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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표 칼럼]카피캣(copycat)과 촹신(創新)

[2011-09-15, 16:33:42] 상하이저널
추석을 며칠 앞둔 지난 9일.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이 애플의 손을 들어주면서 삼성전자 갤럭시탭 10.1의 독일 판매 금지가 확정됐다. 소송 안건을 담당한 요하나 브뤼크너 호프만 판사는 “아이패드와 갤럭시탭 사이에 평면 스크린, 둥글게 각진 모서리, 아이콘 디자인 등 닮은 점이 있다”라며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이번 재판을 맡은 뒤셀도르프 법원은 특허권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지난 2006년부터 3년간 이 법원에서 진행된 특허침해 소송 중 특허권자가 승소한 경우는 63%로, 글로벌 평균에 비해 약 두 배가 높은 수치다.

만약 이번 판결을 내린 판사가 세계 각 국 기업이 중국의 지재권 침해 제품에 대한 소송 전담 판사라는 상상을 해보자. 아마 원고의 승리는 떼어 놓은 당상이 되지 않을까? 특히 이번처럼 디자인적인 부분은 주관적 해석의 여지가 매우 높기 때문에 특허권이 아닌 디자인권과 관련될 경우 승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또한 이러한 기준에 의하면 중국에서 팔리는 소비재 중 상당수가 아마도 지재권 침해를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 시내 전자제품 유통매장을 가보면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감쪽같이 모방한 제품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이름까지도 유사하다. 한두 글자만 살짝 바꿔 자세히 보지 않으면 혼동하기 십상이다.

상하이에서 항저우를 지나 한두 시간쯤 가면 세계 최대 잡화류 도매시장으로 불리는 이우(義烏)시가 있다. 액세서리, 문구, 가방, 우산, 양말에서부터 의류에 이르기까지 없는 소비재가 없을 정도다. 얼마 전 미국 CBS는 ‘세계 최대의 모조품 시장’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이우 소비재 도매시장을 취재, 방영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은 다년간 지재권 침해를 연구해온 오하이오주립대 교수의 말을 인용하여 이우에서 팔리는 상품 중 90%가 모조품이라는 내용을 보도했다.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중국에서 모조품이 범람하고 있다는 말이다.

외제 상표만 붙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일부 소비자들의 행태도 짝퉁 제조가 횡행하는 이유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발생한 다빈치(達芬奇) 가짜 수입가구 사건이다. 중국의 명품 외제가구 수입업체로 알려진 다빈치가 그동안 국내에서 만든 값싼 제품을 이탈리아 수입명품으로 속여 비싼 값으로 판매하다 적발된 것이다.

중국정부는 지재권 보호를 얘기하지만 실제 많은 기업들은 여전히 손쉽게 돈 벌 궁리에 혈안이 되어 있는 ‘카피캣(copycat)’에 지나지 않는다. 외국 명품 브랜드가 해외보다 중국에서 몇 배나 비싸게 팔리고, 외국 브랜드제품 수요도 계속 늘어나다 보니 고유 브랜드 개발이나 R&D 투자는 뒷전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중국 생산업체는 제조업 가치사슬(Value Chain) 생태계에서 가장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단순 위탁생산 단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하다며 중국정부가 부르짖는 ‘촹신(創新, 창조와 혁신)’ 역시 한낱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지식경영으로 승부하는 두뇌강국이 되고자 하는 한국과 중국에게 이번 애플과 삼성전자간의 특허 공방전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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