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베이징 대학가에 '목소리 바꾸기'가 유행하고 있다.아름답고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가 긍정적인 인상으로 이어져 취업의 문을 여는 성공 열쇠가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상 유래 없는 취업난이 거듭되면서 생겨난 우울한 풍속도다.중국 국무원 인사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대학 졸업생은 지난해보다 75만명 늘어난 413만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전문대 이상 인력 수요는 167만명으로 지난해보다 22%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경제참고보(經濟參考報)는 10일 목소리 성형을 위해 베이징 인민해방군총병원.통런(同仁)병원 등 대형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환자들 대부분은 "중국중앙방송(CCTV)의 아나운서 리루이잉(李瑞英)처럼 여성스러운 목소리로 새로 태어나고 싶다"며 꾀꼬리 목소리를 꿈꾼다. 신문에 따르면 하루 평균 30 ̄40명의 '환자'들이 통런병원을 찾아 목소리 성형을 의뢰한다. 미취업 대졸자.대학 4학년생이거나 교사.세일즈맨 등 성대를 혹사해야 하는 업종에서 일하는 이들이 80%를 차지한다.
특히 취업 대열에서 더욱 소외된 여대생들은 목소리 다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경보(競報)가 전했다. 지난해 10월 진료를 시작한 인민해방군총병원엔 목소리를 바꾸기 위해 하루 50명이 넘는 환자들이 찾는다. 이 가운데 반 이상이 여대생이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베이징 외국어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올해 여름 졸업하는 한 여대생은 "여배우 장바이즈(張柏芝)처럼 날카롭고 잠긴 목소리 때문에 필기 시험과 현장 테스트를 모두 통과하고도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다"며 "수술비가 5000위안(약 64만원)이 넘어 매우 부담스럽지만 피해갈 수 없다는 절박감 속에서 수술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장바이즈는 한국 배우 장동건과 함께 출연한 중국 영화 '무극'의 여주인공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영화의 감독은 張의 굵고 탁한 목소리가 출중한 연기력과 외모를 깎아먹는다며 다른 배우의 목소리를 덧씌워 영화를 제작했다.
목소리 성형은 목구멍의 근육에 작은 티타늄 판을 끼워 넣는 방법과 성대 절개법 등이 많이 쓰인다. 두 방법 모두 소리의 높낮이를 조절하는데 일정한 효과가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다른 수술과 마찬가지로 의료 사고에 대한 부담이 있는 만큼 발성 연습을 통해 목소리를 조절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