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아줌마이야기] 한쪽으로만 돌라구요!

[2019-08-23, 13:14:27]

작년 가을에 우리 가족은 동네에 있는 헬스장에 등록했다. 큰 아이 나이가 만 14세를 한 달 앞 둔 시점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어린이 카드로 등록이 가능하다고 해 성인 반값에 등록을 마쳤다. 카드는 기본이 2년인데 나는 혹시나 싶어 1년을 서비스로 줄 수 없냐고 물었더니 조금 난감해 하는가 싶더니 자기마음대로는 안되니 총경리한테 전화를 해보겠다고 하더니 승낙이 떨어졌다며 1년을 더 연장해 3년짜리 카드를 발급받았다. 아이들을 데리고 기쁜 마음으로 헬스장에 딸린 수영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겨울이 되면서 수영장엔 거의 사람이 없어 너무 편하게 수영을 할 수 있었다.


회원권을 끊고 올해 첫 여름을 맞았다. 겨울 때와는 달리 수영 강습하는 어린이들, 할아버지, 할머니, 중장년층은 물론 청소년까지 수영장이 동네 목욕탕처럼 북적였다. 이번 여름방학엔 수영장 매일 가는 게 목표였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사람들이 너무 많아 수영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 그래도 이왕 왔으니 해야지 별 수 있으랴. 비좁은 틈을 타고 왔다 갔다 하는데 자꾸 앞에서 오는 사람과 부딪혀 중간중간 피하거나 아예 일어나서 비켜야 하는 상황이 자꾸 발생했다.


분명히 한쪽 방향으로 돌고 있었는데, 자꾸 한 아저씨가 반대로 수영을 해오는 것이 아닌가! 처음이라 잘 몰라서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나니 정말 몰라도 너무 몰라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쪽 방향으로 돌면 부딪히지 않고 계속 돌 수 있는데, 이렇게 역으로 오면 부딪히기 밖에 더하랴. 삼일째 되는 날 나는 결국 내 앞으로 역행해 오는 아저씨한테 한쪽 방향으로 돌라고 손으로 크게 원을 그리며 방향을 알려줬다.


‘이젠 제대로 돌겠지…’
왠걸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아저씨는 그냥 가던 길 그대로 다시 찍고 돌아오기 일쑤였다. 볼수록 기가 막혔다. 아니 한 방향으로 돌면 너도 편하고 나도 편하고 모두가 편한데 왜 굳이 너도 불편하고 나도 불편한길을 선택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수영장을 갈 때마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내가 하도 인상을 쓰면서 수영을 하니 큰 아이가 한마디 툭 던진다.


“엄마도 그냥 해요.”
“왓??”

그 말을 듣고 주변을 살피니,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수영만 잘하고 있었다. 앞에 사람이 오던 말던, 가로방향으로 수영을 하던 말던 누구 하나 뭐라는 사람이 없었다. 오로지 나만 팔을 휙휙 돌려가며 한 방향으로 돌라고 인상을 쓰고 있었다.


‘어머, 내가 지금 어디서 인상을 쓴 거지? 수영장 좀 다녔다고 지금 텃새 부린 건가? 나 중국생활 18년차 맞아?’

아들의 한마디에 제정신이 돌아온 나는 그 후로는 큰 불만 없이 수영에 몰입할 수 있었다. 물론 내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공공장소에서 질서는 필수다. 하지만 여기 사람들도 여기만의 질서가 있다.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내가 감히 이래라 저래라 나설 일은 아닌 것이다.


제정신이 들고 나니 가까운 곳에 수영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다시금 깨달았다. 마침 불편사항은 없는지 물어오는 매니저에게 한 방향으로 돌면 조금 더 편할 것 같다는 의견을 아주 살짝 흘려본다.

 

플러스광고

[관련기사]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법률칼럼] 인도네시아에 투자하려면 2 hot 2019.08.29
    인도네시아 국민은 토지에 대한 소유권, 건축권, 사용권, 경작권을 모두 가질 수 있으나, 외국인은 토지에 부여된 사용권만을 보유할 수 있다. 외국인인 자연인에게...
  • [독자투고] 어른이 된다는 것 hot 2019.08.16
    학생시절에는 어른들은 경험이 많고 아는 것이 많아, 어른이 얘기하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결코 거스를 수 없는 특명으로 여겼다. 한편으로는 불만이 있지만, 또 한편..
  • 중국 쇼트클립 양대산맥 도우인(抖音) VS 콰이쇼우.. hot 2019.08.16
    [중국 전자상거래를 말한다 133] 2018년 중국 쇼트클립 사용자 규모는 5억 명 초과했다. 2020년 중국 쇼트클립 사용자 규모는 7억 명 초과할 것으로 예측..
  • [아줌마이야기] 슈퍼밴드 2019.08.08
    음악을 좋아하는 남편이 한참 팬텀싱어에 꽂혀 지냈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중에 30-50대의 취향을 제대로 겨냥한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다. 슈퍼밴드라는 서바..
  • [독자투고] 2019 화동조선족주말학교 교사연수회.. 2019.08.07
    화동조선족주말학교 교사연수회가 지난 8월 2일부터 3일간 강소성 곤산시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이번 교사연수회는 화동조선족주말학교에서 주최하고 한국재외동포재단에..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인터뷰] 서울과 상하이, ‘영혼’의..
  2. 中 최대 생수업체 농부산천, 잠재발암..
  3. 中 6월 집값 하락세 ‘주춤’…상하이..
  4. ‘삼복더위’ 시작…밤더위 가장 견디기..
  5. 2024년 상반기 中 GDP 5% 성..
  6. 中 3중전회 결정문, 300여 가지..
  7. 삼성, 中 갤럭시Z 시리즈에 바이트댄..
  8. ‘쥐머리’ 이슈로 中 통이 라면 주가..
  9. [허스토리 in 상하이] 재외국민 의..
  10. 中 생수, 농부산천 필두로 ‘1위안’..

경제

  1. 中 최대 생수업체 농부산천, 잠재발암..
  2. 中 6월 집값 하락세 ‘주춤’…상하이..
  3. 2024년 상반기 中 GDP 5% 성..
  4. 中 3중전회 결정문, 300여 가지..
  5. 삼성, 中 갤럭시Z 시리즈에 바이트댄..
  6. ‘쥐머리’ 이슈로 中 통이 라면 주가..
  7. 中 생수, 농부산천 필두로 ‘1위안’..
  8. 상하이 오피스 시장 수요 회복…하반기..
  9. 벤츠·BMW·아우디, 中서 가격 인상..
  10. 中 10개성 상반기 인당 가처분소득..

사회

  1. [인터뷰] 서울과 상하이, ‘영혼’의..
  2. ‘삼복더위’ 시작…밤더위 가장 견디기..
  3. 上海 고온 오렌지 경보…37도까지 올..
  4. 上海 프랑스 올림픽, 영화관에서 ‘생..
  5. 中 관람객 푸바오 방사장에 접이식 의..
  6. 상하이, 25일부터 태풍 ‘개미’ 영..
  7. 上海 6월 법정 감염병 환자 1만53..
  8. 上海 새벽 4시, 乍浦路 다리에 사람..

문화

  1. 상하이한국문화원, 상하이 거주 '이준..
  2. [인터뷰] 서울과 상하이, ‘영혼’의..
  3. [책읽는 상하이 246] 방금 떠나온..
  4. 무더운 여름, 시원한 미술관에서 ‘미..
  5. 상하이, 여름방학 관광카드 출시…19..

오피니언

  1.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3] 나이키..
  2. [허스토리 in 상하이] 재외국민 의..
  3. [허스토리 in 상하이]내가 오르는..
  4. [독자투고]미국 유학을 위한 3가지..
  5. [상하이의 사랑법 15]부족한 건 사..
  6. [무역협회] 신에너지 산업의 발전,..
  7. [무역협회] AI 글로벌 거버넌스,..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