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체제는 김가 왕조 그 자체이다. 왕조국가에서는 권위가 혈통에서 나오기 때문에 고영희를 왕비와 국모의 위치로 올려야 김정은이 적자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공식적인 권력승계가 끝났으니 김정은에 대한 절대화, 개인숭배를 넘어 혈통의 정당성을 선전하는 단계로 가는 것으로 보인다. 위대하신 수령님으로서의 무오류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도 고영희에 대한 우상화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김정은 체제 6개월이 지나고 나니, 이제 그런 작업들이 가시화되고 있는것 같다. 최근에는 북한에서 김정은 생모 띄우기를 위해 만들었다는 기록영화도 일본언론에 의해 공개되었다. 요는 3대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즉 김정은의 탁월함과 후계의 정당성을 선전하기 위해 ‘수령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탄생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갖다붙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는 누구나 다 아는 하지만 북한안으로는 철저히 숨겨야 하는 말못할 고민이 있다. 영화를 보면 고영희라는 본명이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름 대신 ‘조선의 어머니’나 ‘위대한 어머니’라는 찬양 문구를 사용했단다. 이는 당분간 고영희의 실명이나 이력이 공개되지 않을 것임을 말해준다.
‘조선의 국모’가 재일교포 출신에 만수대 예술단 무용수였다는 사실은 백두혈통에 대한 모욕에 다름아니다. 이를 은폐하면서도 신격화 하는 작업은 우상화의 귀재인 북한 당국자들에게도 실로 어려운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영화에는 그런 고민의 흔적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아마도 시간이 조금만 더 흐르면 각종 보도와 대북민간방송 등을 통해 북한 주민들도 고영희의 존재를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고영희에 대해 북한 당국이 제 아무리 미사여구로 범벅된 선전을 벌인다 한들 결국은 김정은을 향한 칼이 될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비장하게 꺼내든 칼이 승리를 가져다 줄지 자신을 향한 비수가 되어 날아들지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