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열정과 애정을 갖고 무언가에 임한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더구나 그것이 음악이라면? 우리 삶의 비타민처럼 활력을 주는 ‘음악’과 평생을 함께한 상하이 피아노 전도사 이승필 씨를 만나보았다. 요즘 레슨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그의 얼굴에서는 여전히 온화함과 부드러움이 묻어 나왔다.
어릴 때부터 옆집에서 피아노 치는 소리만 나면 먹던 밥숟가락도 놓고 달려 나갔을 만큼 승필씨의 피아노 사랑은 각별했다. 평소 음악을 들으면 포인트를 꼭 집어 맛깔 나게 남들에게 설명을 잘 해주었던 그는, 교수님의 추천으로 ‘레코드 포럼’에 칼럼을 기고하게 되었다. 그 이후부터 객석, 피아노 레코드 등 각종 음악 관련 잡지에 칼럼을 연재하였고 여러 음악을 듣다 보니 클래식 이외의 오페라, 프랑스 샹송이나 페루의 민중음악 같은 월드 뮤직에도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저는 한 우물을 파라는 말에 공감해요. 한 곳에만 집중하면 옆으로 가지를 치고 뻗어 나가잖아요. 그러다 보면 자연히 의문이 생기거든요. 그게 바로 자신의 재산인 거죠”
작년 11월, 처음 상하이 땅에 발을 디딘 후 어학 공부에 열중하고자 학원에 등록하고 피아노 레슨은 부수적으로 짬짬히 해나갈 생각이었다. 또 처음에는 “중국에서 누가 피아노를 배울까?”하고 반신반의 하였지만, 실상 이곳의 배움의 열기는 한국보다 뜨거웠다. 나중에는 주객이 전도 되어 조금씩 해오던 피아노 레슨이 지금은 학원에 따로 갈 시간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고 한다. 오전에는 성인, 오후에는 중고생 아이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승필씨에게 레슨을 문의해 오고 있어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바하를 가장 존경한다는 그는 앞으로는 중국 학생들에게도 피아노를 가르치고 싶다고 말한다. 그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생동감 있는 음악을 연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승필씨의 꿈이 조만간 이루어 지리라 기대해 본다.▷이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