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사이에 무역전쟁의 기운이 감돌고 있는 가운데 중국 내에서도 보호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저널은 최근 들어 중국 시장 장악을 노린 외국자본의 중국기업 인수가 봇물을 이루면서 자국 산업과 브랜드 보호를 주장하는 목소리들을 중국 내에서 힘을 얻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 인수합병 등을 통한 외국자본의 직접투자가 늘어나면서 유통과 음료 등 일부 산업분야가 외국 자본의 지배 아래 놓이자 이에 대한 경계심리가 발동하고 있다는 것.
코카콜라가 소프트드링크 시장을 장악했으며 필름시장에서도 코닥이 50%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일부 산업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외국자본의 중국시장 점유율이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 중국 당국의 생각이다.
여기에 미국도 중국 경제성장의 수혜자라는 주장이 힘을 얻어 얻어가면서 미국의 통상압력에 대한 반발심리가 보호주의를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저널은 분석했다.
저널은 최근 들어 국영 금융기관을 헐값이 외국자본에 매각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는 것 역시 보호주의적 성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면서 중국 당국이 외국자본에 대한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는 조짐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씨티그룹의 광둥(廣東)개발은행 지분인수 협상과 미국 사모투자업체인 카릴그룹의 쉬궁그룹 건설기계 인수 협상 등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정서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
이와 관련, 중국 주요 국영기업에 대한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국가자산감독관리위원회(ASAC)는 널리 알려진 브랜드가 있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시장점유율이 있는 중국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 규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ACAS는 외국 자본이 산업구조의 합리화, 기술발전 등을 촉진시키면서 중국의 경제성장에 기여했지만 동시에 일부 산업분야에서 시장장악 등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면서 새로 만들고 있는 가이드라인도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저널은 미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보호주의적 성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과 유사한 움직임이 중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셈이라면서 보호주의적 성향이 중국정부 운신의 폭을 제한할 가능성은 있으나 개혁개방정책의 후퇴를 불러오지는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평가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