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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상하이의 ‘우리 흔적’ 잊지 않기를

[2017-01-07, 05:26:56]
한국사 유적지 안내서 <상하이 고고! 화동 고고!> 집필진
박석구 상해한국학교 역사교사 인터뷰


Q. <상하이 고고! 화동 고고!>는 어떤 책인가? 
교육부의 ‘교수학습 자료 개발’ 프로그램으로부터 2000만원의 지원을 받고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현지에서 쓰는 역사 교재’를 만들 계획이었으나 상하이, 화동지역 한국사 관련 유적지를 학생들이 직접 답사할 수 있는 책자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지금의 책이 기획됐다. 

전체 내용 중 절반 이상이 상하이 지역, 나머지는 저장성(浙江省)과 장쑤성(江苏省)의 역사 유적지를 다루고 있다. 근현대사 유적지를 기반으로 하되 중국을 기록한 조선 선비 최부(崔溥)의 <표해록>에 담긴 화동지역의 유적지들을 부록으로 담았다. 책은 한국학교 세 곳과 영사관에 비치돼 있다. 최근 상하이도서관에 3부를 기증했으며, 두레마을 도서관이나 한인 타운 인근 북카페 등에도 기증을 고려하고 있다.

총 500부를 인쇄했는데 예산상의 문제로 더 많이 만들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래서 PDF 파일을 누구나 다운받을 수 있도록 상해한국학교 홈페이지에 올려두었다. 나쁜 의도만 아니라면 널리 확산되어 많은 분들이 볼 수 있길 바란다. 

Q. 책이 나오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나 
지난해 5월부터 시작해 반년이 채 되지 않는 준비기간 동안 책을 만드느라 많은 분들이 고생을 했다. 상해 2명, 무석 1명, 소주 1명 총 4명의 한국학교 역사교사가 나눠 집필을 했다. 새로운 내용을 만든다기보다는 독립기념관 김주용 박사님과 국사편찬위원회 김광재 교수님 등 전문가분들이 주신 자료들을 아이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로 만드는 것에 주력했다. 

상해한국학교 신현명 교장선생님은 초반부터 아이디어를 함께 나누고, 절차상(행정적) 어려움도 잘 처리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다. 중국어 선생님이 통번역을 맡았고, 국어선생님은 문서교정에 도움을 주셨다. 편집을 맡은 좋은아침 김구정 대표님도 비용을 절감해주고 책이 예쁘게 나올 수 있도록 힘써 주셨다. 약도 디자인을 흔쾌히 맡아준 강민지 학생,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상하이총영사관 이아름 영사님과 독립정신계승위원회 조흔정 사무총장님, 좋은아침 김구정 대표님 등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이 책이 만들어졌다. 감사할 따름이다. 

Q. 고생한 만큼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상하이에 온 지 1년이 좀 넘었다. 개인적으로 이곳에 오게 됐을 때부터 상하이 역사 유적지 자료집을 만들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는데 좋은 기회가 닿아 진행할 수 있었다. 

독립기념관을 방문해 연구원들을 만나고, 도서관에서 옛 지도를 검색해 직접 방문하고 사진 촬영을 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곳과 폐쇄된 곳까지 찾아가 확인하고 글로 작성했다. 자세히 알고 보니 그 동안 유적지를 지나면서도 미처 몰랐던 이야기들이 참 많더라. 미리 알았더라면, 학생들에게 알려줬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았다. 

제 이름이 쓰인 첫 책이다 보니 책이 나온 걸 보고 울컥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에게도 감동적인 경험이 됐다. 이 책이 완성되기 전에 학생들이 상하이사범대에 세워진 위안부 소녀상과 위안부 박물관에 직접 답사를 다녀왔다. 다녀와서 보고서를 작성하고 문집에도 답사 이후의 감동을 담아낸 것을 보고 굉장히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작업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쓸만한 자격이 있느냐고 물으면 부끄럽다. 다만 기존에 연구한 분들의 방대한 자료들을 아이들에게 전할 수 있게 됐다는 것에 감사하고 기쁘게 생각한다. 

Q. 잘 알려진 유적지 외에 가 볼만한 곳이 있다면? 
중국 영화 황제로 불리는 항일 영화배우 김염 선생의 무덤이다. 너무 멀리 있어 찾아가기 힘들었지만 직접 가보니 보존이 잘 돼있고, 오히려 중국인들의 방문이 많았다. 비문에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아버지도 독립운동을 했다’고 기록돼 있는데 개인적으로 최근 한국 배우들의 한류 열풍과 맞물려 뜻 깊게 다가왔다. 

이번 작업 중 가보지 못해 아쉬운 곳 중 하나는 난징동루의 용안백화점(永安百货) 옥상이다. 이곳에서 임시정부 요인들이 신년기념 사진을 촬영했는데 건물 옥상이 그 모습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언젠가 학생들과 방문해 똑같은 포즈로 촬영해보고 싶다. 

신천지 인근은 이제는 전부 정감이 느껴질 정도다. 그곳을 오갈 때면 그 사연들이 눈앞에 떠오르는 것 같다. 박은식 선생이 문을 열고 나와 신채호 선생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마지막 작업이 윤의사 행적 찾기였는데 그분의 고민의 흔적을 따라가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좀 더 보강해 그 코스를 따라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윤의사의 삶을 돌아보며 스스로 많이 고민하고 반성하게 됐다. 모든 곳이 의미 있는 곳이라 어느 곳 하나를 집어 말하기 어렵다.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자료를 찾다 보니 ‘설’이 많더라. 거짓을 사실처럼 얘기하는 건 아닐까 염려가 돼 전문가들에게 엄격한 검수를 부탁해 최대한 사실에 근접한 내용들을 정선해서 실었다. 

바람이 있다면 이 책을 준비하며 만난 전문가분들이 각자 알고 있는 것들을 모두 나눠서 우리 아이들이 더 많이 알 수 있도록 힘써주셨으면 좋겠다. 안창호 선생이 이끌던 임시정부 시절, 윤의사의 독립운동 활동, 일제강점기 당시 상하이 골목 구석구석의 지리 등 분야별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분들이 계신다. 이들이 서로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이 어렵다 보니 아이들이 만날 길은 더욱 요원해졌다. 그러는 와중에 유적지는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이 책은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하루 빨리 전문가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들이 모이고 풍성한 자료가 만들어질 수 있길 바란다. 그리하여 상하이에 있는 우리의 흔적들을 널리 알리고 많은 이들이 독립운동가들의 눈물과 수고를 기억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당부할 점은 유적지 중에 일반인의 거주지가 된 곳들이 있는데 우리의 방문이 실례가 되진 않을까 염려스럽다. 그 분들에겐 삶의 터전인 만큼 방문할 때에는 예를 갖추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임해주길 바란다. 

김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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