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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마후라와 뜨거운 중국의 교육열

[2013-08-21, 11:22:48] 상하이저널
[신동원의 상하이리포트]
"빨간 마후라를 두른 아이들"

이른 아침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유독 자주 만나는 아이가 있다. 눈은 반쯤 감기고 바지 한 쪽은 올라가 있는데, 졸린 표정으로 가방을 든 건지 가방에 이끌린 건지 억지로 학교로 향하는 초등학생 즈음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 이 아이의 목에는 늘 붉은색 스카프가 매여있다.

빨간 마후라, 소위 붉은 삼각건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중국의 ‘소년 선봉대’ 대원들이 목에 두르는 일종의 넥타이다. 1922년에 구 소련에서 처음으로 붉은 삼각건을 소년 선봉대의 대표 상징으로 정했다고 한다.
 
“소황제 교육, 원 없이 투자한다”

어느 동네건 학교가 있는 곳은 이른 러시아워가 시작된다. 보통 러시아워는 6시 즈음 시작되어야 하는데, 오후 서너 시에 차가 꽉 막혀있다.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광경이 매일 벌어지는데, 학교 정문 앞은 더 가관이다. 우리나라 입시 때나 볼 수 있는, 아이 기다리기 광경이다. 부모들이 일하러 간 경우가 많아,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나와 있거나, 가정부가 대신 마중을 나와 있다. 아이가 초등학생 저학년도 아닌데, 다 큰 아이를 데리러 매일 오다니, 정말 지극 정성도 정도를 넘어섰다.

1979년부터 시작된 1가구 1자녀 정책 때문일까? 맞벌이 하는 부부는 자녀를 잘 돌보지 못하는 미안함을 경제적인 보상으로 달래기도 한다. 좋은 음식, 좋은 학교, 유학을 보내고, 결혼을 할 때 집을 해 주고… 할 수 있는 한 아낌없이 지원한다.
 
“경쟁, 또 경쟁, 명문대를 향한 꿈”

매년 6월 7일과 8일, 양일에 걸쳐 치르는 가오카오(高考)는 한국의 수능시험이다. 통계에 따르면 2011년 수능시험 응시자는 933만 명인데, 그 중 입학률은 72.3%라고 한다. 거꾸로 얘기하면 매년 600만 명 이상의 대학 졸업생들이 중국 각지로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의 교육열과 취업 문제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2011년 베이징의 ‘21세기 교육’이라는 학원 프랜차이징에서 베이징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는데,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 사이의 학생 중 87%가 각종 학원에 다녔다고 한다. 중국 전역에는 크고 작은 학원이 10만 여 개가 넘고, 괜찮은 중학교 근처에는 50여 개의 학원이 밀집해 있다고 한다.
 
매년 3월부터 7월까지가 피크인데, 베이징 왕징(베이징의 코리안타운)의 한 학원의 경우, 수능 전 3개월간 숙식까지 제공하는 스파르타 코스는 학비가 18만 위안(약 33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도 학생 모집이 아주 조기에 마감된다고 하니, 그 열기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소위 족집게 1대1 코스는 62만 위안(1억 원 이상)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입시생을 둔 베이징의 3인 가정의 사교육비가 가계 수입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한다. 서울의 강남만 교육 과열지구가 아닌가 보다.
 
“개천에서 용 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이러한 뜨거운 중국의 교육열은 거대 교육 프랜차이징 사업을 낳았다. 현재 중국의 최대 학원 기업은, 베이징대 출신인 위민훙(俞敏洪)이 설립한 신동방(新东方)이라는 기업이다. 2011년 신동방의 매출은 40억 위안(한화 약 7500억)을 넘어섰다.
 
Deloitte 통계에 의하면 2012년 중국 사교육시장 규모는 9600억 위안에 달한다고 하니, 위 신동방의 마켓 점유율이 여전히 크지 않아 성장 가능성이 무한함을 알 수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미국 대학으로 유학을 보내는 숫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어, 전세계 어느 대학을 가도 중국인 유학생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런 조기교육, 사교육, 유학 열풍이 낳은 비극이 있다. 교육 기회의 불균형으로 인해 계층간 이동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소위 ‘개천에서 용 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거다. 좋은 사립 초등학교를 나오고, 명문 중고등학교를 나온 아이들은 명문대로 함께 진학할 경우가 많아지고 있고, 그렇게 사회로 배출된 아이들은 하나의 거대한 학연을 형성하고 있다. 빈부의 차이, 불평등한 정보, 불평등한 기회, 사회적 신분의 차이로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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