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茶 칼럼]육보차(六堡茶), 빈랑향을 찾아서

[2023-10-30, 16:23:05] 상하이저널
[사진=육보진 들어가는 입구에 세워진 대문]
[사진=육보진 들어가는 입구에 세워진 대문]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필자에겐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상해 날씨가 너무 고맙다. 하지만 이른 아침 습한 공기를 과도하게 마신다면 몸이 불편해질 수 있다. 이 때 마시면 좋은 게 바로 육보차라는 흑차(黑茶)다. 광서장족자치구에서 생산되지만 말레이시아 등 외국에서 더 인기를 끌었다가 요즘 들어 중국 내부에서의 소비도 빠르게 늘고 있다. 

[사진=육보진 사류촌 부근 아름다운 차밭 풍경]  

차의 가공 방법에 의한 6가지 분류 중 흑차는 꼭 악퇴(渥堆)라는 공정을 거쳐야 한다. ‘찻잎에 물을 뿌린 후 쌓아 둔 채로 미생물 증식에 의한 차성분의 변화를 유발’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육보차는 모차(毛茶)를 만든 후 이 현대적인 공정에 의해 재 가공된 것이다. 보이차 숙차를 즐겨 드시는 분들은 이 악퇴라는 용어가 친근할 것이다. 이 공정의 장점은 몇 달 정도의 시간으로 몇 십년에 해당하는 차 성분의 변화를 일으켜 달고 마시기 편한 차로 만들어 주는데 있다. 

[사진=자색을 띠는 육보차의 이상적인 찻잎 채엽 조건]

[사진=육보차 전통 공정을 위해 18개의 솥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하지만 이렇게 악퇴 과정을 거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올해 국경절 연휴 기간 방문한 육보차의 대표 산지인 오주시(梧州市) 창오현(苍梧县) 육보진(六堡镇)에서 경험한 전통 공정은 참으로 흥미로웠다. 수확한 찻잎은 시들리기를 거친 후 무쇠 솥에서 살청(杀青, 효소활성 없애기)을 한다. 대바구니로 옮겨 손바닥으로 찻잎을 굴리며 유념(揉捻, 비비기)을 한 후 다시 솥으로 옮긴다. 이제 육보차의 특징 공정인 퇴민(堆闷)을 10~16시간 거치게 되는데, 이는 ‘아직 건조되지 않은 찻잎을 쌓아 둔 상태에서 자동산화에 의한 차 성분의 변화’가 목적이다. 이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황차(黄茶)의 민황(闷黄) 공정과 원리는 같은데 더 빠르게 더 많이 변화시키는 점이 다르다. 이를 통해 꿀 향인 듯 꽃 향인 듯 향기 성분을 발현시키고 쓴맛과 떫은맛은 줄이는 대신 단맛은 증가하게 된다. 그 후 솥에 슬슬 불을 때가면서 서너 시간에 걸쳐 찻잎을 바짝 말려주면 모차는 완성된다. 비비기 공정에서 잠시 대나무 채반으로 옮겨졌을 뿐 그 외 공정은 모두 솥에서 진행된다. 요즘은 자동화된 기계설비로 생산 효율을 높여서 생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진=손으로 살청하다 뜨겁다면 나무가지를 활용해서 진행한다.]

[사진=왼쪽부터 살청전, 살청후, 유념후, 퇴민 직전의 공정별 찻잎 변화 모습]

이렇게 만든 모차는 그대로 보관하고 숙성한 후 판매하거나 앞에서 언급한 현대적인 공정, 즉 악퇴 발효를 거친 후 상품화한다. 때로는 증기로 찻잎을 찐 후 큰 대나무 광주리에 눌러 담아 숙성시키는 방법인 쌍증쌍압(双蒸双压)으로 만든 차도 보인다. 

어느 경우이든 육보차는 10년 이상 진화(陈化) 시켜서 마시는 게 일반적이다. 폭격을 피하기 위해 건설한 방공동(防空洞)에서 보관하면서 숙성한 걸 자랑하기도 하는데 좋은 품질의 절대적인 조건은 아니다. 바람이 잘 통하고 습도가 너무 높지 않은 조건에서 보관되어 찻잎이나 차탕에서 곰팡이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을 선택하기를 권한다. 

[사진=진화(陈化)를 위한 창고를 잘 갖춰야 품질좋은 육보차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육보차의 특징은 홍(红), 농(浓), 진(陈), 순(醇)이라는 네 글자로 표시하고 대표적인 향 특성은 빈랑향(槟榔香)으로 묘사한다. 품종이나 보관 조건에 따라 인삼향, 영지버섯향, 한약향 등 다양한 느낌을 얻을 수 있다. 쌀쌀해지는 날씨에 편안하게 육보차 한 잔 하면서 향기 성분을 묘사해 보는 재미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사진=8. 13년 자연 숙성된 육보차는 부드러운 맛과 풍부한 향을 선사해 준다.]


茶쟁이 진제형은 25년 넘는 차 연구원 경험을 바탕으로 <茶쟁이 진제형의 중국차 공부>라는 책을 출간하고, 아내인 으라茶茶 이선혜와 함께 차 관련 동호회 운영 및 차 강좌를 통해 차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master2@shanghaibang.com    [진제형칼럼 더보기]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농부산천, ‘정제수’ 출시 소식에 소..
  2. 中 스마트폰 시장 회복 신호 ‘뚜렷’..
  3. 중국인도 즐겨먹던 ‘이 약’ 효과 없..
  4. 광저우자동차, 화웨이 자율주행 기술..
  5. 중국판 챗GPT ‘키미(Kimi)’..
  6. 현대차·기아, 바이두와 MOU 체결…..
  7. 상하이 오피스 공실률 20년만 ‘최고..
  8. 中 상하이 등 20개 도시서 ‘온라인..
  9. [인터뷰] “재외선거 투표 참여 어려..
  10. 상하이 남포대교 한복판서 전기차 ‘활..

경제

  1. 농부산천, ‘정제수’ 출시 소식에 소..
  2. 中 스마트폰 시장 회복 신호 ‘뚜렷’..
  3. 광저우자동차, 화웨이 자율주행 기술..
  4. 현대차·기아, 바이두와 MOU 체결…..
  5. 상하이 오피스 공실률 20년만 ‘최고..
  6. 테슬라, 중국판 완전자율주행에 바이두..
  7. 화웨이·애플, 같은 날 신제품 발표회..
  8. 中 4대 도시 상주인구, 다시 ‘증가..
  9. 中 4대 항공사 모두 국산 여객기 C..
  10. 中 부동산 정책 완화 기대감에 관련주..

사회

  1. 중국인도 즐겨먹던 ‘이 약’ 효과 없..
  2. 中 상하이 등 20개 도시서 ‘온라인..
  3. [인터뷰] “재외선거 투표 참여 어려..
  4. 상하이 남포대교 한복판서 전기차 ‘활..
  5. 일찍 예매하면 손해? 노동절 연휴 항..
  6. 上海 뒷좌석 안전띠 착용 단속 강화
  7. 上海 노동절 연휴 날씨는 ‘흐림’…..

문화

  1. [책읽는 상하이 238] 평범한 결혼..
  2. [책읽는 상하이 237] 멀고도 가까..
  3. 희망도서관 2024년 5월의 새 책

오피니언

  1. [무역협회] 中 전자상거래, 글로벌..
  2.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0] 큰 장..
  3. [상하이의 사랑법 12] 손끝만 닿아..
  4. [산행일지 2] “신선놀음이 따로 없..
  5. [무역협회] 中 1분기 경제지표, '..
  6. [허스토리 in 상하이] 가고 멈춤
  7. [허스토리 in 상하이] 사월
  8. [중국 세무회계 칼럼] A씨가 올해..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