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전 고전들이 요즘 10대와 20대의 책장에서 다시 발견되고 있다. 예스24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9월까지 세계문학전집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5.8% 증가했다. 특히 20대의 구매 비율은 14.3%로, 5년 전 7.5%에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10대 이하의 비율도 0%에서 3.7%로 상승했다. 전자책 시장에서도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서, 세계문학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왜 요즘 청년들은 다시 세계문학을 찾고 있는 것일까? 이 현상을 분석해 보면 세 가지 주요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청년들의 삶을 반영한 이야기


최근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과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처럼 자아와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불확실한 시대를 사는 청년들에게, 자아 정체성과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고전의 주인공들은 더 이상 ‘먼 시대의 인물’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내면은 지금 청년들과 더욱 맞닿아 있을지도 모른다.
특히 <인간 실격> 속 주인공처럼 사회에서 고립감을 느끼고 방황하는 인물은 지금의 20대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는 평가도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많은 것을 온라인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었지만, 오히려 사람들과의 접촉이 줄어들면서 내면의 고독은 더욱 짙어졌다. 디지털 세상 속에서 외로움을 숨기며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고전 속 인물들의 고민은 너무도 익숙하게 다가온다. 고전은 여전히 인간의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도 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SNS에서 다시 태어난 문학


MZ세대의 소셜미디어에는 세계문학도 유머와 밈(meme)으로 재해석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은 ‘이 책 읽고 범죄 계획 세웠다가 주인공처럼 망함’이라는 패러디 밈으로 공유되고, 조지 오웰의 <1984>는 감시 사회를 풍자하는 로 자주 인용된다. 이처럼 고전이 어렵고 무겁다는 고정관념을 SNS 속 가벼운 콘텐츠가 무너뜨리고 있는 셈이다.
또한 인스타그램에서는 세계문학 속 명언을 감성적인 이미지와 함께 공유하거나, ‘세계문학 인물 MBTI 분석’ 같은 재미있는 소재로 재조명되기도 한다. 책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달라졌지만, 그 본질적인 메시지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학은 여전히 살아 있다.
고전을 알리는 트렌디한 전략

독서 플랫폼들 역시 젊은 세대를 겨냥한 전략으로 세계문학을 새롭게 풀고 있다. ‘밀리의 서재’는 고전 작품 제목을 현대적으로 유쾌하게 바꾸는 ‘작명왕 챌린지’를 통해 웃음을 자아냈다. 예를 들어 <위대한 개츠비>는 ‘여주 꼬시려다 파산핑이 돼’, <로미오와 줄리엣>은 ‘네가 “자기야 나 안 죽었어” 했잖아? 이딴 책 안 나왔어’와 같은 제목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외에도 독서 플랫폼은 다양한 형태로 독서의 경험을 확장시키고 있다. 유명인이 낭독하는 오디오북, 줄거리와 해설이 담긴 도슨트북, 챗봇과 대화하듯 전개되는 챗북, 그림과 음악을 감상하며 읽는 오브제북 등, 단순한 텍스트 소비를 넘어 오감으로 즐기는 독서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이는 고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형식이 세계문학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낳고 있다. 이처럼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넓히려는 독서 플랫폼들의 노력이 돋보이고 있다.
비록 방식은 예전과 다르지만, 오늘날 청년들은 여전히 진지하게 세계문학을 마주하고 있다. 고전을 단순히 ‘옛날 이야기’로 넘기지 않고, 오히려 그 안에서 자기 삶을 발견하고, 공감하며, 때로는 위로를 얻는다. 세계문학을 향한 이들의 관심이 단기적인 유행을 넘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여정이라면,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는 변화다. 앞으로도 이러한 시도가 꾸준히 이어지길, 한 학생으로서 기대해 본다.
학생기자 구은채(SMIC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