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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181] 마음의 문법

[2023-03-14, 14:37:07] 상하이저널
이승욱 | 돌베개 | 2021년 10월 18일
이승욱 | 돌베개 | 2021년 10월 18일
마음의 증상과 정상성에 대하여

저자 이승욱의 이름을 처음 본 곳은 한겨레신문 칼럼 칸에 한 달에 한두 번씩 올라오던 [이승욱의 증상과 정상]에서였다. ‘정신분석가’지만, 그의 글에서는 현상에 대한 그렇고 그런 해석이나 달달한 위로를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그는 우리가 당연히 그러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뒤집어 보는 색다른 접근을 했다. 

“학생들에게 말했다. 무기력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생존 본능의 발로라고, 그러니 당신들의 무기력에 대해 죄책감을 갖지않아도 된다고 말이다. 무기력이 깊을수록 착취의 역사도 길었다는 뜻이다. 그러니 무기력해지지 않을 때까지 무기력해도 된다. 자기계발서를 읽고 힘을 얻으려 하지도 말고, 명사의 강연을 듣고 심기일전하려 하지도 말고, 여행이라도 해서 충전하려 하지도 말고, 자신의 무기력을 수용해야 한다. 무기력이라는 증상은 사실 당신이 살고 싶다는, 그것도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착취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싶다는 지극히 정상적인 자기 보전 본능의 발로다…… 오래 착취당하고도 무기력하지 않다면 그것이 비정상이다. 증상은 종종 정상의 반증이다.” 

이승욱은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에 뉴질랜드로 건너가 정신 분석과 철학을 공부하고, 오클랜드 정신병 전문 치료센터에서 정신분석가로 10여 년 일한 후, 한국으로 돌아와 지금은 광화문에서 ‘닛부타의 숲 정신분석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한겨레신문과 다른 지면을 통해 냈던 여러 글을 모아 이번에 낸 책이 ‘마음의 문법 – 마음의 증상과 정상성에 대하여’ 이다. 그의 글은 듣는 이를 아프게 꾸짖는 듯 하면서도, 사실은 그 바탕에 사람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있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관심을 갖고 늘 주시하고 있으며, 전문용어 몇 마디 섞어 모호한 평가들만 던지고 뒤로 물러나려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끝없이 드는 불안감, ‘나는 괜찮은 부모인가, 내가 애를 잘 키우고 있는가’에 대해 저자는 꽤 심플한 (하지만 행하기 쉽지않은) 답을 준다. 

“세상에는 대표적인 거짓말이 몇 가지 있다. “세상에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다”라는 말도 그런 거짓말 가운데 하나인 것 같다. 그렇게 사랑한다면서 왜 화와 짜증은 아이들에게 다 부리는가. 밖에 나가서는 좋은 인간인 척은 다 하면서! 사랑한다면, 행여 사랑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자식들에게 신경질, 짜증, 화는 가급적 내지 말자…. 아들러가 말했다. 격려하기의 절반은 좌절을 방지하는 데 있다고. 좋은 부모 되기의 절반은 신경질 부리지 않음으로 완성될 수 있다. 모든 신경증은 대물림된다. 자식은 부모의 증상이다.” 

밖에서 생판 남에게 베푸는 친절과 배려, 인내의 삼분의 일이라도 가족에게 준다면 아마도 집안의 공기가 많이 달라지리라. 

이번에 책으로 만난 이승욱의 글에서 내가 건진 최고의 수확은 바로 이것이다. 

“’마음’과 ‘언어’는 우리의 정신작용에서 아주 근접한 영역이다. 언어라는 그릇이 없어서 담길 곳을 찾지 못하면 마음은 오리무중이 된다……. 자기 스스로를 완전히 납득하고 나면 굳이 타인의 이해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아주 충분히 이해하고 수용하게 되었다는 것은 자기 언어를 갖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내 마음을 모르겠다는 것은 곧 풀어낼 ‘말’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늘 외롭다하고, 누군가의 인정을 끝없이 구하는 것도 결국은 내가 나를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나의 ‘주제 파악’을 잘하고 있다면, 다른 사람들의 판단이나 평가에 그다지 개의치 않을 것이다. 올해는 나의 언어에 몰두하는 시간을 가져 봐야겠다.

양민희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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