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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안녕, 나의 상하이

[2017-12-29, 19:07:11] 상하이저널

만나고 정을 나누고 때가 되면 헤어지는 일상의 반복이 익숙해질 법도 한데 이별은 늘 어색하고 슬프다. 정해진 시간을 두고 시작된 인연이었고 예정된 이별이었다고 합리화 해봐도 가랑비에 옷 젖듯이 내 삶 안으로 들어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 사람들을 떠나보 내는 일은 언제나 처음인 듯 낯설다. 그들이 떠난 자리를 지켜내며 또 다른 오늘을 살아내는 일은 허전함, 공허함과의 싸움이다.

 

익숙한 그곳을 지날 때 마다 떠올려지는 얼굴들, 그 기억이 힘들어 주변을 돌아볼 겨를 없이 앞만 보고 다녔던 적도 있었고, ‘이제 다시는 정 주는 일 없을 거야 ‘ 말도 안되는 다짐을 하기도 했었다. 올해도 시간은 쏜 살같이 흘러 벌써 한 해의 마지막에 와있다. 그리고 저물어 가는 그 시간들 속에 올해는 내가 떠나갈 사람이 되어 두 눈에 그리고 가슴에 하루하루를 담으며 남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지난 주 방학식 날, 아이들은 학교에서의 마지막 날이라며 친구들과 선생님의 아쉬움 가득한 편지와 선물을 한아름 안고 돌아왔다. 지금 학교가 너무 좋아 한국으로 돌아가기 싫다며 걱정 한 가득이었던 아이들의 아쉬움은 선물보따리와 함께 모두 사라진 듯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신나게 하교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이들이 떠나 보낸 아쉬움이 모두 나에게 밀려오는 것 같았다. 낯선 환경에 놓여진 아이들 적응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정말 열심히 학교 행사에 참여했었는데 그건 나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아이들의 학교였지만 나에게도 의미있는 그곳에서 정든 선생님들과 만나서 지난 추억을 얘기하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다보니 비로서 우리 가족이 이곳을 떠난다는 게 실감이 났다. 아이들의 추억이 가득한 캠퍼스 구석구석을 눈에 담다 보니 문득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다섯살 어린 나이에 말도 안 통하는 국제학교에 던져져서도 단 한번도 가기 싫다는 얘기 없이 너무나도 적응을 잘 해줬던 큰아이, 형님이 지나간 길이 자기가 갈 길이라 여기고 무슨 일이든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주는 작은아이가 새삼 고맙고 대견했다.


요즘 우리의 일상은 “웃음과 눈물의 하모니” 정도로 요약이 가능할 것 같다. 지나고 나니 꿈만 같은 5년의 시간을 함께한 소중한 인연들. 많이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두고 갈 사람이 너무 많은 아이러니. 떠나기 전에 얼굴 한번 보고 가자는 분들 덕분에 짐 쌀 시간조차 없이 버라이어티한 매일을 보내고 있다. 함께 앉아 추억을 얘기하며 울고 웃다가 내일 또 만날 것처럼 헤어지는 쿨한 이별을 몸소 실현 중이다.

 

아기띠에 유모차 밀며 땀을 뻘뻘 흘리는 게 안쓰럽다며 먼저 손 내밀어 주셨던 분, 전화번호 빼곡히 적어 쥐어주며 도움이 필요하면 꼭 얘기 하라고 했던 분, 급하게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동동거리고 있을 때 귀한 시간을 나누어 도와주셨던 분, 영혼의 단짝 푸트퍼이터 자매님들, 일일이 다 나열하려면 이 밤을 다 세워도 모자를 인정넘치는 그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즐겁고 감사하고 행복한 추억만 가득한 지난 시간들은 모두 그대들 덕분이에요.”
“살다가 힘든 일 있을 때 마다 따뜻한 그 마음 두고두고 꺼내 볼게요.”
“혹시 저 때문에 마음 상했던 분이 계셨다면 죄송합니다. 고의가 아니었을 거에요.”


그리고 “매달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상하이저널에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덕분에 저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고 생활이 더 풍성해졌습니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보리수(nasamo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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