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식 칼럼]
이제는 한∙중 FTA다
지난 1월 9일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을 공식 방문하여 후진타오 주석과 회담을 가졌다. 중국 신문은 외국 국가원수의 공식방문을 보도하는 것치고는 지면 할애에 인색하였다. 통상 외국 국가원수의 공식방문은 1면에 헤드라인으로 보도하는 게 중국 언론의 관행이었으나 동방조보(东方早報) 등 일부 중국 신문은 국제면의 주요 뉴스로 다루었다. 중국 언론이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소홀히 보도한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그러나 중국 언론은 이구동성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의 의미를 한∙중 FTA 협상이 곧 개시된다는 데 있다고 한다.
2005년부터 한∙중 FTA 공동연구
이제는 한∙중 FTA이다. 한∙중 FTA는 한∙미FTA라는 무거운 이슈에 가려 주목 받지 못했지만 그 논의의 역사는 멀리 2004년 11월 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의 한∙중 FTA 민간공동연구 선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중국의 국무원발전연구중심은 2005년부터 2년간 한∙중 FTA에 대하여 공동연구를 하였다.
양국 통상장관은 민간공동연구의 성과를 계승하여 산∙관∙학 공동연구를 수행하기로 합의하고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 상해, 제주, 북경 등에서 연구 회의를 개최하였다. 그 결과 마침내 2010년 5월 말에 원자바오 총리가 내한하여 공동연구의 종료를 선언하고 실질적 협상이 필요함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원자바오는 당시 “한∙중 FTA가 늦어도 1년 이내 정부간 공식 협상이 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7개월 후에 한∙중 양국의 정상이 만나 정부간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한발 앞선 중국과의 FTA, 中시장 우위 기대
한∙중 FTA에 대한 양국의 정부간 협상이 이제야 시작된다는 것은 때늦은 감이 있다. 중국이 한국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양국간 협상은 벌써 시작되어야 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국의 대 중국 무역의존도는 해를 거듭할수록 심화되고 있고 장기적으로 중국 시장은 그 자체가 거대한 글로벌 시장이 되어 글로벌 기업의 각축장이 될 것이므로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한 발 앞서 중국과 FTA를 체결한다면 중국 시장에서 우위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과 중국은 FTA에 대해 온도차를 보이는 것 같다. 중국은 그 동안 한국보다 FTA에 대해 적극적이었다. 정부간 협상의 개시에 대한 환영의 목소리도 한국언론보다는 중국언론에서 더 컸던 것 같다.
어느 쪽이 더 큰 이익을 얻을 것인가
통상 FTA를 통해 관세장벽과 비관세 장벽을 철폐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과 중국 사이에 어느 쪽이 FTA에서 더 큰 이익을 얻을 것 같은가? 중국이 한국 제품에 적용하는 수입 관세율은 평균 9.7%대로 높으며 관세율이 15~20%에 해당하는 품목도 적지 않다. 따라서 FTA 체결시 관세 장벽의 철폐로 중국보다는 한국이 당연히 더 많은 이익을 누릴 것이다.
한편 비관세 장벽은 OECD 국가인 한국보다는 개발도상국인 중국이 당연히 높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중국은 외국자본의 투자 진입단계, 외자 진출 후 운영단계, 투자 철수 단계에서 다양한 형태의 장애와 제한이 존재한다. 관세장벽보다는 이러한 비관세 장벽으로 인해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한국측이 FTA 체결시 기대되는 이익은 관세 장벽 철폐보다는 비관세 장벽의 철폐에서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한∙중 FTA, 중국이 더 적극적인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한∙중 FTA에 대해 보다 더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이 FTA를 체결한 국가의 면면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대만, 홍콩, 마카오 등 사실상 중화권 국가를 제외하면 중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중국보다 경제 선진국은 지난 2008년에 체결한 뉴질랜드뿐으로 중국은 선진국과의 FTA 체결에 대해서는 매우 소극적이다. 따라서 중국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한국과 FTA를 체결할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이다.
중국언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방중과 FTA 협상 개시에 대한 기사를 살펴보면 한∙중 FTA 체결로 한중 양국간에 보다 긴밀한 협력관계가 형성되고 발전되길 희망하는 논조가 역력하다. 특히 한∙중 FTA 체결에 어려운 점에 대해 설명하면서 ‘민감영역’ 혹은 ‘민감부분’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데 이는 한국측 입장에서 농업부분을 의미한다. 국제금융보(国际金融報)와 같은 일부 중국 언론은 한국의 농산물 개방과 관세인하는 한국 농민의 거센 반대가 야기될 가능성이 있는 민감부분이니 급하게 추진하지 말고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점진적으로 협상하자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중 FTA에서 우리가 취할 입장
이러한 중국측 태도는 의외이다. 중국이 한국과 FTA를 체결하여 가장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부분이 농업부분인데도 불구하고 언론상으로는 농업부분에서 한국을 강하게 압박할 것 같지는 않다. 이점에 비추어 볼 때 중국이 한∙중 FTA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은 경제적인 동인보다는 정치적 목적이 더 크기 때문인 것 같다. 중국언론이나 중국의 한반도 정책관계자들은 이명박 정부에서 한중 관계가 전략적 동맹관계로 격상되었지만 그에 걸맞지 않은 불편한 상황이 존재하였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가 한중관계보다는 한미관계를 중시한다거나 남북관계를 의도적으로 경색시켰다고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이들은 한∙중 FTA가 한중관계를 돈독히 해서 동아시아에서의 중국의 국제적, 정치적 지위를 공고하게 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보다 중국이 먼저 한국과 FTA를 체결하는 것이 동아시아에서의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측면을 잘 살펴보면, 한∙중 FTA에서 우리가 취할 입장이 무엇인지 분명해질 것이다. 즉 한국은 경제적 실리를 도모하면서 중국에게 정치적 명분을 부여하는 것이 기본 전략이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더 자세히 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협상 전략은 노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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