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5일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한국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절차에 물꼬를 터주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이는 상대 국가를 배려한 정책적 유연성을 발휘한 것으로, 미국에선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 통상 당국자가 이날 밝힌 ‘한·미 FTA가 발효되면 한·미 FTA 서비스·투자위원회에서 ISD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은 사실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이미 지난 10월30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설립하기로 합의한 한·미 FTA 서비스·투자위원회에서 다루기로 한 대상도 ‘서비스·투자 영역에서 양국이 제기하는 문제’라고 규정, ISD를 논의할 수 있는 틀을 만든 바 있다.
그럼에도 미국이 ISD를 구체적으로 적시해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한국을 배려한 적극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이 ISD에 대한 문제점을 인정하지도 않으면서 상대 국가 내부의 논란 때문에 상당한 유연성을 발휘한 것이다. 더군다나 미국은 대체로 모든 국가 간 조약에서 우월한 위치를 점해왔고, 오히려 상대 국가에 추가적인 압박을 가해왔다. 미국은 한국과 함께 FTA를 체결한 파나마와 콜롬비아에 대해 FTA 발효를 위한 ‘선결조건’으로 추가 요구사항을 제시하면서 발효를 늦추고 있는 상황이다. 콜롬비아에 대해서는 노동권 보장문제를, 파나마에 대해서는 조세 관련 문제에서의 진전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에 대해서만 수세적이면서 엄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 행정부가 입장을 밝힌 시점도 한국을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미국은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FTA 발효 이후 3개월 내에 미국에 ISD 재협상을 요구하겠다”고 제안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호응하는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이는 ISD 교착상태를 뚫기 위한 방안을 한국과 사전에 협의해왔음을 시사한다.
물론 미국의 이 같은 입장이 한국만을 배려한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FTA가 빨리 비준되는 것이 미국에도 이익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