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장성의 한 고등학교가 학생들에게 이성간 교제는 물론 동성간 교제를 금지하는 서약서를 받고 이를 위반하면 엄벌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절강재선(浙江在線)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저장성 원저우(溫州)시의 한 고등학교는 최근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서약서 초안을 발표했다.
학생들이 지켜야 할 교칙을 담은 이 서약서는 부록에 '특별히 심각한 규율 위반 행위' 22가지를 열거하면서 '너무 친밀한 교제(동성간 교제 포함)'를 포함시켰다.
이를 위반한 학생은 정학 등에 처하고 수업료를 비롯해 이미 납부한 학비를 돌려받을 수 없다는 벌칙도 함께 명시했다.
이 서약서는 중국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누리꾼들의 큰 관심을 끌었고 논란이 일자 학교 측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해당 학교의 교장은 "서약서 가운데 문제가 된 조항은 학생들이 너무 어린 나이에 연애에 빠져 공부에 지장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어느 정도가 '너무 친밀한 교제'인가를 두고 말들이 많지만 학교 측은 담임교사와 급우들을 통해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고 신중히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규율을 심각하게 위반한 학생에게 학비를 환불해주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초안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 의견을 청취한 뒤 보완을 거쳐 서약서를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교 측의 해명에도 누리꾼들은 불명확한 기준으로 학생들을 지나치게 억압하는 처사라며 대체로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저장성의 한 변호사는 "민사상 계약은 쌍방이 평등한 상태를 전제로 이뤄지는 것이 기본인데 우월한 주체인 학교와 상대적으로 약한 학생 사이의 이런 계약은 법률적으로 무효"라며 "학생을 교육할 의무가 있는 학교가 책임을 학생에게만 전가해서는 안 되며 학생들은 이런 서약서에 서명을 거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중국 내 동성애자는 약 4천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4∼6%로 추산되며 중국 법률은 동성애 관계를 인정하지 않아 동성애자들은 병원 방문이나 상속, 입양, 주택 구입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