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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영의 ‘상하이 주재원’] 나는 주재원이다

[2023-07-04, 22:32:38] 상하이저널
어느덧 필자의 두 번째 주재원 생활도 반 정도 지나가고 있다. 우리 회사는 해외지부가 10개뿐이어서 두 번씩 해외주재원으로 근무하는 케이스가 아주 흔하지는 않다. 나의 경우 연수와 상하이 엑스포 파견근무까지 더하면 회사에서 보내주는 해외 경험을 네 번째 하고 있는 셈이니 사내에서는 확실히 상대적으로 많이 한 편이다.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았던 시절, 대기업 상사의 미국 주재원이었던 아버지 덕분에 남보다 일찍, 어려서부터 경험했던 해외 생활은, 내 인생에 매우 소중한 자양분이 되었다. 나고 자라온 땅을 떠나 더 넓은 세상에서 낯선 사람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풍경과 문물을 접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큰 혜택이고 선물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사람이 살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배움의 기회 세 가지를, 독서와 운동, 그리고 낯선 공간에서의 경험 등이라 생각하는데, 이 중 가장 접하기 힘든 마지막 세 번째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해외주재원 가정의 아이들에게 장래 소망을 물어봤더니 ‘주재원 와이프’라고 답했다는 우스갯소리에서도 알 수 있듯, 보통의 경우 주재원의 가족들은 만족도가 높다. 사실 주재원 본인들도 시어머니 많은 본사에서 멀리 떨어져 본연의 업무만 하면 되니 본국에서보다는 ‘자율’과 ‘자유’가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일부 주재원들은 한국에서 오는 손님 모시기에 바쁜 자기자신을 자조적으로 일컬어 ‘접대부’라고도 할 만큼, ‘내 시간이 내 시간이 아니’게 되는 케이스도 많지만 말이다. 

주재원(駐在員, expatriate, 해외 현지 조직에 파견되어 근무하는 직원)이라 함은, 해외에서 자신이 속한 조직과 국가를 대표하는 ‘대표선수’나 마찬가지니 그 무게가 가볍지만은 않다. 그렇기에 많은 기관 및 기업에서는 주재원 지원자에 대한 자격요건을 두고 ‘선발’하고 있는 거겠다. 2011년에서 2015년까지 필자가 베이징 주재원으로 일할 때에는 각 기업의 인재들이 중국으로 몰렸었다. 요즘엔 해외주재원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고, 특히 중국 주재원 기피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요새 같아선 주재원 ‘선발’이 아니라 ‘차출’이 맞을 수도 있겠다. 

이렇게 부임 받아 온 이들은 주재원끼리 어울릴 때는 허허실실 사람 좋은 모습만을 보일 수 있지만, 각자의 조직·업계에서는, 물 샐 틈 없이 꼼꼼하게 업무를 챙겨서 아랫사람을 피곤하게 하거나, 엄해야 할 땐 한없이 무서운 호랭이 상사거나, 회사의 이익을 위해 투쟁하는 전사이자 전략가일 수 있다. 특히 법인장끼리 모인 자리에서는 ‘여기 나와 있는 법인장 중 쉬운 사람 없다’는 자기 고백이 나온다. 이 모든 것이 냉혹한 전장에서 ‘대표선수’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것임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특히 중국 주재원은 언어와 꽌시 구축 등 전문성을 감안하여 오랜 기간 동일한 인물을 주재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수십 년간 중국 대륙을 무대로 종횡무진 활약해온 이들 노장의 기억 속엔 흥미진진한 무용담이 넘쳐난다. 이곳 상하이에는 주재원 출신 사업가들도 유난히 많다. 한번이라도 주재원, 특히 중국 주재원이었던 우리 모두여, 낯선 대륙에서 넓은 세상 목도하고 열정 가득 반짝였을 그대의 눈동자에 건배! 

신선영(한국무역협회 상하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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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최초의 여성 중국 지부장. 미주팀에서 미국 관련 업무를 하다가, 2007년 중국 연수를 신청, 처음으로 중국땅을 밞았다. 이후 상하이엑스포 한국기업연합관, 베이징지부, 중국실, B2B·B2C 지원실 근무 및 신설된 해외마케팅실 실장으로 3년간 온·오프라인 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주말마다 대학에서 전자상거래, 마케팅, 유통, 스타트업 등을 가르쳤다. 이화여대 영문학 학사, 중국사회과학원 경영학 박사. 저서로 ‘박람회 경제학’이 있다.
cecilia@kita.net    [신선영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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