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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야기]오월의 우리 동네

[2008-05-20, 04:09:05] 상하이저널
우리 동네 아파트 단지에 살아 온지 벌써 햇수로 8년째다. 새 아파트가 이 곳 저 곳에 들어서고 집 장식을 한다고 한창들 북적거려서 나도 마음이 괜스레 싱숭생숭하던 시기도 어느덧 지나가고 이곳에 그냥 저냥 눌러 앉아 살아 온지가 꽤나 된 것이다. 한 때는 이사 좀 해볼까 하면서 이 집 저 집을 기웃거리기도 했었고, 중국에서 그나마 집이라도 쾌적한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도 있었다. 근사하고 마땅한 찻 집하나 이렇다하게 없는 상하이에서 그럴듯하게 꾸며놓은 티테이블과 멋진 의자도 거실 한 쪽에 그림처럼 두고 싶었다.

그런데 한 해 두 해 이 동네에 살면서 커가는 나무에 푸르름이 더해가는 것처럼 나도 이곳에 정이 더해져갔다. 십여 년 이상 자라난 수목은 그 울창함을 더해 마치 공원 내에 우리 집이 있는 것 같고, 이른 아침에는 새들의 지저귐에 잠을 깨는 그런 동네다. 5월 요즈음에는 동네 온 천지가 꽃향기로 오가는 사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곳곳마다 넝쿨로 그 자태를 드러내는 꽃분홍과 연분홍의 넝쿨 장미, 어느덧 아름드리나무가 되어 연노란 꽃잎과 진한 꽃내음을 발산하는 계화나무. 이제 막 꽃망울이 맺혀 여인의 농염한 향기를 드러낼 것 같은 치자꽃 나무. 작은 하천가에 줄 세워 심겨진 미루나무가 이제는 오층 짜리 건물 꼭대기까지 그 키가 닿았고, 그 나무 밑에 연보랏빛의 작은 들풀이 지천으로 깔려있어 하늘과 물과 나무와 어울려 아주 그럴듯한 풍경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고마운 것은 아파트 관리소에서 이 모든 단지 내를 수시로 돌아보고 쓸고 닦고 정리하고 관리해주어서 쾌적한 환경을 만든다는 것이다. 나는 그저 산책할 때나, 운동 할 때,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일일이 외부인을 체크하는 보안의 위용(?)에 아파트 단지는 비교적 안전한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조금 늦은 시각에 동네를 거닐어도 괜찮다는 말이다.

살고 있는 집 내부는 햇수만큼 조금씩 낡아갔다. 부엌도, 거도 고쳐야 할 것 같고, 회벽은 벽지로 바꾸어야 하겠고, 하는 김에 온돌도 생각해야 되니 이참에 새 아파트로 이사할까 하다가도 고민을 하게 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인지 나무가 더 좋아지고 풀들이 더 정겹고 꽃들의 향연 앞에 다른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편리함과 세련됨, 그리고 보다 나은 생활 여건이 이제는 그다지 나를 유혹하지 않는 나이가 되었나보다. 좋은 사람들이 있고 나무와 풀과 꽃들이 매일 아침 나를 반기고 있는데, 그래서 그 수목의 청정함에 물드는 이곳에 내 집이 있는데 어느 찻집인들 이와 같을까.

내 인생의 약 십여년을 살아 온 중국에서의 생활. 그리고 이렇게 무르익어가는 나무와 함께했던 나날들. 나무에게서 그 깊이와 침묵을 배우고 푸르름과 올곧음을 숙성시켜 인생의 후반전이 나무처럼 되었으면 한다.▷진선정 주부(cmh888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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