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간 판매량 200만 대에도 못 미치는 영국 자동차 시장이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비야디, 샤오미, NIO에 이어 지리자동차(吉利)까지 본격적인 진출을 선언했다. 중국에서 비야디와의 격차를 좁혀가고 있는 지리는 이제 경쟁 무대를 유럽으로 옮기고 있다.
10일 계면신문(界面新闻)에 따르면 지리자동차는 런던에서 첫 순수 전기차 EX5를 공개하며 영국 시장에 본격적인 진입을 알렸다. 중국에서의 판매가보다 약 두 배 높은 가격으로 출시했다. 현지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구매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어 경쟁 모델인 비야디의 Atto2와 비슷한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리가 유럽의 첫 진출지로 영국을 선택한 데에는 영국과의 오랜 인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런던 택시 컴퍼니 투자, 2009년 볼보 인수, 로터스 〮 아스톤마틴 지분 확보 등으로 영국에서 브랜드 자산과 네트워크를 쌓아왔다.
해외 기업 인수합병에는 활발했지만 정작 완성차 수출에서는 경쟁사에 크게 뒤쳐지는 지리. 2003년 상반기 수출량은 18만 4000대로 전년 대비 8% 감소한 반면 비야디는 44만 3000대, 치루이(奇瑞)는 54만 6000대를 수출했다.
구이성웨(桂生悦) CEO는 “해외 시장에서의 조직, 제품 구조, 조사 부족이 원인”이라며 하반기부터 신차 출시와 유통 채널 확충을 통해 수출을 반등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 시장에서는 현지 공장을 짓지 않고 기존 생산 시설을 활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유럽 내 파트너사와의 공급망, 딜러, 인재 협력을 강화하고, 영국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영국 시장에 몰리는 데는 몇 가지 뚜렷한 이유가 있다. 먼저 EU보다 관세 장벽이 낮고, 최대 3750파운드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지급한다. 게다가 충전 인프라가 북유럽 다음으로 많다는 점, 다른 유럽 국가들과 인접해 유럽 전체로 확장을 위한 발판 역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성숙한 딜러와 금융 리스 체제가 갖춰져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영국에서의 전기차 판매 대부분은 여전히 개인이 아닌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5년 9월 기준, 영국 내 전기차 신규 등록 7만 2800대 중 70% 이상이 기업 구매였다. 더욱이 오펠, 르노, 폭스바겐 등 유럽 주요 브랜드들도 유사한 가격대의 전기차를 속속 출시하면서 가격 경쟁력도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