 체계적인 구조에 감탄을 하는 반면 줄행랑을 치는 인부들의 모습을 떠올리니 웃음이 나왔다. 라오창팡 꼭대기에 위치한 공중극장은 600평방 미터의 유리가 바닥을 이루고 있어 공중에 붕 떠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놀라운 점은1평방 미터당480kg의 무게를 버틸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페라리F1 쇼, 파리미술엑스포, 벤츠신차공개회, 포르쉐60주년기념식, 나이키 농구 토너먼트 등 다양한 행사가 주최되고 있는 건물의 중심이자 꽃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보존과 개발이 공존하며, ‘老상하이’를 버리지 않고 오히려 도시 특색화사업으로 추진하는 상하이와는 달리  서울의 도시 정책은 어떠한가? 공덕동 남서블록의 한옥집단지구, 익선동 166번지, 성신여대와 보문동 일대의 한옥들, 공기업 소유의 삼우창고 등이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철저하게 파괴됐다. 우리도 상하이처럼 자원 보존과 활용을 병행하며 도시의 가치를 증진시키는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국정부가 통과시켜 추진중인 ‘도시 재생법안’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고등부 학생기자 양근영(SAS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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