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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상하이 8] 문학에 새긴 역사 이야기 ‘아리랑’

[2018-11-11, 07:00:08]
조정래 | 해냄출판사 | 2011.11.05
조정래 | 해냄출판사 | 2011.11.05

오랫동안 숙제처럼 남아있던 장편 대하소설 ‘아리랑’ 읽기는 의식처럼 12권을 공수해 쌓아놓고 몇 해 전 새해에 비장하게 시작됐다.


‘태백산맥’을 읽으며 밤을 새우던 순수했던 대학 시절, 이 책은 나에게 분단의 아픔을 일깨워줬고, 진보와 보수에 대한 가치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작가 조정래 씨는 ‘아리랑’에서도 그 특유의 흡인력을 발휘한다. 나는 조선 후기 동학 혁명부터 대한제국의 말기까지, 무능한 정권 탓에 우리 민초들이 겪어야 했던 수난의 역사를 생생하게 체험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린 것이 몇 번인지 모른다. ‘전쟁 한 번 안 하고 조선을 통째로 집어삼켰다’는 영화의 대사처럼,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시대가 시작된 건 아니라는 사실. 서서히 침투해서 하나씩 빼앗아 가는 과정이 현실감 있게 고스란히 씌어 있다.


‘아리랑’의 배경은 우리나라의 대표 곡창지대이며 항구도시인 김제와 군산이다. 그곳에서 수확한 금쪽같은 쌀들을 일본으로 실어가는 장면들, 일제가 농지들을 서서히 사들이며 수탈하는 과정은 아직도 생생하다. 하와이, 일본으로의 강제노역. 만주의 독립운동과 강제이주. 종군위안부. 12권에 총망라돼있는 내용은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특별한 의미와 부끄러움은 ‘친일’과 ‘독립운동’에 대한 우리의 견해이다. 과연 우리가 그 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 본다고 가정했을 때, 온갖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온몸을, 내 가정을, 내 자식을 오롯이 바칠 수 있었을까? 영화 ‘암살’의 마지막 장면에서 친일파 역할을 했던 잘생긴 이정재가 그러지 않던가?


“몰랐으니까, 해방될 줄 몰랐으니까”


중국 북쪽 외몽고 접경지역인 ‘후룬베이얼(呼伦贝尔)’ ‘만저우리(满洲里)’를 그 해 여름에 여행하게 됐는데 끝없이 펼쳐진 만주 벌판이 얼마나 광활하고 추웠을까를 생각하며 눈을 못 떼었던 적이 있다. 그 역사의 후손이 우리가 무심히 일컫는 ‘조선족’이 아닌가.


조정래 씨가 이 소설에 담고자 한 민족정신과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지향해야 할 역사적 과제들을 아이들과도 한번 얘기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하지 않던가? 역사적인 이곳 중국 상하이에서 사는 의미가 남다른 오늘이다.

 

양윤선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 사이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온 지도 1년이 넘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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