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中서 노예로 살지 않으려면

[2006-05-12, 04:06:01] 상하이저널
[동아일보]

요즘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지방 출신의 대학 졸업반 학생들이 가장 갖고 싶어 하는 것은 ‘진징즈뱌오(進京指標)’다. 베이징 후커우(戶口·호적)로 외지인에게 베이징에서 거주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증서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이를 얻지 못하면 ‘상경(上京)의 꿈’을 접고 시골로 내려가야 한다. 이 증서가 없이 베이징에 남으려면 여러 가지 불이익을 감수할 각오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직장을 구하는 데 불리하다. 회사는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베이징 출신을 선호한다. 자기 집이 있어 안정적이라는 편견이 있는 데다 유사시 ‘관시(關係)’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골 호적이면 집을 사더라도 10만∼20만 위안(약 1200만∼2400만 원)이 더 든다. 베이징 시가 싼값에 분양하는 주택인 경제적용방(經濟適用房)은 신청 자격도 안 준다.

더 서러운 건 자녀를 낳아도 외지인으로 분류해 버려 5만 위안 이상의 찬조금을 내야 베이징에서 취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를 손에 넣기는 쉽지 않다. 국영기업이나 국가가 요즘 장려하는 정보기술(IT) 관련 회사에 들어가야 겨우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진징즈뱌오는 2만∼3만 위안을 호가한다. 대졸 회사원이 1년 남짓 모아야 하는 거액이다. 하지만 졸업반 학생들은 이를 구하지 못해 안달이다.

신입사원들에게 베이징 호적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국영기업이나 IT 업체는 궁박한 학생들의 처지를 이용해 장사를 한다. 시 정부에 채용 인력을 부풀려 보고해 베이징 호적을 넉넉히 확보한 뒤 남는 호적을 대학생들에게 내다 판다.

그래도 호적 제도를 탓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디 가면 싸게 살 수 있는지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 ‘호적’이라는 굴레는 누구도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고 체념하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에서 평범한 회사원이 도시에서 집을 사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

한국의 국민주택 정도인 100m² 규모의 아파트 값이 70만∼80만 위안(약 8400만∼9600만 원) 정도 된다. 대졸자의 월급이 대개 2000∼3000위안이니 20∼30년간 안 먹고 안 입으며 저축해야 겨우 살 수 있다. 은행 대출로 산다면 연 5.85%의 이자까지 물어야 한다. 20∼30년간의 이자는 원금에 육박한다.

일반 회사원은 아무리 열심히 저축해도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을 따라잡기 어렵다. 지난해 베이징의 아파트 가격은 m²당 7392위안으로 전년보다 23.2% 올랐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베이징에서 미분양률이 공개됐지만 아파트 가격은 떨어질 줄 모른다. 극소수를 제외한 도시민 전체가 ‘팡누(房奴·집의 노예)’로 전락했다는 한탄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농촌에서 돈을 벌기 위해 무작정 도시로 나온 농민공(農民工)이 집을 장만하는 것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이들의 한 달 월급은 800위안 안팎이다.

중국의 빈부 격차는 상상을 초월한다. 상위 20% 고소득 계층의 수입은 하위 20% 저소득 계층의 21.7배에 이른다. 도농 간 소득 격차도 10배를 넘는다. 평등한 사회를 지향한다는 ‘사회주의 중국’이 무색할 정도다.

“중화인민공화국은 노동자 계급이 영도하는 노동자 농민의 연맹을 기초로 한 인민민주전제정치를 하는 사회주의 국가이다.”

중국 헌법 제1조의 내용이다. 그러나 노동자가 나라를 영도하기는커녕 어디를 둘러봐도 노동자, 농민의 목소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매일 아침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국기게양식 때 울려 퍼지는 중화인민공화국의 국가는 이렇게 시작된다. “일어나라, 노예로 살아가길 원치 않는 민중이여.”

플러스광고

[관련기사]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中근대화 이끈 19명의 삶 2006.05.12
    (서울=연합뉴스) 세계 3위의 면적에 13억의 인구를 지닌 거대국가 중국. 무서운 속도로 현대화하고 있는 강대국 중국의 근대화 과정을 역사 속의 걸출한 인물들을..
  • 中 외교문서 2만5천건 기밀해제 2006.05.12
    (베이징=연합뉴스) 중국 외교부는 1956∼1960년 사이 작성된 외교문서 2만5천651건의 기밀을 해제, 10일 공개했다. 이번에 기밀 해제된 문건 가운데는 중..
  • 中인터넷사 바이두 '어닝서프라이즈' 주가 신바람 2006.05.12
    [머니투데이] '중국의 구글'로 불리며 미국 나스닥 시장에 화려하게 입성한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 바이두가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세를 나타..
  • 시속 430km, 속도를 즐겨라! 상하이 자기부상열차 2006.05.12
    상하이 생활 1달, 처음엔 출퇴근 시간만 막히는줄 알았다. 상하이 생활 2달, 러시아워가 아니더라도 막힐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하이 생활 3달, 이젠 쌩쌩..
  • 中, "황금주간은 맞선주간?" 2006.05.12
    [상해탄 온라인뉴스] 우리나라의 연휴기간은 길어봤자 나흘이고 직업에 따라서는 일주일, 한달도 가능하겠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일주일 연휴'는 다른 나라 얘기일 뿐이..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中 입국하면 즉시 휴대폰 불심검문?..
  2. 다종뎬핑, 올해 '필수 맛집'은 어디..
  3. 中 청소년 배드민턴 국가대표, 경기..
  4. 시가총액 9조 하이난항공, 하루 만에..
  5. 베이징, 첫 주택 선수금 30→20%..
  6. 동남아로 눈 돌리는 中 반도체 기업…..
  7. 中 여름방학 관광 열기 고조…항공권·..
  8. 中 2분기 신규 주택 공급 전월 대비..
  9. 전국적으로 수포성 전염병 비상
  10. 10대 증권사가 바라보는 하반기 A주

경제

  1. 시가총액 9조 하이난항공, 하루 만에..
  2. 베이징, 첫 주택 선수금 30→20%..
  3. 동남아로 눈 돌리는 中 반도체 기업…..
  4. 中 여름방학 관광 열기 고조…항공권·..
  5. 中 2분기 신규 주택 공급 전월 대비..
  6. 10대 증권사가 바라보는 하반기 A주
  7. 2030년 중국 자동차 글로벌 점유율..
  8. 中 상반기 택배량 800억 건 돌파…..
  9. 마이크로소프트, 中 공식 오프라인 매..
  10. 中 자국민 홍콩·마카오 면세 한도 5..

사회

  1. 中 입국하면 즉시 휴대폰 불심검문?..
  2. 다종뎬핑, 올해 '필수 맛집'은 어디..
  3. 中 청소년 배드민턴 국가대표, 경기..
  4. 전국적으로 수포성 전염병 비상
  5. 판다 기지에 애완동물 몰래 동반한 관..
  6. 中 언론 “신입생 부족한 韓고교, 중..
  7. 중학교 한 반에서 2명이 뇌 수막염으..
  8. 中 ‘관광의 자유’ 전면 추진? 관광..
  9. 포동한국주말학교 “야호~ 여름 방학이..

문화

  1. [책읽는 상하이 244]돌봄과 작업

오피니언

  1. [김쌤 교육칼럼] 다시 진로교육을 생..
  2. [금융칼럼] 중국银联 ‘유니온페이’..
  3. [무역협회] 신흥 산업 발전, 중국이..
  4. [금융칼럼] 피할 수 없는 사이 ‘금..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