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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교민 모두에게 소중한 ‘희망도서관’ 현재진행형이기를

[2020-09-25, 11:43:17] 상하이저널

2011년 처음 상하이로 발령을 받아 이삿짐을 꾸리면서 제일 많이 고민하며 챙겨왔던 게 아이의 책이었다. 그때가 딸아이가 두 돌이 채 안됐을 무렵인데 초등 학교 등교 전까지 볼만한 책을 모두 사서 컨테이너에 실어 가져왔다. 그 후에 부족한 책은 가끔 지인의 이삿짐에 부탁해서 받아오기도 하고….

그러다 아이도 유치원을 다니고 나도 낯선 상하이 생활이 조금은 익숙해졌을 무렵 치과에 갔다가 한국 책이 있는 도서관이 있다는 걸 알았다. 인팅루에 위치한 치과에서 공간을 빌려서 쓰고 있던 ‘두레도서관’이었다. 지금보다는 위치가 외진 곳에 있어서 자주 가지는 못했고 본격적으로 도서관을 이용한 건 2015년 갤러리아 9층으로 이사를 오고 이름도 ‘희망도서관’으로 바뀌고 난 후부터이다.  

아이와 함께 우산 없이 외출했다가 비를 만나 그치기를 기다릴 때도, 약속이 어긋나 잠시 틈이 나는 시간에도, 일정이 없는 나른한 토요일 오후에도, 습관처럼 발길이 도서관을 향하곤 했다. 요즘은 나름대로 바쁜 딸을 대신해 매주 수요일에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 온다. 아이는 하교 후에 집에서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책이 아닌 도서관 책을 항상 먼저 꺼내 읽는다. 

“엄마, 이거 진짜 재미있다. 이 다음 편도 도서관에 있어?”

“이건 전에 한번 읽었던 거야.” 

사춘기가 시작되어 까칠한 딸이 주절주절 그날 빌려온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혹여 일이 있어 도서관을 거른 날에는 “엄마, 오늘은 책 안 빌려왔어?”하고 묻는다. 딸 아이에게는 내가 빌려오는 책이 수요일 오후에 만나는 새로운 친구 같은 반갑고 특별한 존재일 것이다. 

가끔은 너무나도 익숙해서 따분하고 지루하게 생각될 때도 있는 이 동네 홍췐루를 떠나서 새로운 곳에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내 발목을 잡는 건 다름이 아닌 희망도서관이다. 모국어로 된 책이 가득한 도서관이 내 집 앞에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든든하고 감사한지 모른다. 

타국에 살면서 아이를 키우며 가장 아쉬운 부분 중에 하나가 한국어로 된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10여년 전 처음 이곳에 올 때에도 책을 꾸역꾸역 가지고 왔을 것이다. 지금은 전자책과 오디오북이 가져다 주는 편리함이 그 아쉬움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오직 상하이에서만 만날 수 있는 ‘희망도서관’이라는 공간이 가져다 주는 특별함과 적당히 오래된 책이 코끝을 스치는 냄새는 대신할 수 없는 따뜻한 기억일 것이다. 나 혼자만이 아닌 상하이 교민 모두에게 이 소중한 곳이 추억으로 남는 공간이 아니라 언제나 그 자리에서 현재진행형이기를 바란다. 

정선미(희망도서관 회원)

[희망도서관 후원 하기] 
후원문의 130-6189-8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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