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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싱글, 언제든 떠날 수 있음

[2024-07-08, 18:34:26] 상하이저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음. 이것은 싱글이 가진 장점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같은 리듬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다는 건 싱글 생활 최대의 복지 혜택!

김영하 작가는 <여행의 이유>에서 자신을 일상으로 돌아올 때가 아니라 여행을 시작할 때 마음이 더 편해지는 사람이라 소개하였는데 나도 아마 조금은 그런 부류인 듯, 어딘가론가 향하기 위해 비행기를 탔을 때, 좁은 기내에서 내 자리를 찾아 앉고 나면 그 어느 때보다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곤 한다. 


지난 두 달간, 회사 구조조정을 비롯해 잔잔한 내 일상에 두어 번 파도가 일렁였다. ‘나 중국에 너무 오래 살았나’. 오랜 중국 생활 덕분에 겪지 않아도 되는 일을 겪는 것 같은 씁쓸함과 한곳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는 듯한 스스로가 원망스러운 마음도 조금 올라오던 시기, 마침 감사하게도 2주간의 휴가가 주어졌다. 산과 바다가 주는 휴식보다 가까운 친구와의 수다가 더 그립던 시점. 파리에 살고 있는 끌로에가 생각났다. 

상하이에서 석사과정을 함께한 끌로에. 당시 동기들에 비해 만학도였던 우리는 이런저런 고민을 나누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끌로에는 프랑스 화교 출신인데, 그녀의 부모님은 원저우 사람으로 오빠만 데리고 일찍 파리로 이주해 중식당을 여셨다. 부모님의 식당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12살 무렵, 가족들의 얼굴도 모른 채 처음 파리에 도착한 끌로에. 여자가 공부해 무엇에 쓰냐며, 식당 일을 돕다 일찍 시집이나 가라는 집안 분위기에도, 공원에서 몰래 공부해 장학금으로 공대에 진학하고, 20살 이후 가족을 떠나 완벽하게 독립해 혼자 살아가고 있는 넘사벽 깡다구의 그녀.  

[사진=파리 예술의 다리(Pont des Arts) 위]

내 마음속 독립투사 끌로에 덕분에 난생처음 가보게 된 파리는 기대 이상으로 친절하고 아름다웠다. 그럼에도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친구이자 타인인 그녀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 볼 수 있었다는 점. 내겐 너무나 낯설고 이국적인 그곳에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그녀를 보며, 때론 마치 내 삶을 밖에서 담담히 들여다 보고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진=파리 몽마르뜨]

장소만 다를 뿐, 같은 시기를 비슷한 생각과 감정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쯤 살아보고 싶던 파리 에펠탑 아래 그녀의 일상도 지내다 보니 동방명주 아래에서 살고 있는 내 모습과 비슷했고, 그녀의 일과 사랑, 고민에 건네는 나의 위로는 꼭 내가 나 자신에게 하고 있는 말인 듯했다. 나는 그녀의 세상을 여행하며 나를 만났고, 한없이 강해 보이던 끌로에를 위로하듯 나의 결점도 보듬어 주고 싶어졌다. 그리고 잠시 떠나온 나의 공간들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졌다.

[사진=파리 마레지구(Le Marais)]

2주 만에 돌아온 상하이는 장마가 시작되고 있었고, 그동안 화장실 수리를 맡아준 아랫집 할머니는 니가 좋아할 거라며 기다렸다는 듯 앞장을 서신다. 그러고 보면 여행길이 설렜던 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편안한 내 공간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 김민철 작가의 <모든 요일의 여행>에서 여행이란 ‘여기에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이라고 했다. 역시,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싱글의 복지 혜택은 대단히 만족스럽지만, 함께 일상을 여행할 멋진 여행 파트너이자 인생 파트너를 찾고 싶은 건, 안비밀!

상상(sangsang.story@outl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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