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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야기] 이 아이들이 사는 법

[2008-04-08, 02:04:00] 상하이저널
주말학교 개학을 며칠 앞두고 중학생 자매를 둔 엄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우리 집 아이들이 한국아이들 많은 곳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데 뭐 도울 일이 없을까요"

학교에 오면 선생님들 잔손 도울 일이야 얼마든지 있지마는 자기와 같은 또래의 아이들은 국어와 국사 교과서를 배우고, 단편소설책으로 독서 논술을 공부하는 시간에 그렇게 시간을 보내도 괜찮은가에 대해 여쭈어보니 '아이들이 원하는 일'이라고 한다.

'봉사활동'- 한국의 교육 과정에는 봉사활동을 해야 하는 시간이 의무적으로 정해져 있다. 아이들이 교과서에 코 박고 공부하는 것 말고, 사회의 다양한 곳에 눈을 돌리고 전인적인 인성 교육을 한다는 취지 아래 적극 권장하고 있다.

병원에 가서 환자 돌보는 일, 우체국에 가서 우편물 분류 작업하기, 고아원에 가서 아기들 돌보기, 동사무소에 가서 공공화장실 청소하기 등 다양했었는데 집에서는 자기방 청소도 안하는 아이들이 화장실 청소를 하려니 고역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떤 현명(?)하신 맹자어머니께서는 '내 자식은 공부할 시간도 모자란다.'하여 본인이 대신 동사무소 가서 일하시고 확인증을 받아오질 않나 사촌 누나가 병원에 간호사로 근무하여 가짜 확인증을 끊어주었다는 민원이 들어오기도 했었다.

내 자녀가 돈 많이 벌어 자기만 잘 먹고 잘 살다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이웃이나 인류 사회를 위해서 작더라도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주기를 바라며 키우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학창 시절의 우연한 경험이 미래의 삶의 모습을 바꿀 수 있기에 사회의 다양한 곳, 그늘진 곳을 체험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 그래서 더 중요하다.
상해에 사는 우리 아이들은 어떤가? 지역적 특성 상 외국인들 출입이 제한되다 보니 사회나 다른 사람에게 눈 돌릴 기회가 거의 없다. 또 한국 못지않게 학교며 학원에서 해야할 공부에 온 신경을 쓰기도 한다.

요즘 우리 부부에게 의견이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아들이 성당에서 아주 조그만 봉사를 하고 있는데 그것을 얼마나 계속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이다. 남편은 ‘몇 년 했으니 이제 토요일에 학원도 좀 다녀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지만 내 생각에는 아들 하는 일이 말이 봉사지 그것이 남을 위한 것이 아니요, 자신의 정신적 성숙을 위해서 이미 받을 것을 다 받았기 때문에 자기 시간을 쪼갠 것 외에는 그다지 크게 희생한 것도 없다. 그러니 끝까지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성인이 되면 돈 버는 일보다는 다른 사람을 위한 의미 있는 삶을 살라고 항상 아들에게 말하는 남편이 청소년기의 작은 봉사를 아까워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

얼마 전 남북 축구 대결이 있었을 때 한국학교 학생들이 태극기 나누어주기부터 경기장 청소까지 봉사활동을 했는데 그 신청자가 140여명이나 되었고 한다. 남을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 주말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두 자매는 유치부 아이들 밥 먹는 것도 도와주고, 선생님들 원하시는 복사도 해다 드리면서 부지런히 뛰어 다닌다. 나는 그 애들이 몇 달 못하고 안 나오더라도 섭섭해 하거나 나무랄 생각이 없다. 아직도 이런 아이들이 있구나 싶은 추운 겨울에 잠시 만난 따뜻한 햇살을 가슴까지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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