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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8, 16:06:56] 상하이저널

“이제부터 화, 목, 일마다 아파트에서 핵산검사를 합니다. 봉사 가능하신 분들 말씀해 주세요.”

주말마다 하던 핵산검사가 이제는 주 3회로 늘어났다. 그에 따라 봉사자들도 끝이 없는 봉사의 굴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봉쇄가 풀린 후 많은 사람들이 복공(复工, 업무 복귀)을 했고, 자원봉사자 단톡방도 조용해졌다. 다시는 울릴 일이 없겠거니 생각했던 봉사자 톡방은 6월 중순부터 꿈틀거리더니 지금은 다시 활성화가 됐다. 

아파트 핵산 검사 당일 3명의 최소 봉사 인원이 필요했고, 주민위는 복공해서 바쁘겠지만 시간이 되는 사람은 봉사해 달라는 톡이 올라왔다. 나는 아직 복공도 못했고, 최소 8월까지는 자체 비수기인지라 봉사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봉사자 지원을 받을 때마다 나와 정년 퇴임한 옆 동 아주머니가 항상 1순위로 지원을 하고 나머지 한 명은 한참 후에나 지원자가 나온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남들은 다 복공해서 바쁜데 나 혼자 백수가 된 느낌이었다. 친구들과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식당 안에 모든 사람들이 큰소리로 즐겁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니 순간 밥맛이 뚝 떨어졌다. 

‘다들 뭐가 저렇게 즐거운 거지? 다들 아무 일 없었던 거야? 나만 복공 못한 백수인 거야?’

모두들 일상으로 서서히 돌아가고 있다고 하는데 왜 나만 못 돌아가고 있는 건지, 친구들을 만나도 화가 나고, 봉사자 단톡방을 봐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도대체 끝은 있는 것인지….

며칠 전 운동을 하는데, 내가 10대 때 한창 중국에 빠져있을 때 주야장천 들었던 옛날 노래가 흘러나왔다. 얼마 만에 듣는 노래인지 기억도 안 났지만, 노래가 흘러나오니 그 옛날 중국에 미쳐서 토요일 학교 수업이 끝나면 명동 화교학교로 걸어 내려갔던 일, 화교 식당에서 중국어로 음식 시켜 먹고, 중국 빵을 사 먹고, 좋아하는 연예인들 굿즈도 사고…. 

‘내가 중국을 이렇게나 좋아했었지.’


운동이 끝나고 자전거를 타고 돌아가면서, 저 밑바닥으로 밀려난 추억의 플레이 리스트를 켰다. 자전거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건지 하늘을 날고 있는 건지 가슴이 벅차 올랐다. 너무 크게 따라 불러 지나가는 사람마다 다 쳐다봤지만 그동안 짓눌려 있던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가는 것 같았다. 중국 하고는 정말 미워하래야 미워할 수 없는 애증의 관계가 된 건지, 그깟 노래가 뭐라고. 노래의 힘은 생각보다 오래갔고, 효과도 좋았다. 백수로 보이는 봉사자여도 화가 치밀어 오르지 않았고, 식당에서 웃고 떠드는 사람들을 봐도 괜찮은 중이다.
 
문제는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고만 여기며 살다,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부딪혀보니, 잠시 서 있다 갈 수밖에 없는 상황도 받아들이면서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 효과가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나만의 특별한 플레이 리스트가 있는 한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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