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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63] 기사단장 죽이기

[2019-12-15, 15:28:12]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 2017년 7월

 

‘이야기라는 것은 즉각적인 효력은 없지만 시간의 도움을 얻어 반드시 인간에게 힘을 준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되도록 좋은 힘을 주고 싶다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전설의 화가 아마다씨가 숨겨둔 걸작 <기사단장 죽이기>.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에서 기사단장이 돈 조반니 칼에 쓰러지는 장면을 연상하게 하는 일본화를 우연히(?) 찾아낸 ‘나’는 (시간, 공간, 개연성 3요소로 이루어지는) 인간계에 (인간계 모든 요소에서 독립적인) 이데아와 (그저 현상과 표현의 관련성이 시키는 대로 움직일 따름인) 메타포를 불러들인다. 무와 유 사이 경계.. 현실이 비현실이 되기도 하고 비현실이 현실이 되기도 하는 지점을 우연인 듯 필연인 듯 왔다갔다 하게 된 사건들.
 
작가 하루키에게 이데아와 메타포 사이를 오가는 일은 그저 일상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그 이야기의 힘은 여전히 강렬하다. 지금껏 읽은 하루키 중에 가장 하루키답지 않았으나 가장 괜찮은(남는 것이 있는) 이야기였다.

 

제1권 삼 분의 이 지점을 넘어갈 때까지 지루한 배경 구축에 무척 따분하고 집중이 안 됐지만, 뒤로 갈수록 집중도가 상승한다.  하루키답지 않게 허무로 끝나지 않고, 인생사를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혹은 현실)과 감춰진 부분(또는 비현실)을 위아래로 보이게 안 보이게 솜씨 좋게 교차시켜 잘 짜 놓았다. 이제 하루키가 삶에 대한 통찰과 지혜를 화려한 글재주 위에 잔잔하게 짜 넣을 만큼 무르익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키를 읽고 허무하지 않은 것이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물론 ‘노르웨이의 숲’을 비롯해 시사점이 많은 다른 작품들이 있지만, 하루키 특유의 허무함과 상실감이 우울하게 남지 않은 적은 드물었기에 이 작품은 특히 인상적이다.
 
하루키답지 않은 느릿한 전개, 우울하고 허망하지 않은 마무리,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환상과 허구의 세계를 마음껏 만들어 내지만 현실 세계에 적용할 수 있는 지혜와 통찰이 들어있다. 하루키가 노벨문학상에 가깝게 다가간다면 이 작품 ‘기사단장 죽이기’부터이지 않을까!

 

신경은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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