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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영의 ‘상하이 주재원’] 대륙의 짝사랑

[2023-12-09, 06:54:07] 상하이저널

지난 달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한국 대 중국의 경기 당일이었다. 마침 중국의 한 대기업 간부와 저녁식사를 하다가, 그에게 “오늘 축구 한-중 전 있는 거 아냐?”고 묻자, “걱정 마, 중국이 질 거야!”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렇게 중국인들에게 매번 익숙한 자괴감을 선사하지만, 축구야말로 중국 대륙이 열렬히 짝사랑하는 대상 아닌가 싶다. 축구 사랑이 여느 나라 못지 않은데도, 구애를 하는 족족 번번이 퇴짜(?)다. 중국의 축구광들도 대부분 유럽축구를 보기 때문에, 손흥민이나 김민재 선수의 팬도 많다고 한다. 지난 11월 우리 대표팀이 선전에 왔을 때 공항에선 교민뿐 아니라 중국인 축구팬들도 토트넘, PSG, 바이에른 뮌헨 등의 유니폼을 입고 나와 우리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역대 지도자들도 축구에 각별한 애정을 보여왔다. 마오쩌둥은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 단 세 종목에만 선수단을 파견했는데, 그 중 하나가 축구였고, 당시 축구 선진국이었던 헝가리에 국가대표 전원을 유학시키거나, 축구로 올림픽을 제패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덩샤오핑은 중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이 죽기 전 소원이었는데, 중국의 유일한 월드컵 진출인 2002 한일 월드컵 전에 사망하면서 안타깝게도 소원을 이루지 못했다. 축구광 시진핑도 ‘축구굴기’를 선언하며, 중국 프로축구와 남자 국가대표팀을 각각 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과 월드컵 개최 등 중국 축구의 3가지 목표를 제시했지만, 아직 하나도 달성하지 못했다. 
 
[사진=한국일보]

중국인 친구들의 말에 따르면, 중국이 축구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데도 효과가 없는 건, 축구계의 고질적인 문제들 때문인 것 같다. 바로 돈과 빽이 없으면 축구선수로 성장하기 힘든 구조 등이 그것이다. 중국에선 볼을 잘 차는 아이들보다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집 아이들이 축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유소년 축구 캠프는 매년 우리 돈 900만원 정도를 내야 참가할 수 있다는데, 중국의 1인당 GDP가 약 1,650만원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일반 서민에겐 부담스런 금액이다. 축구계에 만연한 비리도 문제다. 재산이 우리 돈 수백억에 달한다는 리티에 前 국가대표팀 감독은, 자기에게 상납금을 주지 않은 선수는 국대 선발이나 경기 출전에서 배제시키는 등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이런 관행은 초, 중, 고교나 프로리그에서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한다. 또한 프로축구 리그에 축구 도박 문제가 심각하고, 이에 따라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연루되는 일도 자주 있다. 

외국인 감독을 뽑아 놓아도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세계적 명장인 이탈리아의 마르첼로 리피는 중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직에서 사임하면서,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팀에선 감독할 생각이 없다. 중국 선수들은 박력도 의지도 투지도 개성도 없고 우물쭈물하기만 한다”고 비난한 바 있다. 

중국이 잘하는 다른 많은 스포츠 종목 외에 축구까지 잘해서, 우리나라나와 함께 아시아 축구의 맹주를 가릴 날이 과연 올까.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처럼, ‘축구’라는 야속한 존재는, 언젠간 대륙의 진심을 받아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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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최초의 여성 중국 지부장. 미주팀에서 미국 관련 업무를 하다가, 2007년 중국 연수를 신청, 처음으로 중국땅을 밞았다. 이후 상하이엑스포 한국기업연합관, 베이징지부, 중국실, B2B·B2C 지원실 근무 및 신설된 해외마케팅실 실장으로 3년간 온·오프라인 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주말마다 대학에서 전자상거래, 마케팅, 유통, 스타트업 등을 가르쳤다. 이화여대 영문학 학사, 중국사회과학원 경영학 박사. 저서로 ‘박람회 경제학’이 있다.
cecilia@kita.net    [신선영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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