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름 표기는 현지 발음대로 쓰는 것이 요즘 뉴스의 관례지만 이 이름만큼은 그냥 토종 한국식으로 불러야 한다. '장궈룽'이란 낯선 이름 대신 '장국영'으로 살다가 죽은, 결국 '장국영'으로 기억된 그 이름 말이다.
2003년 4월 1일 저녁 그가 홍콩 만다린오리엔탈 호텔 24층에서 몸을 던졌다는 홍콩발 외신의 속보가 만우절의 짖궂은 장난기사이기를 간절히 바랐던 그날. 그의 죽음이 어느덧 3주기를 맞고 있다.
바다 건너 한국이건만 장국영을 사랑하고 추억하는 팬들은 여전하고 그의 3주기를 추모하는 열기 역시 여전히 뜨겁다. 지금도 적극적으로 활동중인 팬클럽 회원들은 직접 극장을 대관해 소규모 상영회를 열고 TV 방송에선 그를 추모하는 특집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다음 카페의 장국영 팬클럽 '장국영 사랑' 회원들은 그의 기일인 다음달 1일 서울 영화감독협회 시사실에서 '야반가성'과 '종횡사해'를 함께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비용을 부담해 시사실을 빌리고 영화를 함께 보며 그를 추모하기로 했다.
앞서 오는 31일 오후 11시55분 방송되는 EBS '시네마천국'은 장국영 추모 특집으로 마련한 '광대를 위하여' 코너에서 그의 연기인생을 되짚어본다. 홍콩에서 열린 뮤직 콘테스트에 입상, 데뷔한 이후 끊임없이 연기자로 자신을 단련해왔던 그의 일대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앞서 케이블방송 OCN은 이달 들어 매주 수요일마다 요절한 배우들의 대표작 특집 방송으로 편성, 지난 15일 장국영이 주연한 '해피투게더'(사진)를 내보내기도 했다.
유작인 '이도공간'과의 유사성, 동성 애인과의 불화설과 우울증 등 갖가지 의혹과 소문이 무성했지만 아직도 베일에 쌓여있을 뿐인 그의 죽음은 많은 팬들의 관심사다. 최근 한 포털사이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우리 네티즌들은 가장 진실을 알고싶은 스타의 스캔들로 장국영의 자살을 꼽았을 정도다. 600명이 훌쩍 넘는 응답자 가운데 42%의 지목에 따른 것이다.
하긴 웃을 때조차 슬퍼보였던 그의 얼굴을 어찌 잊을까. 희미한 미소를 띤 채 속옷 차림으로 맘보춤을 추던 '아비정전'과 전화부스에서 힘없이 쓰러지면서도 미소지으며 아내와 마지막 통화를 하던 '영웅본색2', 현실과 경극을 헤매던 섬세한 여성성을 그려낸 '패왕별희'와 방황 끝에 돌아온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빈 아파트에서 통곡하던 '해피투게더'를 어찌 잊을까.
그를 추모하는 열기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47살의 나이, 소년의 얼굴로 세상을 등진 그는 영원히 늙지 않은 배우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