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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가 왔다!"

[2013-08-07, 18:16:42] 상하이저널
[한우덕 칼럼] 
"늑대가 왔다!"
 
1990년대 말, 당시 중국 총리였던 주룽지(朱鎔基)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추진했다. 업계의 반발이 컸다. 그때 유행한 말이 ‘늑대가 왔다(狼來了)!’였다. ‘늑대(서방 기업)’에 중국 기업이 잡아먹힐 것이라는 위기감의 표현이었다. 주 전 총리는 단호했다. ‘늑대는 분명히 온다. 먹히지 않으려면 우리가 먼저 개혁하고, 산업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WTO 가입으로 개혁을 앞당기려는 ‘쇼크 요법’이었다. 중국은 2001년 말 WTO에 가입했고, 2000년대 호황기를 맞게 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빠르면 다음 달 기본지침(modality) 협상을 끝내고 2차 협상에 나서게 된다. 국내 일각에서도 ‘늑대론’이 등장하고 있다. 중국이라는 늑대가 우리 산업을 덮칠 것이라는 우려다.
 
정부는 정보기술(IT)•자동차•석유화학 등의 분야에서 득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쉽지 않을 것이다. 반도체•휴대전화•컴퓨터 등 IT 제품은 이미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거의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팔고 남을 만큼의 자동차를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중국 업계의 증설 경쟁으로 볼 때 석유화학 분야 우위도 그 한계가 뻔히 보인다. 농수산물 분야 개방으로 우리 식탁을 중국에 내줄 수도 있다. ‘늑대’의 습격이다.
 
그렇다면 왜 한•중 FTA를 체결해야 하는가? 주 전 총리의 ‘늑대 대처법’이 답이다. 한•중 FTA를 활용해 양국 경제협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짜야 한다는 얘기다.
 
그동안 양국 교역의 큰 틀은 중간재-조립 구조였다. 한국에서 중간재를 만들어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에서 이를 조립해 미국이나 유럽 등으로 수출하는 식이다. 우리 수출의 70% 안팎이 중간재인 까닭이다. 그러나 이 구조는 지금 깨지고 있다. 기술 수준이 높아진 중국 기업은 우리나라의 중간재 수입을 줄이고 있다. 거대 중국 경제는 블랙홀처럼 한국의 산업과 기업을 빨아들이고 있다. 대(對)중국 1, 2위 수출품인 LCD와 반도체 공장마저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는 중이다. 수출은 줄어들고, 일자리도 중국에 빼앗기고 있다.
 
‘FTA’로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한•중 FTA가 타결되면 우리는 미국•유럽연합(EU)•중국 등 세계 3대 경제체로 향하는 경제 고속도로를 깔게 된다. 미국•EU 기업이 우리나라에 와 고부가 제품을 만들어 중국에 수출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중국이 흉내 낼 수 없는 ‘자유 시장 질서’가 있기에 가능한 얘기다. 여기에 풍부한 기술인력, 안정된 노동 환경 등이 받쳐준다면 한국은 중국으로 가는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 ‘FTA허브’ 패러다임이다. 그게 중국을 유혹할 수 있는 한국의 경제 매력이다.
 
현실은 어떤가? 아직도 우리 산업계의 노사 관계는 ‘죽봉 시위’ 수준이다. 정부는 경제 민주화라는 틀에 갇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고, 이공계 대학은 여전히 찬밥이다. ‘늑대’가 바짝 다가왔는데도 말이다.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소장(기자). *우리가 아는 중국은 없다-시진핑 시대 중국 경제의 위험한 진실*의 저자. 머리가 별로여서 몸이 매우 바쁜 사람.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7년 동안 특파원을 지냈음. http://blog.joins.com/woodyhan
woodyhan88@hotmail.com    [한우덕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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