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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탁 칼럼>세밑을 보내는 단상

[2007-12-25, 00:08:06] 상하이저널
마음이 아픈가?
아프지 아니한가?
맹자가 묻는다. 우물가에 아이가 빠지려 하는데 달려가 이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가 아니면 그냥 지켜 보고 싶은가 아니면 아예 관심이 없는가?

부처가 묻는다. 지나가는 사람의 발에 밟혀 꿈틀거리며 괴로워하는 지렁이(미물)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가 재미있는 마음이 드는가 아니면 아무 생각이 없는가?

예수님의 첫번째 기적(우물을 포도주로 만듦)이 행해졌던 카나안 지역에 이스라엘이 공습을 하여 무고한 레바논의 수백명의 부녀자, 아이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이 소식을 접한 당신은 마음이 아팠던가? 아니면 국제 역학 관계상 이스라엘이 좀 더 폭격하여 빠른 시간 내에 승리하기를 바랬던가? 그것도 아니면 아무 생각이 없었던가?

아프리카 수단에서 내전으로 인해 수많은 아이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고, 어린 여자 아이들은 강간의 일상화로 10세 이후가 되면 원하지 않는 아기를 임신하고 있다. 더군다나 에이즈에 감염된 아이를. 이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가? 기쁜가? 아니면 아무 생각이 없는가?
유조선 기름 유출 사고가 일어나 태안 앞바다가 검은 바다로 변한 것을 TV 뉴스로 보고 바로 자원봉사를 하러 가고 싶은가? 성금을 내고 싶은가? 아니면 채널을 돌리고 싶은가? 그것도 아니면 아무 생각이 없는가?

상하이의 중고등학교 유학생 5명이 한 순간의 객기를 참지 못하고 일을 저질러 이 추운 겨울에 난방도 안 되는 구치소에 갇혀 있다. 이 소식을 접한 당신은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드는가? 옷가지라도 가져다 주고 싶고 도와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가? 아니면 술 먹고 객기를 부린 아이들을 비난하고 싶은가? 아니면 아무 생각이 없는가?

살아있음의 증거
현재 전 세계적으로 최고 유명한 종교 지도자 중 한 명은 이런 말을 했다. 나환자는 살이 문드러지고 떨어져 나가면서도 아픈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즉,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니 신체에서 이를 방어하려는 기제가 작동하지도 않으리라.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은 시간의 문제일 뿐 곧 죽는다고 한다. 따라서, 어떤 측면에서 보면 고통이라고 하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고 살아 있음을 느끼고 위험이 닥쳐 오고 있으니 어떻게 해서든지 기운을 내서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강력한 生命(살라는 명령) 유지의 수단이라고 한다.

이 논리를 확장하여 보면, 공동체에 속한 구성원이 그 공동체에 속한 다른 구성원의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하면 시간의 문제일 뿐 그 공동체는 곧 사멸할 것이고 공동체의 안정이 붕괴되는 순간 그 구성원들 역시 목숨을 부지하기가 어렵게 된다.

즉, 어려움에 처한 이웃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고통을 나눌 때만이 그 공동체가 유지 발전하게 되지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시간의 문제일 뿐 그 공동체(작게는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으로부터 시작하여 크게는 지구촌 가족까지도) 및 구성원은 없어지고 말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슈바이처 박사는 인류에게 희망이 있는가를 물으며, 결국 나 아닌 타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만이 인류 존속의 조건이라고 말했었나 보다.


시야를 조금만
넓혀 이웃에게 따뜻한 손길을...
세밑이다. 주변을 조금만 들러 보아도 크고 작은 일들로 힘들어 하는 이웃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이들에게 조금씩만 따뜻한 손을 내밀어 보면 어떨까? 비록 작고 약해 보여도 따뜻함을 느끼는 이웃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년 전이었던 것 같다. 우연히 한비야가 쓴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라는 책을 읽다가 어느 구절(자세히는 밝히지 않으려 한다)에서 갑자기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온 몸에 소름이 돋으며 스스로가 너무 부끄럽고 창피하고 나도 좀 달라져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적이 있다.

그 이후 바로 월드비전이라는 단체에 문의를 하여 피후원자 추천을 받아 중앙 아메리카에 위치한 엘 살바도르라는 나라의 시골에 있는 아이 2명을 후원하기 시작하였다. 그 이전까지 엘살바도르라는 나라는 나랑은 아무런 관련도 없고 관심도 없는 지도상에만 존재하는 나라에 불과했으나 그 이후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후원이라고 하는 것이 대단할 것은 없고, 매달 한 아이에게 한화 2만원씩을 지급하면 그 아이가 가사 노동에서 해방되어 학교를 다닐 수 있을 뿐만 아니라(가사 노동을 하느라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가 많다고 한다) 그 가족의 최저생계가 보장된다고 해서, 그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도와 주기로 한 것이다. 한 명은 조나단이라는 남자 아이로 내 아들 원우보다 나이가 2살 많고, 한 명은 엘리자베스라는 여자 아이로 원우보다 1살 어린데 두 아이 다 눈망울이 총총한 것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내 아들 원우와 원윤이도 피후원자 아이들을 한 가족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사진을 거실에 놓고 평상시에도 수시로 '네 형이다. 네 여동생이다'라고 주입을 계속 한 것이 효과가 있는지 현재는 아이들도 한 식구로 받아들이는데 별 거부감이 없는 것 같다. 나중에 대학까지 가고 싶다고 하면 계속 후원을 해 줄 생각인데다 본인이 원하기만 하면 한국으로 유학을 와서 공부를 하는 것도---그 때까지 능력이 된다면---지원을 해 줄 생각이다.
얼마 전 2 명의 아이로부터 엽서를 한 장씩 받았다.

"Gracias patrocinador pa so Apollo bendiciones!!!"(주: 정확한 철자인지는 잘 모르겠음) 라고 적혀 있었다. 현지어인 스페인어로 작성한 것인데, "후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나님의 은총이 함께하시길!!!"이라는 뜻이란다.

엽서를 받아 보고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모른다. 작은 안타까움에서 시작한 일이 이렇게까지 나를 기분 좋게 만들지는 미처 몰랐다. 나는 그들의 얼굴을 사진을 보아 알지만 그들은 나를 알지 못한다. 내가 누군인지 전혀 모르고 막연히 먼 나라에 있는 마음 착한 아저씨 정도로 알고 있는 것이다.

절대자가 존재한다면, 절대자로부터 은혜를 받은 사람이 얼굴도 형체도 모르는 절대자에게 고맙다고 감사기도를 드릴 때, 이를 지켜 본 절대자도 내가 기뻐했던 것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기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 보았다.
모두가 이웃의 온기를 느끼는 기쁜 성탄과 세밑이 되었으면 좋겠다.
법무법인대륙 상하이 대표처
cwt5521@hanmail.net    [최원탁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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