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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야기] 어머니 집 밥이면 돼요

[2011-06-23, 11:00:16] 상하이저널
어느 나른한 점심 아들 녀석이 친구 셋을 데리고 왔다.

"밥 먹었니? 맛있는 것은 없는데…"

"네, 어머니, 집 밥이면 돼요."

마침 반찬도 마땅찮고 냉장고에 부추, 호박, 고추… 이것저것 남은 채소들이 있어 오징어 새우 그리고 매운고추 송송 썰어 넣고 전이나 부쳐야겠다 생각 하고 있었는데 다른 것 없이 얼른 밥을 지어 집에서 담근 김치와 장아찌 구운 김과 함께 점심 상을 차렸다. 막 부쳐진 따뜻한 전과 함께 어찌나 잘 먹는지 저녁까지 해결하려던 반죽 한 양푼을 모두 비웠다. 기숙사에 있거나 자취를 하는 유학생들이다 보니 집 밥이 무척 그리웠나 보다.
내친김에 "얘들아 이번 주말에 친구들 불러라. 삼겹살이나 구워먹게"

얼떨결에 초대 아닌 초대를 하고 나니 이 녀석들 좋아라 한다. 대충 몇 명이 올 것인지를 아들에게 물어본 후 시장에 가 돼지고기 10kg와 채소 또 커다란 수박 두 덩이를 샀다. 그리고 집에 와 포도주에 담근 와인 삼겹살과 각종 향료에 담근 것을 반반씩 준비를 했다.

남편도 모처럼 아들의 친구들이 온다고 하니 약간의 맥주와 보드카 칵테일을 만들어 주겠다며 준비를 한다. 그날 토요일 오후 우리 집 작은 뒷마당이 시끌시끌하고 가득 찼다. 15명의 이미 건장한 청년의 모습을 한 친구들이 함께 먹고 마시고…. 보기만 해도 뿌듯하고 배부른 듯하니 그 순간만큼은 딸 없어서 외롭다는 생각은 괜한 투정처럼 느껴졌다. 그날 집 밥에 굶주린(?) 아들들은 그 많은 고기를 몽땅 먹어 치웠고 근사하고 잘 차려진 밥상은 아니지만 손끝에서 나온 작은 관심과 정성에 모두가 즐거웠고 나 또한 모처럼의 이런 시간이 행복하고 감사했다.

중국의 명절은 우리의 것과 달리 유난히도 길다. 물론 그때 한국으로 가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유학생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 부부는 아이들에게 그렇게 PC방이나 거리를 헤매지 말고 우리 집에 오라고 하곤 한다. 함께 지내며 홀로 유학온 아이들이 잠시 잊고 지낸 어른들과 더불어 살며 절제하고 귀 기울이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하고 친구들과 가 아닌 또 다른 관계 속에서 정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먹을 것이 넘치는 세상, 각종 페스트푸드가 요즘 아이들 입맛을 버려놨다고 걱정하는 세상, 이것저것 필요없고 무조건 집 밥이면 된다는 아이들의 말 속에서 그 동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또 다른 면을 생각하게 했다.

지금도 오늘은 외식을 하자며 배부른 투정을 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어머니의 손 맛을 그리워하며 햄버거를 먹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사랑스런 너희들, 그래 언제든지 집 밥이 그리우면 오거라. 엄마가 소박한 밥상 맛있게 차려 줄게.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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