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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고마운 우리

[2016-10-06, 06:44:38] 상하이저널


텔레비전 강의 프로그램에서 외국인이 말하는 ‘한국인의 놀라운 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한 가지가 기억에 진하게 남았다. 중국과 일본을 얕잡아 보는 유일한 나라 한국은 유난히도 공동체 의식이 강한 국민이라는 내용인데, 그 구체적인 증거는 이러했다. 중일 전쟁 중에 희생당한 중국인의 숫자가 일제 강점기의 한국인의 숫자보다 몇 배나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항일 운동의 시도나 성과, 규모는 한국이 월등하게 많고 강렬했다는 것이었다. 또 우리 나라가 국가적 위기에 모금을 통해 큰 성과를 낸 것에 주목했다. 일제 강점기의 ‘국채보상운동’이라던지 IMF외환위기 당시의 ‘금 모으기’ 운동을 언급하며 이런 현상은 어떤 나라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는 내용이었다.


우리말 중에서 외국인이 난해해 하는 말이 ‘우리 엄마’, ‘우리 아빠’이다. ‘우리 엄마․아빠’라니 따지고 보면 몹시 해괴한 말이다. 외국에서 태어나 자란 교포 아이들이 가끔 ‘내 엄마’,‘내 집’이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 참으로 어색하다. 우리 나라, 우리 민족, 우리 집, 게다가 부모님까지도 공동의 개념으로 부르는 우리 민족의 공동체 개념은 다른 민족을 받아들이는데 큰 장애가 된다는 단점도 있지만, 놀라운 힘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었다는 사실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특히, 우리같이 해외에 나와 사는 사람들에게 공동체가 주는 힘은 어머어마하다. 처음 중국에 와서 아무 지인도 없었을 때, 아침마다 하루를 어떻게 지내야 하는 지 막막했다. 말도 못하고 분위기도 모르는 그 때, 딸아이의 수영복을 사기 위해 유치원에서 준 주소 하나를 가지고 택시를 탔다. 주소에 센샤시루(仙霞西路)라고 적혀 있었는데 기사가 대충 봤는지 나를 센샤루(仙霞路)에 내려줬다. 길 가던 행인들도 가리키는 방향이 각각 달라서 헷갈리는데 안되겠다 싶어 센샤루를 중심으로 서쪽에 있겠지 하고 서쪽으로 무작정 걷기로 했다. 그렇게 울며 해매는 통에 한국 아주머니 한 분을 우연히 만나 다행히 길을 찾게 되었는데, 그때 그 아주머니가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시면서 어려운 일이 생기면 전화하라고 하셨다. 그때 얼마나 고마웠는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나도 새로 깡라이한 한국 아줌마들을 만나면 그 때가 생각나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한국에 있을 때는 외국 나가 살면서 한국인들이 밀집해 사는 동네에 뭣하러 들어가 사나, 그 나라 사람들이랑 부대끼며 좀 살아보지 하는 생각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그저 해외 생활을 낭만적으로만 바라본 것이었다. 한국 상점도, 한국 음식점도 너무 고맙다. 그리고 중국에 처음 왔을 때 한 면 한 면 정독했던 한인 신문도 너무 고맙다. 이제는 우리 집 그릇이 어떤 게 있는지, 내 일주일 스케줄이 어떻게 되는지 다 꿰고 있는 이웃 아우님, 우리 아이들이 이모라고 부르는 건넛집 언니까지 내게 새로운 식구처럼 가까운 사람이 된 우리 이웃들이 참 고맙다. 이 모든 것들이 없었다면 내 상하이 생활은 이렇게 즐겁지 못했을 것이다.


정작 한국에서 살 때는 그 고마움을 몰랐었다. 우리 것들이 그렇게 좋은 지를, 그리운 것인지를 몰랐다. ‘이거 한국에서 갖고 온 거야’ 라는 말은 좋은 것, 믿을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는 물건의 품질 이상의 것이 담겨있다. 우리의 것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장소도 마찬가지다. 엄청난 스케일의 기암괴석이 장관인 여행지에 가도 그리운 것은 내가 매주 오르던 서울의 작은 뒷산이다. 반나절이면 갈 수 있는 아름다운 바다가, 가을이면 지천으로 피는 코스모스가 그렇게 고마운 것인 줄은 몰랐다. 바람이 선선해지면 더더욱 생각나는 우리 친구들, 우리 가족들, 우리의 것들이 지천으로 널려있는 우리 나라가 이제야 참 고맙다.


느릅나무(sunman5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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