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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편리하고 불편함

[2024-08-28, 20:44:25] 상하이저널
좋은데 싫은, 마치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모순되는 느낌
잠시의 한국 방문때마다 느껴지는 기분이다.

나의 모국어인 한국어로 어디든 편안하게 다닐 수 있는 익숙한 한국이지만, 코로나로 인해 방문하지 못했던 3년간 한국은 많이도 변해 있었다. 이번 방문이 코로나 이후 첫 방문은 아니지만 지난 1년 사이의 새로운 변화를 또 목격하게 되었다. 대한민국은 기술발달의 수준이나 속도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 발달 과정을 몸소 경험하지 않은 타지인은 그 변화의 결과를 한 번에 따라잡을 수 없어 몇번의 보충수업이 필요하다. 이 때 느껴지는 미묘한 불편함이 있다. 

한국인은 대체로 친절하지만, 그 친절함이 타인을 위한 친절함이 아닌 본인을 위한 친절함 인 듯하다. 타인의 불편을 해소해주기 위한 친절이라기 보다는 불편한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자신을 뿌듯해하기 위한 행동인 듯 느껴진다. 간혹 그 이기적인 친절의 손길조차 경험하지 못할 때도 있다. 외국인도 아닌 누가봐도 한국인인 내가 카드결제를 하지 못해 곤란해하고 있을 때, 무엇인가 문의하기 위해 창구앞에 서서 한 참으로 끙끙거리고 있을 때, 그러한 상황 중에 내 뒤로 대기하는 사람이 많을 때 나는 이기적인 친절함이라도 좋으니 누가 좀 부드러운 말로 나에게 설명해주면 좋겠다는 궁색한 마음까지 든다.

아줌마력이 쌓여있기에 때로는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히 도움과 배려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나도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세련되게 척척 일처리를 하고 싶다. 이런 나를 쳐다보는 나의 아이들의 눈길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엄마는 과연 왜 저러는 것일까’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여러 번 같은 상황을 겪고 난 아이들은 이제는 ‘엄마, 한국사람들은 좀 무서운 것 같아요.’라는 말로 나를 위로하기도 한다. 나도 아이들도 그리고 이 길에 다니는 사람들도 모두 한국인인데, 왠지 모를 이질감은 자격지심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다행히 나의 조국이기에 모국어로 된 표지판과 모국어로 된 친절한 설명과 모국어로 된 실수를 거듭하다 보니,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나만의 보충수업을 마치게 되었다. 이제 난 누가 봐도 전혀 모자람이 없는 여기 현지인 그 자체라고 자신 있게 생각할 때 즈음, 다시 한번 마주한 당황 모먼트는 바로, “포인트 있으세요? 적립하시겠어요?” 였다. 당당히 “포인트 없습니다. 적립하지 않겠습니다.” 라고 말하면 될 것을, “있어요, 아니 있을 거에요. 잠시만요.”하며 이미 오래전에 지워버린 어플을 찾으려 핸드폰을 열며 당황하는 순간, 불안해 하는 캐시어와 눈을 마주쳤고, 또 뒤에 줄 서 있는 다른 손님에게 죄송하다고 목례를 해야 했다. 아직 현지화 되지 못한 나를 다시 발견하고는, “없습니다. 필요 없습니다.”를 큰 소리로 외치고 아무런 포인트 적립 및 할인을 받지 못한 채 물건을 구입하고 나왔다.

잘했다. 잘했어. 자연스러웠어. 아니 자연스럽지 못했어. 집까지 걸어오는 길에 다시 되뇌었다. 나는 한국인이다. 그런데 나는 다시 떠나야 한다. 한국인이지만 타지인인 편리하고도 불편한 마음은 자꾸 내 조국이 아닌 곳에 있는 내 집 상하이를 그리워하게 한다.

에리제를 위하여(khe30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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