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아줌마이야기] 동장군

[2013-12-03, 18:06:39] 상하이저널

하룻 사이에 체감 온도가 겨울로 들어서니 얼떨떨하다. 딱히 기온이 영상 몇도부터가 겨울 체감 온도라 말하기 뭐하지만 최근 상하이 날씨는 정말 춥다. 한국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 애써 위로해 보지만 이 곳 생활 10년차가 넘어가는 지금에는 그 위로도 위로가 되지 못한다. 이젠 보일러 깔린 집이 많아 보일러 깔린 집으로 이사도 해 볼까 싶지만 이 또한 월세의 상승 때문에 여의치 않다.

아줌마들끼리 모이면 가장 주된 화제는 역시 자녀 교육이다. 그리고 겨울이 되니 자연스레 어떻게 겨울을 날 것인가 많은 정보들이 오간다. 일단 난방이 되든 안되든 연료비 절감을 위해서도 이 곳에선 맨 바깥쪽 집은 기피 대상이다. 사이에 끼인 집을 선호한다. 내가 거주하는 집의 보일러 유무에 상관없이 위 아래층에 보일러가 있다면 우리 집은 난방 샌드위치에 들어서 따뜻하다는 정보다. 야간 전기료는 낮의 절반임에도 불구하고 전기 누진세 적용으로 이제는 전기로 난방을 하는 것도 신경이 어지간히 많이 쓰인다.

지금이야 보편적이지만 내 기억으로 상하이에 동판이라는 난방 도구가 출현한 것이 12년 전이다. 그 때는 보일러 깔린 집도 없어 동판 하나로도 많은 교민들이 행복해 하고 겨울 준비로 최고였던 기억이 있다. 동판이 보편화 되고 열풍기가 나타나고 난방 필름이 등장하고 2003년 홍췐루와 구베이 일대에 교민들이 집을 구매하면서 보일러 깔린 집들이 등장했던 걸 보게 된다.

상하이에 눈이 오는 건 원래 드물다. 5~6년전쯤 상하이에서 보기 드문 많은 눈이 내렸을 때도 눈이 쌓였지만 바닥은 얼지 않고 녹아 흥건한 광경을 목도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상하이다. 눈 한 번 보지 못하고 해를 넘기기가 일쑤여서 눈이 그리워 겨울에 꼭 한국을 가곤 했던 기억도 있다. 보기 어려운 눈도 자주는 아니지만 상하이에서도 가끔은 구경할 수 있게 되었다. 상하이의 겨울도 변해가고 있음을 보게 된다. 더 춥게, 더 길게….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 날씨 탓인지 가을이 귀했더랬다. 가을이 다 갔다는 아쉬움을 느낄 새도 없이 겨울이 집 문턱을 넘어섰다. 보일러가 없는 집이다 보니, 그렇게 기피하던 바깥쪽 집을 월세난에 구하다 보니 수면 양말을 식구들에게 일찌감치 신게 했다. 12월이라 집 안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꼬마 전구의 따스한 불빛을 보니 그래도 바깥의 차가움이 집안은 점령하지 못한 듯도 하다.

크리스마스 행사, 김장 담그기 등 겨울맞이 행사를 앞두고 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예전보다 더욱 추위를 타는 날 보게 된다. 그래서 상하이의 겨울이 더 추워지고 있다고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내 입에서 올해는 동장군이라는 말이 튀어 나오며 집안이 난방이 되지 않는 상하이 겨울의 위엄을 일깨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동판과 필름 위에 앉아 숙제를 하는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들린다. 난방매트를 깔아 놓은 푹신한 침대 이불 속에 들어가 잠자리에 드는 행복한 아이들의 미소도 보인다. 실내에서도 얇은 패딩조끼를 입고 있는 아이들 모습엔 의외로 안팎의 동장군을 두려워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은 겨울답게 다가오는 이 곳의 추위를 기꺼이 맞이하는 듯 하다. 한 해에 한 계절 입는 겨울옷을 반가워 하는 듯도 하다. 문득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눈이 소복히 쌓인 알프스 다락방에서 건초 이불 속에서 미소 띠며 눈에 덮인 알프스를 바라보던 장면이 그려진다. 내 아이들의 모습에서 그런 따뜻함이 보인다.

가정의 온기가, 우리집에 감도는 따뜻한 여러 과학이 상하이의 동장군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게 미소로 날려 보낼 수 있음을 보며…. 내겐 동장군이 되어가는 상하이의 겨울이 아이들에겐 겨울의 추억으로 채워져 감을 보게 된다. 이 아이들에게 올해 상하이의 겨울이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지 기대하며 나도 좀 더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추위를 맞이하련다.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타오바오(淘宝) 쇼핑세상 hot 2014.09.21
    [타오바오(淘宝) 쇼핑세상] '국경절을 즐겁게 지내는 방법' 을 고민하고 있다면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가까운 상하이 외곽으로 나가 바람과 가을 하늘이 주는...
  • 기업 부담을 줄이려는 중국의 노력 hot 2014.08.27
    25일, 중국 국무원(國務院) 기업부담경감부 연석회의 판공실(減輕企業負擔部際聯席會議辦公室)은 기업 부담 경감을 위한 신고 전화번호와 이메일을 공개했다. 현재 중국..
  • 중국 증시에 상장한 소매업체, 절반가량이 영업실적 하락 hot 2014.08.26
    중국의 거시경제 침체와 온라인 쇼핑의 영향으로 중국 증시에 상장한 소매업체들의 영업실적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금융 관련 정보데이터 업체인..
  • 중국의 내수시장 보호주의 hot 2014.08.20
    최근 중국 정부가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Benz)를 대상으로 반독점법 관련 조사를 실시했다. 장쑤(江蘇)성 반독점 규제 당국은 “메르세데스 벤츠가 부품..
  • 중국, 9월 초부터 수출세 환급 시범계획 8개 항구로 확대할 예정 hot 2014.08.19
    중국 해관총서(海關總署), 재정부, 국세총국(國稅總局)이 칭다오(靑島)와 우한(武漢) 항구에서만 시행되었던 수출세 환급 시범계획을 이번 9월 1일부터 난징(南京)..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中 최대 생수업체 농부산천, 잠재발암..
  2. 中 6월 집값 하락세 ‘주춤’…상하이..
  3. [인터뷰] 서울과 상하이, ‘영혼’의..
  4. 2024년 상반기 中 GDP 5% 성..
  5. 中 해외직구 플랫폼 급성장에 화남지역..
  6. ‘삼복더위’ 시작…밤더위 가장 견디기..
  7. 국내 시장 포화에 中 모빌리티 플랫폼..
  8. 얼리버드 티켓 20만 장 매진! 上海..
  9. 항공권 가격 천차만별…출발 전날 티켓..
  10. 中 3중전회 결정문, 300여 가지..

경제

  1. 中 최대 생수업체 농부산천, 잠재발암..
  2. 中 6월 집값 하락세 ‘주춤’…상하이..
  3. 2024년 상반기 中 GDP 5% 성..
  4. 中 해외직구 플랫폼 급성장에 화남지역..
  5. 국내 시장 포화에 中 모빌리티 플랫폼..
  6. 中 3중전회 결정문, 300여 가지..
  7. 삼성, 中 갤럭시Z 시리즈에 바이트댄..
  8. ‘쥐머리’ 이슈로 中 통이 라면 주가..
  9. 상하이 오피스 시장 수요 회복…하반기..
  10. 中 생수, 농부산천 필두로 ‘1위안’..

사회

  1. [인터뷰] 서울과 상하이, ‘영혼’의..
  2. ‘삼복더위’ 시작…밤더위 가장 견디기..
  3. 얼리버드 티켓 20만 장 매진! 上海..
  4. 항공권 가격 천차만별…출발 전날 티켓..
  5. 上海 프랑스 올림픽, 영화관에서 ‘생..
  6. 上海 고온 오렌지 경보…37도까지 올..

문화

  1. 상하이한국문화원, 상하이 거주 '이준..
  2. [책읽는 상하이 246] 방금 떠나온..
  3. [인터뷰] 서울과 상하이, ‘영혼’의..
  4. 무더운 여름, 시원한 미술관에서 ‘미..
  5. 상하이, 여름방학 관광카드 출시…19..

오피니언

  1.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3] 나이키..
  2. [[Dr.SP 칼럼] 장마 후 여름이..
  3. [허스토리 in 상하이]내가 오르는..
  4. [허스토리 in 상하이] 재외국민 의..
  5. [독자투고]미국 유학을 위한 3가지..
  6. [상하이의 사랑법 15]부족한 건 사..
  7. [무역협회] 신에너지 산업의 발전,..
  8. [무역협회] AI 글로벌 거버넌스,..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