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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처음처럼

[2016-02-02, 07:59:41] 상하이저널

삶의 길목에서 꽃으로 다시 만나기를


어렸을 때 설이면 떠지지도 않는 눈을 하고 아버지 등에 업혀 푸른 새벽 서울역광장 매표소에 길게 줄을 서곤 했다. 기차 안은 늘 만원이었고 바닥에 앉아가는 건 부지기수였다. 힘들게 이고지고 도착한 할아버지 계신 곳엔 늘 맛있는 조청과 흰쌀 가래떡, 송화다식이 함께였다.  

 

‘설’은 새해의 처음으로 우리나라의 최대명절이다. 조상에 차례를 지내고 웃어른을 찾아 뵙고 덕담을 나누는 날이다. 중국은 이날을 ‘춘절(春节)’이라고 하여 전세계 수십억 중국인들이 인구 대이동을 한다. 연어가 회귀하고 철새가 돌아오듯 모두들 유전자에 입력된 대로 처음 있던 곳에서 새로운 처음을 시작하려 한다.
유전자(gene)는 컴퓨터로 치면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다. 부모에서 자식으로 물려지는 특징을 만들어 내는 인자로 유전 정보의 단위다. 그 실체는 개체 세포의 염색체를 구성하는 DNA 배열이다. 유전자는 자신을 복제하여 정보를 다음세대로 이어간다.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유전자의 시계는 10년 단위가 아닌 100만 년 단위로 측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개개의 생존 기계인 우리는 수십 년에서 많으면 100여 년을 살아가지만 유전자의 기대 수명은 지질학적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이며 영원하다는 것이다.


나의 어린 시절 엉덩이에 있던 파란 몽고반점은 수만 년 전 북방계 몽골리안이 지나갔던 경로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그렇게 보니 나 역시 수만 년 전 유전자 정보를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다.

 

늙지 않는 유전자
태어나면서 생로병사의 사이클에 들어서는 게 인간의 운명인데 어떻게 유전자는 몇 만년이 지나도 여전히 늙지 않고 젊음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 이유를 유전자 단편이 다음세대 개체의 출발점이 되는 생식세포에 세트로 보존된다는 생식세포유전자설(germ line theory)을 빌려 설명해보자. 생식세포는 다른 세포들과 달리 나이를 먹지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정자 세포는 수백만 번이나 분열해도 염색체 말단인 텔로미어(telomere: 노화와 수명을 결정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염색체 말단의 염기서열부위이다. 세포분열이 진행될수록 길이가 점점 짧아져 나중에는 세포복제가 멈추어 되면 세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의 길이는 짧아지지 않는다. 정자 안에 있는 DNA손상을 막아주는 효소 텔로머라제(telomerase)가 텔로미어를 ‘무한리필’해서 길이를 계속 유지해주기 때문이다. 아브라함이 100세에 아버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난자 세포는 분열 자체를 하지 않는다. 따라서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일도 없다. 그렇기에 생식세포의 텔로미어 길이는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따라서 정자와 난자가 만나 태아가 될 때까지 텔로미어는 짧아지지 않고 늙지도 않는다.

 

의식의 유전자
다른 개체와 달리 인간은 물질적 유전자를 넘어 의식을 통해 문화와 역사를 만들어 내는 의식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 내가 죽은 뒤에도 나의 정신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 있으면 나는 죽은 것이 아니라는 말처럼 공맹(孔孟)의 정신, 소크라테스의 사상 그리고 내 아버지의 의식의 유전자가 나에게 전해지고 있다. 물질의 유전자와 같이 정신과 의식의 사유는 자기복제를 거쳐 불멸하는 것이다.


도킨스는 모든 생명의 원동력이자 가장 근본단위는 자기 복제자라고 정의한다. 우주에서 자신의 사본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이든 자기 복제자라는 것이다. 최초의 자기 복제자는 작은 입자들이 우연히 마구 부딪쳐서 출현하고 일단 존재하면 그것은 자신의 복사본을 한 없이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그것이 물질의 유전자든 의식의 유전자든 살아남아 처음처럼 삶의 길목에서 꽃으로 다시 만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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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의침구학전공 의학박사. 의사(중의전공). 현재 만가중의원(万嘉中医门诊部)내 <구전(灸传)이은화 침뜸클리닉>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상하이중의약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구당 김남수 선생의 뜸사랑 정통침구연구소에서 연구실장을 역임했다. 한국 포천중문의대(현, CHA의과대학) 대체의학과 대학원 석사. 전 서울대 의과대학 보완통합의학연구소 객원연구원, CHA의과대학교 객원연구원, 현 상하이시침구경락연구소 연구원. 박사과정은 상하이시외국유학생장학생으로 연구했고 중국973연구프로젝트 중 뜸연구 부분에 참여하고 있다. ‘평생 건강 생활 건강’에 뜻을 두고 구당 김남수 선생의 무극 보양뜸을 전하고자 지난 2009년부터 상하이에서 무료 뜸봉사를 실시하고 있다.
shanghai93@naver.com    [이은화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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