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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안개

[2014-01-02, 10:51:26] 상하이저널

안개라 함은 지표면 가까이에 아주 작은 물방울들이 김처럼 뿌옇게 떠 있는 현상을 가리킨다. 안개는 대기와 물, 대기와 육지의 온도차에 의해 대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되어 미세한 물방울로 변하고 이 물방울들이 빛을 산란시켜 하얗게 보이게 됨으로 발생한다. 모두가 잠든 밤에 주로 발생하는데 이는 대기보다 육지가 빨리 차가워짐으로 인해 생기게 된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해가 뜨면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마술 같은 날씨다.

이런 고리타분한 과학 이야기를 하려고 안개 이야기를 꺼내들진 않았다. 어릴 적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개를 뚫고 등하교를 한 기억 조각들이 있을 것이다. 안개가 자욱한 이런 날은 아침의 기온이 어떠하든지 체험적으로 아주 맑은 날이다. 안개를 뚫고 10분도 되지 않아 안개는 내 머리카락에 달라 붙어 요술을 부리곤 했다. 산꼭대기에 걸린 구름 속을 걷는 기분을 내 어릴 적 안개가 자욱한 날 맘껏 누렸다.

하루에 차 한 대 보기 힘든 길이었고, 한여름 밤이면 개똥벌레를 모아 손 안에 가두고 놀던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서였을까? 안개는 내 어릴 적 기억엔 신비한 요술쟁이였다.

올 해 상하이는 상하이답지 않게 유난히 비가 적었다. 그리고 유난히 더웠다. 더위만 끝나면 다 될 줄 알았는데…. 12월에 들어서자마자 해가 떠도 사라지지 않는 안개에 직면하게 되었다. 통풍을 위해 창문을 열었을 때, 밖엔 안개가 자욱했지만 그 안개는 내가 기억하는 수증기로 가득 찬 안개의 내음을 풍기지 않았다. 오히려 누군가 저 멀리서 석탄을 연료 삼아 밤새 불을 지핀 매캐한 냄새로 가득 찬 이상한 안개였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고, 꽤 오랜 시간을 온 상하이를 뒤덮다 못해 온 중국을 뒤덮는 참으로 이상한 안개였다.

그래서 대기를 뒤덮은 하얗게 생긴 안개와 흡사한 정체는 스모그라 다른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내가 아는 안개와는 태생부터 달랐다. 자연이 만들어 낸 산물처럼 보이지만 인류의 인구 폭발과 더불어 과학의 발달, 화석 원료 사용의 증가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많은 이유들로 잉태 된 말 그대로 인간이 만들어 낸 재앙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 동안 상하이의 대기를 씻어 준 비의 고마움을 느끼는 나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미세먼지를 걸러 주는 마스크를 씌워 주며 이 아이들이 살아 갈 미래에 대해 미안함과 두려움이 한 켠에 자리잡아 가고 있다. 내 아이들의 기억 속엔 나와 정반대의 기억이 자리 잡을 것 같다. 자연이 만들어 낸 수증기 가득한 안개에 대한 기억은 희박하고 매캐한 스모그의 기억이 선명할 듯 하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경제 중심지 상하이에서 살아가는 댓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크리스마스의 지구를 우주에서 찍은 사진을 보았다. 사진 속 지구는 우주의 그 어떤 행성보다 가장 아름다운 파랗고 싱그러운 보석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상하이의 대기에서 일어나는 스모그는 우주에서 보는 지구에서는 잠시 잊혀져 있는 듯 너무도 푸르렀다. 통풍 대신 공기 청정기를 들여 놓고, 매일 AQI 지수를 확인하며 그 동안 감사한 줄 모르고 살았던 것들을 떠올려 본다. 좋은 공기가 얼마나 감사한지, 때에 맞게 내려 주는 비가 얼마나 고마운지, 통풍으로 집안을 정화할 수 있는 삶의 고마움 등등.

더 이상 우주의 가장 아름다운 보석 지구가 신음하지 않도록 내가 할 일들을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겠다 다짐하며 새로운 새해를 맞게 된다. 쓰레기 종량제가 시행되는 한국과 달라 이 곳 상하이에서 머리로는 안다 하면서 행치 않았던 지구를 아끼는 일을 이제 내 가정에서부터 해야 됨을 절감한다. 다음 세대인 나의 아이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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