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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더러움(?) 예찬

[2012-04-06, 21:37:53] 상하이저널
얼마 전 평상시 관심도 없던 마사지를 받고 피부 트러블이 어찌나 심했던지 한동안 고생을 했다. 과민성 피부라지만 내 피부가 갑작스런 호강에 놀랐나 보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 남편이 무심히 발견한 빨간통(예전에 졸업장이나 상장 보관하던 통)속에 초등학교 통지표가 들어있었는데 그곳에 선생님께서 통신란에 ‘몸에 부스럼이 있음’이라고 적어 놓은 것을 본 우리가족들이 얼마나 웃던지. 물론 이것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난 왜 이런 것을 지금껏 버리지 않고 시집가는 딸에게 챙겨 보냈냐며 애꿎은 엄마만 원망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내 피부는 아토피였던 것 같다. 지금도 환절기에 몸이 가렵고 조그만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내 피부를 다행히도 나의 둔한 성격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불편 없이 지내고 있다.

요즘 아이들 너무 깨끗해서 오히려 병이 난다는 뉴스는 나에게 약간의 위안이 되었다. 환경이 오염된다는 생각에 각종 세제에 도움 없이 그저 물과 수세미로 닦다 보니 다른 집처럼 반질반질 윤이 나질 않고 옷들도 눈부시게 깨끗하지 않고 게다가 게으른 탓인지 매일 쓸고 닦기가 습관이 안되니 이런 소식은 당연히 나에게는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어릴 땐 동네 많은 아이들이 누런 코를 훌쩍거렸고 적지 않은 아이들의 팔 소매는 닦은 코로 반질반질 거리기도 했다. 그래도 아파서 병원에 다니는 아이는 드물었고 나 또한 병원이라고는 치과에 간 기억뿐이 없다. 그리고 종일 먼지 속에서 뛰어 놀아도 즐거웠고 누구든지 함께 어깨동무를 할 수 있었다. 정제된 깨끗함은 없었지만 몸도 마음도 모두 건강했다.

가끔은 적당한 더러움(?)이 삶을 여유롭게도 한다. 지금은 고등학생인 친구의 딸이 "우리 엄마는 내가 어릴때 빵 부스러기 흘리는 것 때문에 신문 깔고 움직이지 말고 한자리에서 빨리 먹으라고 했어요"라는 말에 옆에서 웃으며 미안해 하던 친구의 모습이 생각이 난다. 그리고 항상 깨끗한 친구의 집에서 나 역시 혹시 실수나 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다. 그리곤 이런 면에서 보면 우리 집은 얼마나 좋으냐며 은근히 나를 합리화하며 잘난 척을 해본다

주말이면 자주 또 다시 한 단지에 살게 된 연우네가 놀러 온다. 연우와 꼬맹이 남동생이 까만 발로 집안을 돌아다니고 과자 부스러기를 흘리기도 하고 또 어쩌다가 무엇이 조금 망가진다고 한들 아까울 것도 없고 미안할 것도 없다. 이렇게 정돈되지 않은듯한 모습 속에서 어른들과 아이들은 모두가 자유롭게 웃음을 나눌 수 있으니 난 이런 더러움(?)에서 여유로움과 행복을 본다. 그리고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들을 본다.

어떤 것 이든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다. 조금 더러워 보여도, 조금 부족해 보여도 좋다. 그리고 이런 부족함들이 상대방에게 편안함을 주고 마음을 열게도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는 푼수(?)가 좋아 보일 때가 있다. 경직되고 가슴을 닫고 사는 이들을 웃게 해주고 긴장을 풀어주는 귀한 탤런트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나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그것을 내어 놓을때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것이 사람이든 내마음의 평안이든….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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