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인가? 안 보는 것인가?
요즘 같은 쌀쌀한 날씨에는 많은 편두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편두통은 그에 수반되는 통증으로도 충분히 괴롭지만 병을 앓을 때 자신의 시야에 생기는 ‘검은 점’에 대해 미지의 두려움으로 많은 사람들을 곤란하게 한다. 이 때 ‘검은 점’을 생리학적 용어로 ‘암점’이라 부른다. 많은 사람들이 편두통에 시달려 봤을지는 모르지만, 이 암점이 사물과 겹쳐질 때에 나타나는 신기한 현상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일 것이다. 다음 그림을 한번 봐보자:
오른쪽 눈을 감고 왼쪽 눈으로 그림의 우측에 있는 검은 원을 쳐다보고. 30센티미터 거리에서 이 그림을 천천히 자신에게 가까이 가져가 보면, 어느 위치에서 좌측의 회색 원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사라진다는 말 보다는 흐릿해 진다는 표현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맞을 수 도 있으니, 사라지는 위치에 집착하지 말자). 재미있는 것은 회색 원이 사라진 상태에서 조금 더 관찰을 해보면, 회색 원이 있었던 자리에 빈 공간이 생기는 것이 아닌 배경과 일치한 모습이 나타난다.
하지만 회색 원이 사라지는 그 위치에서 오른쪽 눈을 뜨게 되면 다시 회색 원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편두통 환자들의 암점이 사물과 겹쳐질 때에는 사물이 사라지고 벽지나 시멘트 벽과 같은 색상이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맹점을 잘 활용한다면 수업시간이나 회의시간에 혼자만의 재미있는 장난도 칠 수 있다.
자연적 맹점의 존재는 우리에게 소소한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사회 속에 존재하는 맹점은 짧은 한숨과 고개 숙임을 줄 뿐이다. 사회 속의 맹점이란 우리가 평소에 잘 관심을 가지지 않는, 그렇지만 양쪽 눈을 똑바로 뜨고 보면 정확히 잘 보이는, 그런 부분들이다. 예를 들어, 쓰레기를 버스나 택시의 의자 시트 사이에 쑤셔놓는 행위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모르지만, 한번 발견하게 되면 많은 불쾌감과 거부감을 주는 행위이다. 또한 어딘가에 붙어 있는 껌, 다 마시지도 않고 쓰레기 통에 버린 음료수 병 등. 우리 사회에는 이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잘 보이는’ 그런 애매모호한 맹점들이 자주 보인다.
자연적 맹점은 우리의 안구 구조상 나타나는 문제이므로 생명체인 이상 맹점에 위치하는 사물을 정확히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사회적 맹점은 우리 사회에 사각지대에 존재하지만 생명체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든지 아무 노력도 필요없이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발견하기 쉬운 사회적 맹점들을 왜 이런 문제들을 직시하지 않는 것인가? 이에 대해 한 유명한 실험이 하나 있다: 엘리베이터에 환자와 보통 사람 1명씩 있다면 환자가 쓰러졌을 때 1명인 보통 사람은 열심히 응급조치를 실시했다.
또한 엘리베이터에 환자 한 명과 보통 사람 2명이 탑승하고 있을 때, 2명의 보통사람은 서로 협동해 응급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4명이 넘어가는 보통 사람이 탑승하고 있을 때에는 사람들이 모두 하나 둘씩 엘리베이터를 떠나갔다. 그 이유를 물으니 ‘다른 사람이 알아서 하겠죠 뭐’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대다수를 차지하였다고 한다. 이 실험에서 알 수 있듯 사람들은 자신의 주위에 어떤 문제가 발견되거나 발생될 때, 자신이 해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사회적 맹점이 ‘보여지는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 보이는’ 것이다.
▷고등부 학생기자 채민석(상해한국학교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