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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이사 1년, 주민들의 텃새

[2016-11-09, 13:29:47] 상하이저널


올해 초 화원 딸린 1층집으로 처음 이사를 와서 살고 있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화분으로 장식도 하고 예쁜 파라솔로 화원분위기를 내고 나름 만족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파트단지 한가운데 위치한 우리 집은 지나가는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만 큼 베란다가 뻥 뚫려 있었다. 옆집처럼 작은 나무라도 하나 심어있으면 좋으련만 베란다에 빨래만 널어도 구경거리가 되기 일쑤였다.


고심 끝에 갈대발을 사다가 화원을 뺑 둘러 밖에서 잘 들여다보이지 않게 바리게이트를 쳤다. 나는 파라솔에 앉아 차를 마실 수도 있어 개인적으로 너무 만족스러웠다. 며칠 후 택배를 찾으러 관리사무소에 갔다가 관리실 직원이 아파트 주민이 우리 집 베란다가 보기 안 좋다는 소릴 했다는 얘길 전해 들었다. 남의 집 베란다가 보기 좋건 말건 무슨 상관이냐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렇게 한 달이 지났을 무렵 이번엔 아파트 반상회에서 찾아와 베란다 갈대발이 보기 안 좋으니 철거했음 좋겠다는 통보를 해왔다. 기가 막혔다. 누군가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보기 안 좋다는 이유만으로 철거를 하라니…. 다행히 집주인은 세입자편을 들어주어 개인재산이니 철거를 하라 마라 할 권리가 없다고 반상회에 통보를 했다.


이렇게 끝났나 보다 하고 잊고 있을 무렵 창닝구 청관(城管)이 집으로 찾아와 베란다를 두른 갈대발은 불법건축물에 속하니 조속히 철거하라는 통보를 하고 갔다. 어이가 없었다. 집주인하고 얘기가 끝난 줄 알았더니 몇 달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해결이 안되었다니. 청관 얘기인즉슨 우리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 우리 베란다에 불법 건축물이 세워져 있다는 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듣는 순간 이 아파트에 오만 정이 뚝 떨어졌다. 부릴 텃세가 없어 이런걸 가지고 부리나 싶었다. 나는 얼른 집주인에게 청관이 다녀간 얘기를 했고, 집주인은 본인이 알아서 처리할테니 걱정 말라고 했다. 순간 꽃가루 알러지 때문에 고생했던 지난날이 떠오르며 이 참에 베란다를 핑계로 아예 이사를 갈까 하는 꼼수가 떠올랐다. 꽃가루 때문에 이사 간다고 하면 그 어떤 집주인이 보증금을 내어주겠는가? 나는 이런저런 계산으로 한편의 시나리오를 짜느라 여념이 없었다. 차라리 이렇게 버티다가 강제철거를 하면, 그때 돼서 못살겠다고 길길이 뛰면 집주인도 보증금을 내어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집주인이 알아서 처리한다고 했지만 청관까지 온 마당에 쉽게 끝날 것 같진 않았다. 이 집에 이사 와서 흰개미, 누수, 꽃가루까지 다 지나간 일이라 생각하며 잊고 지냈는데…. 이제 좀 살만하나 싶었더니 이젠 어이없는 신고까지 당하고, 이 집과는 인연이 없나 보다 하며 마음을 접고 청관이 얼른 와서 베란다 갈대발을 철거하기를 학수고대 하고 있었다.


며칠이 지나도 기다리는 청관은 오지않고 관리소 소장님이라는 나이 지긋한 분이 오셔서 베란다 갈대발대신 나무를 뺑 둘러 심으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렇잖아도 옆집 나무가 부러웠는데 나무 얘길 꺼내니 이 핑계로 이사까지 결심하고 있는 내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 집도 아닌데 내 마음대로 나무를 어떻게 심느냐며 반문했더니 나만 동의하면 집주인한테 얘기해 나무를 심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나무만 사오면 심어주고 관리하는 건 관리사무소에서 다 해준단다.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동의!’를 외쳤고, 며칠 후 집주인이 사온 나무를 뺑 둘러 심어 외관상 보기 좋은 화원이 완성됐다.

 

 이사 온지 아직 1년도 안됐는데 앞으로 또 무슨 스펙터클한 일이 벌어질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살아간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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